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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르키 Aug 11. 2023

조리원에 들어왔다

연두 4일, 산후조리원에 들어와 아기를 꼭 안아봤다. 

출산 4일째. 아기를 낳고 남편과 2박 3일 동안 머물렀던 산부인과에서 퇴원했다. 우리는 자동차로 15분 거리의 산후조리원으로 옮겨왔다. 원래 출산 전에 예약해 둔 산후조리원은 병원에서 차로 5분 거리다. 하지만 내가 퇴원하는 날에 마침 기존 산후조리원 자리가 꽉 찼다. 그래서 근처의 다른 지점으로 옮겨준 것이다. 


옮긴 곳이 오히려 더 익숙했다. 내가 옮기기로 한 산후조리원은 나의 이전 직장 코앞에 있었다. 나와 남편이 수도 없이 걸어 다녔던 길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엔 아기와 함께라 모든 것이 조심스러웠다. 아기가 아주 작아서 차를 타는 것도 두려웠다. 어쨌든 남편이 예약해 둔 타다를 타고 산후조리원에 들어갔다. 들어가서 짐을 풀어놓았다. 창밖으로 창경궁이 내려다보였다. 창밖은 초여름이었다.  


처음 산후조리원에 들어가니 뭘 해야 할지 몰라 잠깐 TV를 보고 낮잠을 잤다. 좌욕도 하고 원적외선을 쑀다. 


생후 120시간 아기의 움직임

산후조리원에선 아침 9시와 저녁 6시 반에 아기를 내 방으로 보내준다. 1시간 반씩 모자동실을 하게 하는 것이다. 아직 태어난 지 120시간도 되지 않은 사랑스러운 우리 아기. 열 달 동안 연결돼 있었는데, 막상 밖에 나와서는 함께 보낸 시간이 적다. 아기가 나를 낯설어하지 않으면 좋겠다. 내 냄새에 익숙해지면 좋겠다. 그래서 나는 아직 돌지 않은 젖을 물려보았다. 아기는 나오지 않는 젖을 빨다가 지쳤는지 내 품 안에서 잠시 잠들었다. 아기 코에 내 냄새가 익숙해지길 바라며 잠시 그대로 두었다.


태교 하면서 들었던 노래들을 작게 틀어뒀다. 그리고 콧노래로 따라 부르며 아기에게 들려줬다. 계속 말을 걸고 싶고 귀와 볼을 만져주고 싶다. 만져주면 아기가 가만히 있는다. 눈도 감는다. (움직일 수 없으니 별 수 없겠지만...) 아기가 가만히 있다가 슬쩍 고개를 반대로 돌리기에, '혼자 있고 싶은가? 그럴 수 있지' 하며 그대로 뒀다.


아기는 조그마한 몸으로 혼자서 용을 쓴다. 입 벌리며 젖 달라는 시늉도 한다. 울까 말까, 잘까 하품할까 고민하는 것 같기도 하다. 하품도 기침도 아기에겐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아기가 울려고 하면 내가 "쉬이 쉬이~" 소리를 낸다. "괜찮아"라고 말하면, 아기도 눈을 동그랗게 뜨며 가만히 나를 바라본다. 


아기를 안아 올리는데 갑자기 왼팔이 찌릿하고 뻐근했다. 놀라서 내려놓았더니 아기가 와아앙 울었다. 신생아실에 전화해 도움을 요청했다. "왜 우나요?" "안아달라고 우는 거예요." 신생아실 선생님이 와서 아기를 안아 올리니 잠잠해졌다. 


산후조리원에서 나가 집으로 돌아가면 내가 직접 기저귀를 갈고 목욕도 시켜야 한다. 그런데 아직은 목욕시킬 엄두도 나지 않는다. 진짜 하나도 모르겠다. 아깐 선생님에게 부탁해 기저귀 가는 법부터 배웠다. 


다음 이야기는 아래에 

조리원은 천국이어야 하는데 (brun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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