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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윤영 글쓰는한량 Jul 29. 2018

쓰다 보면 덤으로 얻게 되는 것들

쓰면서 알게 된 것들-글 쓰는 한량

'덤’이라는 말이 있다. 사전적인 의미는 ‘제 값어치 외에 거저로 조금 더 얹어 주는 일 또는 그런 물건‘을 말한다. 같은 품질, 비슷한 가격의 상품이라면 기왕이면 '덤'을 많이 주는 곳을 자주 찾게 되고, 그것이 그 가게만의  '영업비밀'이 되기도 한다.

글 역시 쓰게 되면 의외로 '덤'으로 얻게 되는 것이 상당히 많다.     


우선 안 읽던 책을 읽게 된다.     


매달 카드 값의 상당 부분 아니 더 솔직히 말하자면 최고 기록을 세우는 것은 언제나 책값이다. 옷값보다 책값이 더 나온 지는 꽤 오래전부터다. 같이 사는 사람은 쌓여만 가는 책더미를 볼 때마다 의심에 가득 찬 눈초리로 이렇게 말하곤 한다.     


“저 책들은 도대체 언제 다 읽을 거냐?”

“진짜 읽기는 하냐?”     


누군가가 그랬다. “책은 사두면 언젠가는 읽는다”고.


사 둔 책은 언젠가는 읽는다.

하지만 글을 쓰면 그 시기가 굉장히 빨라지고, '반드시' 읽게 된다.    


글을 쓰다 보면 어느 순간, 글감이 똑 떨어지는, 이른바 바닥이 드러나는 순간이 온다. 누구나 온다. 안 올 수가 없다. 그때 비장의 무기가 바로 책이다. 책을 읽으면 좋은 점이 어마어마하게 많지만 무엇보다 밑천이 드러낸 나의 '글감 곳간'을 꽉꽉 채워주는, 필살기로 책보다 좋은 것은 없다. 책을 읽다 보면 새로운 글감, 생각하지 못했던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하다못해 인상 깊었던 구절이나 장면을 ‘필사’하면 필사 도중, 이야깃거리가 튀어나오는 경우도 많다.  

   

글을 쓰게 되면 사진을 잘 찍게 된다.


갑자기 '웬 사진!'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사진을 찍히는 것도 싫어하고, 찍는 것은 더 싫어한다. 한참 허기가 져서 식당에 갔는데 음식 사진을 찍는 친구들 때문에 젓가락을 입에 문 채 침만 삼켜야 했던 적이 한두 번 인가? 음식 사진을 찍는 기쁨보다 일단 입안으로 음식을 넣을  느껴지는 기쁨이 나에게는 중하고(?) 절대적이다. 여행 역시  마찬가지다. 남들 수천 장 찍는 세계적인 명소도 내가 가면  딸랑 한 두장이면 끝이다. 그것도 풍경을 담은 사진, 누구나 찍는, 아무나 찍는 사진뿐이었다.


그런데 글을 쓰다 보니, 특히 블로그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주변의 사물. 특히 책을 찍는 경우가 많아졌다. 당장 필사를 할 시간과 공간이 안 될 때 바로 스마트폰을 들고, 그 부분을 찍어두었다가 나중에 필사하거나 블로그에 올리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러니 스마트폰 사진 저장고는 언제나 용량 부족이다.


전보다  자주, 많이 찍게 되니 예전보다 훨씬 잘 찍게 되었다.  

이것 역시 글을 쓰면서 얻은 '덤'이 아닐까  


글을 쓰면 말수가 줄어든다. (크크)


어릴 적에는 '변호사해라' (학업성적과 무관)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말하는 것'을 좋아했다.  지금도 사람들 앞에서 내 생각과 의견을 말하는 것에 머뭇거림이 없는 것을 보면 어릴적 버릇이 내 몸 어딘가에 잘 박혀있나보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글을 쓰면서 나는 급격하게 말수가 줄어들었다. (앗~ 혹시 이 글을 본 지인 왈 '그게 줄어든 거야?'라고 할 수도 있겠다. 크크) 내 생각과 의견을 정제된 글로 표현하다 보니 쉽게 연소되고, 휘발되는 '말'이 얼마나 미약한 의사전달 수단임을 알게 되었다.


더불어 많은 '말'뒤에 남는 '공허함'이 사람을 어떻게 지치고 피곤하게 하는지 깨닫게 된 후  말보다는 글로 내 생각을 정리하고 표현하는 것이  더 편하고 좋다. 참고로, 가족들이 이 '덤'을 가장 좋아한다. 덩달아 그들에게 향했던 잔소리가 줄었기 때문이다.

 


 

이외에 글이 쓰면 얻게 되는 '덤'은 무수히 많다.


마구마구 산발적으로 퍼져 있어서 도통 정리가 되지 않았던 생각들도 정리되고, 시간을 더욱 알차고 효율적으로 쓰게 되기도 한다. 오랜 시간과 정성스런 노력을 들여 글이라는 '결과물'이 나오니 나도 모르게 조금씩 성장하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할 때도 많다. 미래에 대한 불안이나 조급함도 한결 줄어들었다.


물건을 살 때 '덤'으로 뭔가 더 주면
왠지 그 가게에 정이 가고,
더 가고, 자꾸 가고 싶어 진다.


오늘 이 글을 읽는 분들께 나의 글  '덤'이 잘 먹혔길 바란다.


여러분의 글쓰기를 '덤'까지 팍팍 얹어서 응원합니다.

글 쓰는 한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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