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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하루라도 불안하지 않은 날이 과연 있긴 한가요?

<불안 대신 인문학을 선택했습니다> 




도대체 하루도 불안하지 않은 날이 과연 있긴 한가요?   

     





15년 이상 학교나 기업, 도서관, 센터 등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20년 동안 방송에서 대중들과 호흡하는 글을 쓰는 사람으로 살고 있습니다. 때로는 글쓰기 수업을 위해, 때로는 읽기를 위해, 때로는 인문학적 사유를 넓히기 위해 사람들을 만나면서 느끼게 된 것은 우리의 인생에서 불안하지 않는 날들은 결코 단 하루도 없다는 ‘불편한 진실’이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게 될까 봐, 승진이나 진학, 입사에 실패할까 봐, 내가 지금 누리고 있는 것들을 잃게 될까 봐 우리는 불안해하며 삽니다. 가슴속 깊이 묻어두고, 애써 단단한 무엇으로 가려두려고 하지만 불안은 점점 눈덩이처럼 커져만 갑니다. 시간과 세월이 지나면 좀 나아지려나 싶었지만 별반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어느 날, 한 권의 책을 읽으며 이제는 불안을 조금 다른 관점에서 바라봐야겠다는 생각에 이르렀습니다. 이렇게 불안을 다른 관점에서 보니 어느새  삶을 좀 더 건강하게 바라보는 ‘유연함’이 생겼습니다. 관점만 살짝 달리 했을 뿐인데 말입니다. 미국의 성인교육학자 메지로우(Mezirow)는 성인은 세상을 인식하고 해석하는 틀, 즉 관점(perspective)의 전환을 통해서만 행동의 변화를 이룰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오랫동안 갖고 있던 신념과 가정을 검증하는 비판적 성찰(critical reflection), 편견이나 오류, 개인적 관심사를 배제하고 개방적이고 객관적인 태도로 논증과 증거를 검토하는 이성적 담론(rational discourse), 그리고 이를 통한 실천적 행동이 어른의 삶을 변화하게 만든다고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관점을 한순간에 바꾼다는 것은 어렵기만 합니다. 그래서 저는 ‘그 어려운 것’을 해내기 위해 도구로 인문학을 추천합니다. 경험은 우리에게 다양한 지식을 주기도 하지만 편견이라는 왜곡된 시선으로 세상을 보게 하는 미흡함도 허용합니다. 인문학은 삶의 유연함을 찾게 하는 건강한 ‘기준과 태도’를 만들어 줍니다. 





인생의 모든 순간에는 인문학이 필요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실의에 빠졌을 때, 치열한 경쟁에 내몰렸다가 한순간 패배자의 늪에 빠지게 됐을 때, 그 누구보다 자신에 대해 실망했을 때 우리는 삶의 깊은 질문에 빠지게 됩니다. 믿지도 않는 신을 원망하기도 하고, 게으른 자신을 탓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순간 우리가 놓치는 한 가지가 있습니다. 바로 삶의 기로에 섰을 때 인간은 보다 성숙한 자아를 만들어 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것입니다. 이 책은 어른이라면 누구나 겪게 되는 삶의 크고 작은 문제들에 유연하고, 유쾌하게 대처할 수 있는 인문학적 사유를 담아냈습니다. 살면서 마음이 불안하고, 인생이 내 맘처럼 펼쳐지지 않거나 아무리 노력해도 성과가 보이지 않는 막막함을 느낄 때 우리는 누군가에게 조언을 구하고 싶어 집니다. 하지만 막상 그 ‘누군가’를 떠올려 보려고 노력해도 떠오르는 사람이 적당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부모님이나 가족은 ‘조언’보다 ‘잔소리’로 일관될 염려가 되기도 하고, 선배나 지인들도 하루하루 자신의 일상을 살아가는 것이 버겁게만 보입니다. 나로 인해 ‘걱정거리’를 하나 더 보태는 것은 아닌지 마음이 불편합니다. 그렇게 내내 고민만 하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시간만 흘려보내는 날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잘못된 선택을 하곤 합니다. 




 미국의 철학자 누스바움은 그의 책 『시적 정의』에서 대상을 충분히 관찰하고 합리적인 판단을 하는, ‘분별 있는 관찰자’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삶에서 만나는 수많은 질문들 역시 비슷한 방법으로 돌파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내가 직면하는 여러 문제들을 인문학적 시선을 갖고 ‘분별 있는 관찰자’가 되어 파헤쳐 본다면 갈팡질팡하는 선택의 기로와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안 사이에서 하루하루 위태로운 모습이 아닌 ‘여행처럼’ 유연한 일상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부디 이 이야기들이 매일 무거운 일상을 살아가는 여러분들에게 ‘일상을 여행처럼’ 유연하게 살 수 있는 작은 씨앗이 되기를 절실히 바랍니다. 






작가 이윤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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