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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이 밀려오기 시작한다면

[불안 대신 인문학을 선택했습니다]

매일 불안하며 살고 있구나



면서 자주 느끼는 감정 중 하나가 불안입니다.




그동안 잘해왔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나이가 들고 보니 뭐 하나 제대로 이뤄놓은 것이 없고 '손안에 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느낌이 들어 허탈한 마음이 듭니다. 그러다 막연한 노후의 고독과 은퇴 후 생활, 죽음에까지 생각이 미치다보면 불안이 밀려오기 시작합니다.


독일의 철학자 하이데거는, 이러한 부정적 감정인 불안에 대해 새로운 철학적 관점을 제시합니다.

그는 애초에 인간의 존재 자체가 불확실성과 불안에 둘러싸여 있다고 말합니다. 불확실성과 불안은 인간의 삶에 항상 존재하는 것이어서 이를 해결하거나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인간 내면의 가장 근본적인 감정이 바로 불안이며 그렇기에 불안은 특별하지 않은, 우리 안에 '항상 내재된 성질'이라는 것이지요




생각해 보면 우리는 정말 사는 내내 불안과 함께였습니다.




보통 10대 때에는 학업과 진로에 대한 불안을 갖게 됩니다. 20대에는 일과 직장, 인간관계에 대한 불안이 있습니다. 30대에는 결혼과 육아, 안정된 미래에 불안을 느끼게 되고, 40대에는 노후와 건강, 은퇴에 대한 불안이 있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인생의 단계마다 뒤따르는 큰 걱정과 불안은 물론이고, 각자 저마다의 크고 작은 근심거리까지 짊어지고 살고 있습니다. 이렇게 따져보니 조금씩 사정만 다를 뿐 누구나 평생 불안에 둘러싸여  살고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그런데 이렇듯 일상에서 늘 불안을 안고 살다 보니, 그것이 '나'라는 존재를 인식하고 들여다볼 수 있는 중요한 열쇠가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 여러분 안에 이유 모를 불안이 느껴진다면 우선 그것의 정체를 잘 살펴보아야 합니다. 그 감정의 실체를 하나하나 뜯어보는 과정이 곧 여러분 자신을 더 깊이 알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하이데거는 불안을 통해 삶의 방향성과 목적을 찾아가라고 말합니다. 그는 "불안해함은 처해 있음으로써 세계-내-존재의 한 방식이다"라고 말합니다. 말 그대로 우리는 불안을 통해 스스로의 존재를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이를 통해 존재의 목적과 삶의 방향성을 찾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하이데거의 말처럼 불안을 회피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나라는 존재를 자각하고 깨닫게 해주는 도구로써 인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 나는 어떤 것에서 불안을 느끼는지, 내가 가지고 있는 불안의 정체에 대해 좀 더 깊이 있게 숙고하는 시간을 갖기를 제안합니다.






하이데거에 따르면 불안은 현재 상태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에서 비롯됩니다. 종종 공포와 비슷한 감정을  오인되기도 하지만 불안과 공포는 확연히 다릅니다. 불안은 그것을 일으키는 대상이 불명확한 반면, 공포는 그 대상이 명확합니다. 따라서 공포는 그 대상을 제거하기만 하면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은 높은 곳에 올라가야 할 상황을 피하면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불안은 다릅니다. 원인에 대한 불명확성 때문에 우리를 지치고 피곤하게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공포처럼, 불안을 일으키는 것들을 없애고 싶어 합니다. 불안이 없어야 마음의 평화와 안정된 삶을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먼저 불안 요소를 꺼내어 그 안의 '걱정거리'들을 제거하는 연습을 해봅시다. 예를 들면 승진 시험에 떨어질까 봐 불안함을 느낀다면, 보다 더 철저하고 체계적으로 시험 준비를 하는 것입니다. 또 낯선 환경이나 장소에 대한 불안이 있는 분이라면 약속 장소에 예정된 시간보다 일찍 도착해 보세요.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면서 낯선 장소와 환경에 익숙해질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겁니다. 그렇게 자신을 둘러싼 불안의 요소들을 파악하고 하나씩 극복해 나가는 겁니다.



누군가와 관계가 불안한 상황이라면 그 사람과의 관계를 다시 정리해 보면서 내가 어떤 행동과 생각을 취해야 하는지 고찰해 보는 시간을 갖습니다. 이를 통해 그와의 관계를 개선하거나 나와 맞지 않는 관계라면 과감히 정리하는 등의 다음 행동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이렇게 자신을 둘러싼 부정적 감정들을 파악하고 하나씩 없애 나가는 훈련을 해보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내가 느꼈던 불안은 나라는 '존재의 가능성'을 더욱 밝히는 힘이 될 것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불안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에 더욱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합니다. 막연한 근심, 걱정거리를 그대로 둘 것이 아니라 나는 어떤 사람인지를 자각하고 발전하게 해주는 소중한 '감정'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나를 더 새롭게 발전시켜 주는 에너지로 활용해 보기를 바랍니다.





작가 이윤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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