뺨을 맞은 날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기까지

by 온현


경력 4년 차 시절, 한 기관에서 일할 때 상담실에서 뺨을 맞은 적이 있다.

자녀 문제로 상담하러 오신 첫날, 성인 장애인의 어머니였던 내담자는 상담에 집중하지 못하고 자꾸 초점을 벗어난 이야기를 하셨다. 그러다 상담 도중에 흥분해 벌떡 일어나시더니 다짜고짜 내 뺨을 때리신 것이다.


1:1 상황이라 상담실 안의 환경은 오롯이 내담자와 상담자의 시공간이다. 당황한 티를 낼 수 없는 상황. 흥분한 내담자는 소리를 지르며 상담실을 뛰쳐나갔다. 침착하게 대응하려 애쓰다 그분이 나가신 후 문을 꼭 닫았다, 옆방의 동료가 내담자를 슈퍼바이저께 연계해 드리는 듯했다,


혼자 남게 되자 그제야 긴장감이 풀려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울음이 터졌다 당시 스물여덟 살의 내가 평생 처음 맞아본 따귀였다.


그날 정신없이 근무를 끝내고 슈퍼바이저께 사건의 전말을 듣고 나서야 전후 사정을 알게 되었다.


그 내담자는 아들의 장애로 가정불화가 생겨 이혼 후 혼자 양육을 도맡았다. 장애인 가족에 대한 편견과 경제적 어려움으로 마음의 상처가 쌓여갔 다. 아들은 성인이 되었지만 어머니는 불안과 피해망상으로 정신이 무너졌다. 때마침 내 인상이 자신에게 많은 상처를 준 어느 분과 닮아 보였다 했다.


이 분의 병력을 알 수 없었던 첫 상담이었으니 나는 친절히 웃으며 상담을 진행했고, 그분께는 한참 '어린' 아가씨인 상담자의 웃는 얼굴이 자신을 비웃던 그 사람처럼 보였다. 결국 자신에게 상처를 준 이들에게 터트리지 못한 왜곡된 분노의 감정이 상담자에게 투사된 결과가 따귀세례였다.


내담자는 내게 사과하지 않은 채 돌아갔고, 다시 찾아오지도 않으셨다.


내담자들은 상담자의 전문성과 외모의 성숙도가 비슷할 것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당시 나는 대학원을 마쳤고 경력도 있었지만 외모가 나이보다 꽤 어려 보이는 편이었다. 상대적으로 나어린 상담자의 모습이 오래전 자신과 사이가 나빴던 누군가와 겹쳐 보인 것은 그분의 병리적 상태에 따른 현상이니 따질 수도 없었다.


이 기억은 꽤 오랫동안 내게 상처가 되었다.


내가 상담자로서 조금 더 원숙해 보였다면 그분이 정신과적 문제가 있었어도 그렇게 쉽게 울화를 터트릴 수 있었을까? 하는 방향으로 자꾸 자문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망상과 연계된 투사는 정신과 상담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장애인기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상황은 아니기도 했다.


그 일로 선배 사회복지사에게 슈퍼비전을 받으며, 조금은 성장했던 것 같다.


당시 상담상황을 객관적으로 복기해보기도 했다. 적어도 돌발상황에서 내담자에게 침착하게 대처할 정도의 전문적 자아는 있었다고 나 자신을 다독이며 놀란 마음을 회복해 갔다. 내담자에게 따귀를 맞은 드문 경험은 더 신중한 자세로 일할 수 있게 한 자양분이 된 셈이다.


이 일 이후 나는 전문가로서 신뢰할만한 이미지를 갖추는 데에도 신경을 쓰게 되었다. 실제 나이야 어쩔 수 없지만 복장은 바꿀 수 있었다. 상담이 있는 날이면 차분한 화장, 점잖은 정장, 큰 액세서리를 착용하고 내담자를 맞았다. 어쩌면 그것이 나를 위한 작은 보호장치 같기도 했다.


지금 돌아보면 뺨 한 대 때문에 화장을 시작한 웃지 못할 경험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당시에는 실제로 내담자의 상처와 치료자 사이에 불협화음이 생기는 일이 종종 일어났다. 그리고 이런 경우 환자인 내담자에게 억울함을 말하기는 어렵다.


또 하나의 배움.

사건을 겪었을 때 나는 미혼이었던 터라 그 어머니의 깊은 상처를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하기 어려웠다. 나중에 엄마가 되어 아들들을 키우게 되었을 때, 비로소 알게 되었다. 그 내담자의 분노가 도움받을 곳 없이 오랜 시간 상처 입은 모성이 낳은 결과였음을.

아무리 전문적인 교육을 받았더라도 교육과 훈련만으로는 다 이해하기 힘든 현장의 문제들이 많음도...


아들의 장애로 인한 2차적인 장해, 누적된 상처로 무너졌던 그 어머니의 삶이 후일에라도 잘 회복되셨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이다.


그날의 따귀사건을 내가 감내한 이유는 그 삶을 이해해야 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무의미한 폭력이나 억울함이 당연해서는 아니었음을 그 어머니도 후일에는 깨달으시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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