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의 기로

생명에 경중이 있을까

by 온현

갈등 속의 선택


사회복지사들은 임상, 즉 사회복지의 이상이 현실과 만나는 지점에서 많은 갈등의 벽을 마주한다. 심리사회적 지원을 위한 상담과 필요한 자원 연결을 주된 업무로 하는 까닭이다. 심리사회적 지원은 팀 접근이지만 내담자에 대한 경제적, 환경적 지원 여부는 사회복지사의 주도로 이루어진다.


자원연결이 치료의 지속과 연결되는 의료분야에서는 생명과 연결된 고충들도 발생한다. 드물지만 동시에 두 가정이 같은 문제로 의뢰되고, 그 일이 생명유지 여부에 중요한 요인이 되는 경우도 일어난다.


이때 사회복지사는 많은 부담 아래 제한된 자원을 배치해야 한다. 결국은 어떤 기준을 세우고 선택과 집중을 할 수밖에 없게 된다. 결정한 후에는 과연 기준이 옳았는지 최선의 선택을 했는지 자문하며 고민하기 쉽다. 미혼부모, 미숙아, 재발한 암환자, 중도장애인 등 어려운 문제일수록 더 그렇다.


오늘의 이야기가 바로 이런 경우였다.


두 아기 이야기


모 병원에 근무하던 시절, 비슷한 시기에 태어난 미숙아들이 있었다. 두 아기는 상당히 이른 조산이어서 오랜 치료가 예상되었고, 그중 한 아기는 살릴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예후가 좋지 않은 상황이었다.


아기 모두 공교롭게도 부모가 20대 초반 내외경제적 기반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당연히 많은 치료비를 감당할 수 없었다. 부서의 자체 후원금의 한계로 외부지원을 받으려면 부모와의 긴밀한 협조 외에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했다.


어렵게 연락이 된 한 미디어에서 사연을 내 주기로 했지만 한 아이만 대상이 될 수 있었다. 미디어 측 담당자는 보다 절절한 스토리로 보일 가정의 이야기를 원했다. 후원에 대한 독자의 반응을 끌어내기 쉽기 때문이다.


첫 번째 아기는 결혼을 준비하며 동거 중이던 연인의 첫 아이였다. 어린 엄마는 아기를 보기 위해 자신의 산후조리도 뒷전인 채 매일 신생아중환아실(NICU)을 찾아왔고, 두 사람은 이르게 찾아온 아기의 출생신고를 위해 예정보다 빨리 혼인신고부터 마쳤다. 아기 아빠는 야근까지 하며 치료비를 조금이라도 더 벌고자 애썼다. 이른둥이의 출생이 한 가정의 탄생을 앞당긴 계기가 된 것이다.


두 번째 아기는 젊은 부부의 둘째였다. 두 사람은 아기를 살리고 싶지만 큰 아이도 어려서 아픈 둘째에게 전적으로 매달리기 어려운 힘든 상황이었다. 이 부부의 아기는 상태가 훨씬 좋아서 살아날 가능성이 컸다. 아빠의 직장도 급여는 많지 않았지만 위의 아기부모보다는 안정적이었다. 그래도 첫애가 있으니 경제적으로 어려운 것은 두 가정 모두 큰 차이가 없어 보였다. 다만, 첫 번째 아기는 아기의 생명이 새로 생겨난 가정에 더 많은 영향을 끼칠 수 있었던, 부모의 첫 아이라는 점이 우선적으로 고려되었다.


자연히 미디어에 소개된 것은 더 불안정한 상황인 첫 번째 아기였다. 어린 부모가 장애가 남거나 죽게 될지 모르는 조산아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절박한 스토리에 치료비를 감당하고도 남을 후원금이 들어왔다.


이 아기의 엄마는 산후조리도 마다하고 매일 아기를 보러 와서 작은 손을 만지고 여린 등을 쓸어주었다. 그 손길 때문인지 모르지만 아기는 오랜 시간을 버티며 느리게 호전되어 갔다. 몇 달간의 집중치료 끝에 기적적으로 퇴원한 아기는 정기검진 때마다 엄마에게 안겨 함께 상담실에 들렀다. 후일담이지만 후유장애가 남아 수년간 치료를 받았어도 서서히 극복해 가며 잘 자랐으니 살아나주어 고마운 희망의 아기였다.


또 다른 가정의 아기는 어렵게 한 복지기관의 도움을 받았다. 그러나 생존가능성이 상당히 높았던 아기는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자기 상태가 나빠졌다. 처음 예상과 달리 조산에 따른 합병증을 이기지 못했다. 부모는 여러 사정상 아기에게 오롯이 집중하지 못한 것을 자책했다. 아기를 보내기까지의 몇 달은 내게도 아기의 부모에게도 힘들고 아픈 과정이었다.


두 번째 아기의 부모는 몇 달 뒤 지방으로 이사를 했다. 이사를 앞두고 일부러 상담실을 찾아와 감사인사를 남기셨다. 나로선 최선을 다했어도 마음이 무척 무거웠다. 치료비는 다른 루트로 어찌어찌 도울 수 있었지만 부모의 입장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했을지 모른다는 자책이 남았다. 첫 번째 가정의 아기가 더 많은 도움을 받았고, 누구의 잘못도 아니지만 한 아기만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생명의 무게


한정된 자원의 배분이 위와 같은 마음 아픈 결과와 맞닿을 때면 꽤 오래 되씹을 수밖에 없다.


경제력이 부족한 젊은 부모라는 동일한 조건.

다른 점은 유일한 첫째와 둘째, 새로 결혼해 불안정한 상황과 이미 가정을 이룬 지 시간이 지난 가정, 두 가지였다. 이 두 가지가 우선 지원의 결정 기준으로 과연 적절한 무게였을까.

과연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이었을까. 다른 방법은 없었을까?


사회복지사라면 누구나 한 번 이상 마주쳤을 현실의 벽이다. 이 두 아기의 사례와 같은 경우, 혹시 부모가 어떻게든 직접 감당하도록 도울 방법이 있었다면 두 번째 아기도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 떠난 아기가 혹시 힘들어하는 부모의 마음을 느꼈을까, 상상해 보았을 만큼 오래 마음에 남았었다.


클라이언트를 위한 최선이 무엇인지 늘 고민하며 찾아가는 것이 사회복지사의 일이다. 그러나 자신감도 자기 확신도 쉽지 않은 생명의 문제 앞에서는 때때로 무력해진다.


생명을 구하는 일이야말로 가장 난도 높은 선택의 순간이기에 방법과 우선순위에 대해 갈등하고 고민하게 되는 것이다. 사회복지사로 일하며 만난 생명의 무게는 언제나 상상보다 훨씬 무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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