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불완전함에서 배운다

by 온현

한참 예민한 사춘기 시절, 나는 심각한 완벽주의자였다.


세상은 기성세대와 순수한 세대로 나뉜다고 생각했고, 막연히 신체노화가 시작되는 25세가 그 전환점이 아닐까 싶었다. 가능하다면 그 나이까지만 살아야지 했다. 세상에 물들기 싫어서 어른이 되고 싶지 않았던 시기.


그러던 어느 날 미의 황금비율을 알게 되었다. 예를 들어 미학적으로 완벽한 미인은 이마, 눈에서 코, 인중에서 턱의 비율이 1:1:1이라 했다. 그리 따지다 보니 아무리 예쁘다는 연예인들도 기준을 충족하기 어려웠다. 무엇이든 실재하기 어려운 완벽한 기준을 추구하는 눈에는 세상이 아름답지 않았다.


당연히 비판적인 시각이 자라 갔다. 세상뿐 아니라 나 자신도 늘 부족하게만 느껴져 사랑할 수 없었다. 심각한 활자중독자라 고민이 생기면 완벽한 답을 찾기 위해 책을 읽었다. 학창 시절부터 매년 400권 이상의 책을 읽었지만 답을 얻지 못했다.


그리스도인이 되고 나서야 세상에 완벽한 것이 없음을 알게 되었다. 완벽에 대한 강박을 벗어나자 비로소 있는 그대로 아름다운 세상과 사람들이 보였다. 마치 올록볼록한 핸드퀼트처럼 우리 인생의 바늘땀은 완벽하지 않지만, 그래서 더 아름답다는 것을 깨달았다.



미숙한 내가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으며 살아왔는지, 그 사랑의 빚이 얼마나 큰지를 깨달은 순간 진로가 바뀌었다.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 받은 사랑을 갚는 삶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꿈이었던 문학 전공 대신 당시에는 사람들이 이름도 잘 모르던 사회사업학과(지금의 사회복지학과)를 택한 이유였다.


그러나 일을 하면서 깨닫게 되었다.


살면서 여러 형태로 받는 사랑의 빚은 늘어갈 뿐 내 힘으로 갚기 어렵다는 것을. 조금이라도 덜 빚진 자가 되기 위해 선택한 전공이 외려 나를 성장시켰다는 것을.


일을 통해 만난 귀한 사람들을 통해 좀 더 나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될 수 있었다. '벽과 마주친 사람들'은 그래서 쓰게 된 글이다.

클라이언트들을 돕는 경험을 통해 삶을 바라보는 방식을 배우고 성장해 간 한 전직 사회복지사의 감사를 담은 기록.


이 짧은 브런치북을 쓰면서 내가 만난 다양한 사람들, 나를 성장시켜 준 클라이언트들을 다시 생각하는 시간은 때로 기쁘고 때로 많이 아팠다.


글로 쓰지 못했으나 마음에 담긴 많은 분들을 감사함으로 기억한다.


내가 사랑했던 글쓰기를 어렵게 다시 시작한 지금, 불완전해서 더 유일하고 아름다운 삶의 기록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 같다.


*** 벽과 마주친 사람들 1부를 마칩니다.

2부는 쓰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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