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토피아물의 수작(스포 주의!)
1984는 디스토피아 작품 중에서도 유명한 작품이다. 멋진 신세계만 읽고 이건 손이 잘 안가서 드디어 읽게 되었는데, 상당히 분위기가 달라서 몰입하며 봤다.
작중 빅 브라더는 어디에나 있는 인물상으로 그려지고, 텔레스크린이라는 스피커에서는 사람들을 감시하고 명령하는 소리가 나온다. 부모자식 간에도, 친구 간에도 서로를 감시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당에 배반했다는 죄목으로 행방불명 되고는 한다.
주인공 윈스턴 또한 언젠가 자신도 그리 될 걸 알고 있었다. 과거를 날조하는 부서에 있지만 그 자신은 과거와 역사를 결코 완벽히 뒤바꿀 수 없고, 노동자 계급인 무산 계층이 들고 일어나 혁명이 생길 거라 굳게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어느날 사랑하는 여자 줄리아를 만나고, 그녀와 데이트 하면서 결국 당의 간부나 다름 없는 오브라이언을 만나게 된다.
윈스턴의 사상이 당에 반하는 것이란 걸 알게 되자 줄리아까지 애정부라는 건물의 지하에 수감되고, 오브라이언은 그들을 고문하고 또 고문했다. 그러면서도 윈스턴이 사상적으로도 완벽히 굴복해 깨끗하게 치료되었을 때 총살을 하든, 풀어주든 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고문 끝에 그는 굴복했다. 나는 이 장면에서 독립 투사분들을 생각해냈다. 고문하고 또 고문 당했는데도 뜻을 저버리지 않는 분들은 지독하리만큼 아프지만 대단한 분들이라고. 아무튼 윈스턴은 결국에 죽음의 순간에서야 빅브라더를 깊이 사랑하게 된다.
이는 멋진 신세계의 야만인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야만인은 모든 것이 철저히 통제되는 세계의 부자유가 환멸스러워 자살을 한 인물이다. 그에게 있어 육체 관계만을 추구하는 레니나는 아름다운 동시에 추하기 짝이 없으며, 고통을 싹 잊게 만들어주는 마약 같은 소마는 경멸스러운 약품이다. 그리하여 그는 총통에게 암에 걸려 죽을 권리, 나이를 먹어 추해질 권리 등을 전부 요구하며 자유를 택한다.
그러나 윈스턴은 권력만을 추구하는 당에 완전히 고문 당해 망가진 인물이다. 어느쪽이든 뭐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윈스턴이 마지막에 빅 브라더를 사랑하게 된 전개는 너무나도 씁쓸했다. 그 역시 그 전까지는 사랑을 배반하지 않으려 노력했기 때문이다. 당의 승리였다. 그는 완전히 껍데기만 남았다. 오직 권력만을 추구하는 세계란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없다.
그것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오랜만에 좋은 책을 읽었다고 생각한다.
사진: 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