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를 학습하는 과정
우리 아이가 영어를 잘하길 바라는 마음은 모든 부모가 가지고 있는 바람이다. 최근에는 웬만한 유치원에서부터 영어를 가르치고 한국말도 아직 제대로 하지 못하는 채로 유학을 보내는 경우도 많다. 조기유학에 관한 많은 찬성, 반대 의견들이 있지만 어렸을 때부터 특정 언어를 배우기 시작하면, 특히 취학 전에 외국어에 완전히 노출된다면 원어민에 가깝게 그 언어를 구사할 수 있다고 한다. 이는 언어를 학습하는 원리를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다.
신생아는 태어나고 나서 말을 전혀 하지 못한다. 자신의 생리적 욕구에 따라 울음으로 그 의사표현을 할 뿐이다. 평균 6개월에서 8개월 사이에 옹알이를 시작하고 첫돌이 지나고 나면 부모들이 정확히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의 단어를 발음하기 시작한다. 부모들은 아기들의 간단한 단어에도 크게 반응하며 지속적으로 말을 걸고 대화를 한다. 그렇게 아기들은 4~5세 무렵이 되면 성인과 대화하기 전혀 어려움이 없을 정도의 언어능력을 갖추게 된다.
아기가 언어를 배우는 과정에서 가장 핵심은 아기의 청각능력이다. 신생아의 청각 능력은 이미 엄마 뱃속에서 6개월이 지날 때부터 발달하기 시작한다. 지속적으로 엄마의 목소리와 심장소리를 들으며 이 세상에 태어나는 것이다. 세상에 나와서 옹알이를 하기 전부터 신생아는 지속적으로 모국어에 노출된다. 말 한마디 하지 못해도 부모들은 아기와 대화를 끊임없이 시도하고 간단한 단어와 소리를 반복적으로 들려준다. 점점 자라면서도 부모와의 대화, 그리고 주변의 말소리를 통해 아기들은 계속해서 모국어에 노출된다. 자신을 둘러싼 모든 환경이 모국어를 배우는 도구가 된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모국어를 익히게 되는 것이다.
이것을 반대로 생각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영어를 그렇게 많이 공부해도 원어민처럼 되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어렸을 때부터 영어를 읽고 듣고 공부한다고 해도 한국어를 접하는 시간과 비교해보면 상대도 되지 않을 만큼 그 시간이 짧기 때문이다. 친구들도, 학교도, 길가는 사람들도, 방송에서도 한국어는 끊임없이 흘러나오나 영어는 고작해야 공부하는 몇 시간 정도만 듣고 말하고 읽기 때문이다.
즉 얼마만큼 그 언어에 노출되느냐가 언어를 배우는 중요한 척도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비싼 돈을 들여서라도 외국으로 나가려고 하는 이유이다. 또한 외국에 나가서도 한국 사람들 하고만 어울려 다니면 영어가 전혀 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만약 한국에서라도 하루 24시간 내내 몇 년간 영어만 듣고 읽고 말한다면 원어민과 동일하게 영어를 구사할 수 있을 것이다.
영어에 노출되기 위한 읽고, 듣고, 말하기
하지만 학교를 다니고 있고 직장을 다니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 영어만을 위해서 몇 년간 해외에 나가서 공부를 하거나 하루 종일 영어만 듣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고 영어를 포기할 수도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은 위에서 말했듯이 영어라는 환경에 가능한 많이 노출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영어로 된 자료를 읽고, 영어를 듣고, 영어로 말해 보려고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그런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읽는 방법으로는 영어로 된 어린이 동화책을 추천한다. 실제로 외국인과 대화하기 위해서는 그렇게 복잡한 문법과 어려운 단어가 필요 없다. 동화책에 나와 있는 수준의 대화만 자유자재로 구사할 줄 알아도 외국인과 어려움 없이 대화할 있다. 무엇보다 책이 쉽기 때문에 오래 지속하기에도 유리하다.
듣는 방법으로도 역시 쉬운 방법을 추천한다. 유명한 미드 프로그램을 영어자막과 함께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즐겨 보았던 애니메이션의 영어 더빙판을 보는 것을 추천한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들이며 스토리 또한 어렵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이해하며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읽기와 듣기는 혼자 노력하기 쉽고 자신만의 노하우도 금방 생긴다. 문제는 말하기이다. 비싼 돈을 지불하고 전화영어를 하거나 정기적으로 원어민과 대화할 수 있는 수업을 많이들 듣는다. 그것도 물론 좋은 방법이지만 조금 다른 방법을 말해 보고 싶다. 그것은 생각을 영어로 해보고 그 생각을 혼잣말로 내뱉어 보는 것이다.
생각 영어 : 영어로 생각하고 내뱉는 연습
사람은 하루에도 수만 가지의 생각을 한다. 하루에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느냐고 의아해할지도 모르겠으나 오히려 아무 생각도 안 하려고 노력해보면 잠시라도 생각을 비우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 수 있다. 그 생각은 바로 언어의 지배를 받는다. 한국 사람은 한국말로 생각을 하고 미국 사람은 영어로 생각을 한다. 우리가 처음 외국인을 만나서 당황하는 이유 또한 머릿속에 떠오른 한국말을 바로 영어로 전환해 말로 내뱉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와 반대로 영어를 원어민만큼이나 잘하는 사람들은 둘 중에 하나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한국말을 빠르고 정확하게 영어로 바꾸어 내뱉을 수 있는 사람이거나 생각 자체를 영어로 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중에서도 최고는 생각 자체를 영어로 하는 것이다. 생각 자체를 영어로 할 수 있다면 그것을 그대로 내뱉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는 내 영어실력의 근본이기도 하다.
조기유학 치고는 13살이라는 조금 늦은 나이에 남아공에서 1년이라는 시간을 보내고 왔다. 13살이었지만 영어를 본격적으로 배운지는 2년밖에 지나지 않은 시간에 주변 환경들이 영어로 바뀌는 경험을 한 것이다. 물론 한국 사람들과 있었지만 그 사람들조차 영어로 말하는 비율이 더 높았기 때문에 상당히 많은 시간을 영어에 둘러싸여 지냈고 나름 문법과 단어도 공부를 했다. 어느 순간 귀가 조금 트이고 말 또한 자연스럽게 하는 수준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물론 지금 내 영어 실력이 어디에서도 지지 않을 만큼 유창하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1년의 시간으로 인해 고등학교 수능까지 영어 학원 한번 다니지 않고 거의 매번 영어 과목 만점을 받았다. 지금 다니고 있는 외국계 회사 내에서도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 있는 실력 정도는 된다. 그렇다고 남에게 영어를 가르치기는 너무 어렵다. 왜냐하면 나에게는 느낌 적으로 그렇게 말해야 하는 것들인데 왜 그래야 하는지 설명하기에는 많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나는 완벽하진 않지만 생각 자체를 영어로 할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영어로 말하는 것이 비교적 쉽다.
생각을 영어로 해 보라고 말하고 있지만 막상 생각을 전부 영어로 하기 에는 당연히 어렵다. 하지만 걱정하지 말고 최대한 지금 드는 생각을 영어로 시도 해 보길 바란다. 문법이 틀려도 괜찮고 문장 구조가 엉망이어도 상관없다. 당신의 생각은 당신밖에 모른다. 그 누구도 신경 쓸 필요가 없다. 한두 번씩 연습을 하다 보다 보면 머릿속에서 만든 문장이 맞는지 궁금한 순간이 올 것이다. 그때 핸드폰을 꺼내 구글을 열어 당신이 만든 그 문장을 그대로 입력하던지, 아니면 처음에 떠올랐던 생각을 한글로 적어 구글에서는 어떻게 번역이 되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만약 그 문장을 보고 ‘아하’하는 느낌을 받았다면 성공이다. 스스로 생각을 영어로 해 보려 했을 때 잘 되지 않는 부분이 반드시 있다. 단어를 몰랐다거나, 동사를 어떤 것을 써야 했는지 몰랐다거나 문장 구조가 완전히 달랐다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 ‘아하’하는 느낌과 함께 가려웠던 부분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다음 단계로는 그렇게 찾아낸 제대로 된 답을 적용해 그 생각을 영어로 최대한 간결하게 표현해 보는 것이다.
생각 영어를 짧게 내뱉는 연습
예를 들어 보자. 친구들과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떨고 있는데 지금 내 옆에 있는 친구의 커피잔이 비어 있는 사실을 발견한다. 커피포트를 보니 커피가 좀 남아있다. ‘커피 더 줄까?’라고 물어보려고 생각을 한다. 이때다. 그럼 ‘커피 더 줄까?’를 영어로는 어떻게 말할까?라고 생각해 보는 것이다. 머릿속에서 마음껏 시도해 보자. 대부분 처음 시도하는 것은 직역이다. ‘줄까?’이기 때문에 ‘give’라는 동사를 사용해 문장을 만들려고 시도를 한다. 하지만 아무래도 어색하다. 계속 시도해서 어렵게 문장 하나를 만들어 낸다. ‘May I give you more coffee?’라는 문장이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무언가 어색하다. ‘커피 더 줄까?’라기보다는 ‘내가 너에게 커피 더 줘야 해?’라는 느낌이다. 이때 구글에 검색할 때다. 구글에 ‘커피 더 줄까? 영어로’라고 치면 ‘Would you like some more coffee?’또는 ‘Do you want some more coffee?’라고 나온다. give라는 동사는 어디에도 없다. 내가 주는 것이지만 ‘좋으니?’,‘원하니?’라고 물어보는 것이다. 이런 부분이 바로 ‘아하’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그렇게 찾은 정답을 최대한 간결하게 줄여 보는 것이다. 간결하면 간결할수록 생각으로 떠올리기 쉽기 때문이다. 의미 전달을 위해서 가장 필요한 단어는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 상황을 따져 봤을 때 우리는 커피를 마시고 있고 그 친구의 커피잔은 비어있으며 나는 커피를 더 마시고 싶은지 물어보려고 하는 순간이다. 그렇다면 ‘더’라는 뜻의 ‘more’와 마시고 싶은 대상인 ‘coffee’, 그리고 ‘give’가 아닌 ‘want’라는 동사까지 제일 중요한 세 단어라고 할 수 있다.
그럼 세 단어만 말해보자. ‘want more coffee?’라고 말이다. 어떤가? 훨씬 간단하지만 상황을 고려했을 때 그 의미는 충분히 전달되고 오히려 더 자연스럽고 쉽다. 여기에 적절한 아이컨택과 커피포트를 들고 있는 제스처까지 합쳐진다면 ‘more coffee?’라고만 말해도 충분할 것이다. 이런 식으로 머릿속에 든 생각을 영어로 바꾸는 시도를 해 보고, 잘 모를 때는 구글을 참고하고, 그렇게 힌트를 얻어 만든 문장을 최대한 간결하게 줄여보는 시도를 반복적으로 하는 것이 핵심이다.
나카야마 유키코의『영어는 3 단어로』라는 책도 이렇게 간단히 말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한다. 그 유명한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을 누르고 일본 아마존에서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달리며 국내에서도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이 책의 주 내용은 복잡한 영어 문장을 심플하게 바꾸어 당장 내일이라도 영어로 대화를 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생각을 영어로 해 보는 것은 바로 이러한 효과적인 영어 대화 요령을 매일매일, 순간순간 실천함으로써 영어를 접하고, 연습하는 환경을 스스로 의도적으로 늘리는 방법이다. 머릿속에 드는 긴 생각을 가능하면 짧게 영어로 바꾸는 연습을 하자. 그 말을 나지막이 혼자서 내뱉어 보는 연습을 해야 한다. 그렇게 한번, 두 번 쌓인 경험들이 실제 영어로 대화를 할 때 빛을 발하게 된다. 동사 시제나 문법이 제대로 맞지 않아도 주어와 동사만 말하면 신기하게 외국인과 대화가 잘 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대화라는 것은 소리와 문자뿐만이 아니라 제스처, 눈빛, 억양, 주변 환경과 같은 다른 여러 가지 것들을 통해서 함께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가장 간단한 반복 학습법, 생각
이러한 연습은 뇌과학적으로 보아도 타당한 방법이다. 우리의 뇌는 평생 동안 변한다. 이를 '뇌 가소성'이라고 말한다. 자극이 지속되는 한 뇌의 변화도 계속된다. 한국 사람의 뇌 구조는 '한글'이라는 언어에 맞게 만들어져 왔기 때문에 '영어'라는 언어를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새로운 뇌신경 연결을 만들어 내야 한다. 한국어와 영어의 유사성은 거의 없기 때문에 그 과정은 상당히 어렵다. 유럽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영어를 쉽게 배우는 이유는 그들이 쓰는 언어와 영어와의 유사성이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새로운 뇌신경 연결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반복적인 자극이 필요하다. 반복이 지속되면 단기 기억에서 장기기억으로 넘어가고, 계속해서 자극이 반복되면 자동기억으로 넘어간다. 자동기억은 말 그대로 자동적으로 툭툭 튀어나올 수 있는 수준을 말한다. 결국 반복이 핵심이다. 그런데 뇌는 상상과 실제를 구분하지 못한다. 뇌의 관점에서 보면 영어를 실제로 읽고 쓰는 것과 상상으로 문장을 읽고 쓰는 것을 구분하지 못한다. 결국 가장 간단하고도 쉬운 반복법은 끊임없이 '생각'하는 것이다. 끊임없이 머릿속으로 영어를 생각하고 문장을 만들어 보고 수정하는 과정을 거치면 어느 날 꿈도 영어로 꾸는 날이 올 것이다.
앞으로는 머릿속에 떠오는 생각을 영어로 해 보는 습관을 들이자. 그중에서 중요한 핵심 단어만 몇 개 빼서 입 밖으로 내뱉는 연습을 하자. 간결할수록 좋다. 그렇게 하는 것이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여행을 가거나 외국인과 친구가 되었을 때 생각보다 수월하게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머릿속에 든 긴 생각을 짧고 간결하게 영어로 변환해 내뱉어 보는 '생각 영어' 습관은 언제든, 어디서든, 아무 도구 없이도 지속적으로 영어를 내 곁에 두고 연습할 수 있는 쉽고 빠른 방법이다. 필요한 것은 당신의 영어 생각뿐이다. 지금 바로 도전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