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강하다
누구나 인간관계가 중요한 것은 안다. 태어나서부터 부모와 관계를 맺고 가족의 구성원이 된다. 학교를 가고 직장을 다니면서 수많은 인간관계를 만들어 나간다. 인간관계가 중요한 것은 모두 다 잘 알지만 많은 사람들이 인간관계를 힘들어한다. 사실 스스로 선택해서 만들어진 인간관계는 잘 없다. 학교에 가서 배정된 반에서 만난 친구들, 직장에 들어가서 만난 팀 동료들, 모두 내가 선택한 조직에서 반 강제적으로 만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관계가 어려운 것도 이해할 만하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만 만나도 싸우기 마련인데 무작위로 맺어진 관계는 오죽하겠는가.
하지만 정작 잘 살펴보면 우리는 자신과 가까운 사람과 제일 많이 싸우고 아파한다. 태어나서부터 보살펴 주신 부모님, 그리고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 너무 가깝기 때문에 자신의 모든 모습을 다 보여줄 수 있는 사람들과 싸우게 되는 것은 모두 감정이 원인이다. 싸우고 난 후 복잡 미묘한 감정에 휩싸이고 왜 그랬을까 하는 어김없이 밀려오는 후회들. ‘한 번만 더 참고 그렇게 말하지 말았어야 했는데’와 같은 생각이 계속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누군가와 싸울 때 우리는 화, 짜증, 분노와 같은 감정에 휩싸인다. 아무리 긍정적인 생각을 평소에 한다 하더라도 순간 내 속에서 팍 하고 밀려오는 부정적인 감정에 지배당해버리면 아무 소용이 없다. 걱정을 떨쳐버려 긍정주의자가 되고, 회복탄력성을 길러 마음의 근육을 키웠다면 이제는 가장 강력하고도 무서운 감정을 돌보아야 한다. 국어사전을 보면 감정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어떤 현상이나 일에 대하여 일어나는 마음이나 느끼는 기분.”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기에 우리는 그 감정이라는 것의 힘을 과소평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실제로 감정은 생각보다 훨씬 강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마음의 힘』의 저자 바티스트 드 파프는 감정의 힘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감정이 생각보다 훨씬 빠르고 잠재성도 훨씬 풍부하다는 점은 기억해둘 만하다. 말하자면 긍정적인 감정이 긍정적인 생각보다 훨씬 더 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는 의미다. 긍정적인 것들을 떠올리면서 아무리 열심히 정신을 고양해보려 애를 써도 생각은 결국 감정에 압도된다.”
생각은 이성적으로 하는 것이라면 감정은 직관에 가깝다. 내가 어떻게 하지 않아도 바로바로 내 속에서 떠오른다. 감정의 속도는 생각보다 훨씬 빨라 결국 생각을 압도하고 다시 그 생각에 의해 더 증폭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긍정적인 생각을 위해 노력하는 것보다 감정을 잘 다스리는 것이 우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감정으로 인해 생성되는 우리 마음은 타인에게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며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결국 가장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우리 마음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다. 하트매스 연구소에 따르면 심장에 있는 자기장은 뇌 주위에 있는 자기장보다 5000배 더 강력하다. 실제로 우리 신체는 심장 영역에서 8에서 10피트 정도의 자기장을 발산한다. 이 영역은 우리의 감정 에너지와 소통하여 사랑 에너지를 느끼고 보낸다.” 자신의 감정에 따라서 주변 사람의 표정이나 말투가 변화되는 것을 보았거나 유독 유쾌하고 밝은 사람 옆에서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지는 경험을 해 보았다면 이미 감정 에너지를 느껴본 것과 같다. 그러므로 우리가 덜 싸우고 더 행복한 삶을 살고 싶다면 이런 감정을 먼저 잘 다스릴 줄 알아야 한다.
감정을 다스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 '알아차리기'
그렇다면 매 상황마다 불쑥불쑥 고개를 쳐드는 이 감정이라는 놈을 어떻게 다스려야 할까? 나는 이에 대한 답을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에서 찾았다. 강의 현장에서 청중의 고민을 바로 듣고 바로 대답해주는 법륜스님의 독특하고도 명쾌한 강의인데 한 SNS를 통해서 꾸준히 구독하고 있다. 그 내용을 보면 자신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의 사연이 종종 나온다. 그럴 때 법륜스님은 ‘알아차리기 훈련’을 하라고 이야기한다. ‘알아차리기 훈련’이란, 내 속에서 어떤 감정이 일어날 때 그것이 일어나고 있음을 ‘알아차리는’ 연습을 계속하는 것이다. 감정을 강제로 억누르거나 좋은 감정을 만들려고 억지로 다른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다. 내 속에서 올라오는 감정을 단지 알아차리기만 하면 된다.
예를 들어보자. 운전을 하다가 갑자기 앞에 어떤 차가 확 끼어들었다. 그러면 대부분의 운전자는 얼굴을 찌푸리며 욕설을 입에 담는다. 심하면 빵빵대고 쌍라이트를 켜고 앞차를 추월해 똑같이 확 끼어들어 보복운전을 하기도 한다. 그러다가 심한 사고가 나기도 하고 문을 열고 내려 주먹다짐을 하는 경우까지 종종 있다. 이때 앞차가 끼어들었기 때문에 화가 났다고 보통 생각한다. 원인제공을 한 것은 바로 끼어든 앞차니까. 그런데 그 화를 앞에 끼어든 차가 준 것일까? 만약 그 차가 화를 준 것이라면 동일한 상황에 모든 운전자가 그 화를 받고 화를 내야 한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그러려니 하며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반면 어떤 사람은 깜빡이를 잘 켜고 들어와도 화를 낸다. 결국 그 화는 누가 준 것이 아니라 자기 속에서 일어난 것임을 우선 인정해야 한다. 내 감정의 주체는 바로 나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첫 번째 단계이다.
그다음 단계는 동일한 상황에서 화가 나는 그 순간에 ‘아, 지금 내 속에서 또 화가 일어 나는 구나’하고 알아차리는 것이다. 이렇게 감정이 올라올 때 그것을 알아차리는 훈련을 계속하면 감정에 사로잡혀 일을 그르치는 상황을 많이 줄일 수 있다. 나중에 가서는 어떤 상황에서도 평온한 마음을 가질 수 있다. 이렇게 내 속에서 일어나는 감정에 휩싸이지 않고 그것을 관찰자 시점으로 돌려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핵심이다.
법륜스님의 알아차리기 훈련을 알게 되고 난 후부터 나도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 운전 중 길이 막힐 때, 친구나 가족, 아내와 다투기 시작할 때 어김없이 내 속에서 짜증, 화, 분노와 같은 감정이 일어난다. 그럴 때마다 항상 알아차리기 위해 노력한다. ‘아, 지금 내가 화가 나는구나, 짜증이 나는구나, 분노에 휩싸이려고 하는구나’ 하고 말이다. 그렇게 한번 알아차리고 나면 신기하게도 더 이상 그 감정이 증폭되지 않는다. 알아차리고 나면 그 감정을 조망하게 되고 왜 그런 감정이 드는 것인지 생각하고 분석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그 부정적 감정들은 잠잠해진다. 화를 내는 것도 화를 없앨 수 있는 것도 바로 나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기 때문이다.
『숨 쉬듯 가볍게』의 저자 김도인은, “심리적 고통은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거나 수용하지 못할 때 발생합니다. 감정을 이해하거나 수용하지 못하면 항상 감정과 자신을 동일시하고, 이것이 영원히 지속된다고 생각하게 돼요.”라고 말했다. 결국 자신의 감정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이해하고 수용하는 것이 잔잔하고도 행복한 마음을 가질 수 있는 비결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감정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강하다. 감정에 휘둘리지 말고 불쑥불쑥 올라오는 부정적인 감정을 차분하게 알아차리는 연습을 꾸준히 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어떠한 감정도 알아차릴 수 있을 만큼 성장할 수 있다. 부정적 감정을 나로부터 분리시키고 차분히 바라보게 된다면 진정한 마음의 평화를 맛볼 수 있다. 나아가서는 긍정적인 에너지로 가득 차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