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가 얼마나 지나갔는지, 미래가 얼마나 남아 있는지 생각하는 너는 사랑스러웠다. 어디에 쓸 수도 없이 예쁘기만 한 걸 좋아하니까. 그러고 보면 세상은 사실 아주 명쾌한 게 아닐까? 한 개체가 전체의 출현 가능성이 되잖아. 여기에 내가 또 있을 수도 있다는 믿음과 너도 여기에 있을 수 있다는 기대. 너의 얼굴을 만지면 더욱 환한 발광체가 되고, 우리는 탈 물질과 발화점 이상의 온도와 산소의 구성으로 타오르면서 흔들리게 되겠지. 마주한 얼굴을 붉히면서, 불을 쬐던 손이 점점 뜨거워지는 공포를 참아 가면서. 사랑과 슬픔, 사랑과 우울, 사랑과 아픔, 사랑과 피로, 사랑과 기쁨, 사랑과 도시. 모두 두 글자밖에 다르지 않지만 일부러 틀리게 썼다는 걸 서로 아는 채로. 끝까지 부릅뜬 눈을 감지 않으면서. 사랑의 한 계통이 발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