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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은 Jul 10. 2024

쓰는 방식을 택한 이유

이번주는 어떻게 보내고 있어? 요즘의 나는 왠지 모르게 생각에 잠겨있는 모습이 잦은 것 같아 안쓰럽네. 그때의 너도 지금의 나처럼 어떠한 고민을 하고 있겠지. 그래도 알고 있지? 네가 지금 하고 있는 고민들은 나중에 떠올리면 그 이유도 기억도 나지 않을 사소한 것들이라는 것을. 충분히 생각하고 너답게 신중한 결정을 내리리라 믿고 있어.


네가 어릴 적엔 잠이 들기 전이면 아무도 아는 이 없는 곳으로 누군가 데려가 주기를 소원하곤 했던 거 생각 나? <해리포터>에서 해그리드가 처음 해리를 호그와트로 데려가기 위해 더즐리 부부 집의 문을 부수고 등장하던 장면처럼 말이야. 해그리드가 해리에게 ‘미처 몰랐겠지만 너는 아주 특별한 존재야. 너는 이런 시시한 곳이 아닌 더 멋진 세상으로 가야 해.’라고 말해주었을 때, 무기력했던 해리의 삶은 새로운 모험으로 가득했고 난 금방 그 세계에 매료되었어.


그렇게 눈을 감고 상상하던 여러 밤이 지났어. 어느 날은 <트와일라잇>의 벨라처럼 사랑하는 이를 지키기 위해 뱀파이어가 되어보기도 했고, <헝거게임>의 캣니스처럼 생존을 위한 게임에 참여해 생존하기도 했지. 매일 밤 상상을 친구로 삼던 아이는 시간을 먹고 자라 보통의 사람이 되었어. 이토록 시시한 세상은 아직 외계인은커녕 UFO도 제대로 발견되지 않은 채로 쳇바퀴같이 굴러가더라. 알고 보니 내게는 미처 자각하지 못한 사소한 초능력도 없었고 애써도 안 되는 일이 많더라. 그렇게 의미 없이 평범하게 미래를 걱정하는 시간이 지루했었어. 그렇게 난 자신이 특별하지 않다는 것을 매 순간 깨달으며 어른이 되어갔지.


신입사원 시절, 유독 한계에 부딪힌 나날이 있었어. 늦게까지 일을 하고 집에 가는 버스 안에서 그간 참아왔던 서러운 감정이 복받쳤지. 어른이 되면 모든 걸 척척 잘 해낼 거라 믿던 어릴 적 바람과 달리, 사회에 발을 디뎌보니 스스로가 한없이 모자라게 느껴졌었거든. 누구나 하는 것처럼 주어진 몫을 해내는 것 자체도 버거운 스스로가 싫었어. 그 무렵, 나는 쉽게 잠이 들지 못했고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숨쉬기가 힘들어졌어. 회사에 가는 버스 안에서 이유도 없이 눈물이 났지. 일을 하다가도 힘에 부쳐 울 것 같은 기분이 들 때면, 항상 일을 그만두는 상상을 하다가도 왠지 모르게 지는 것 같은 기분에 이를 악물고 잠드는 날이 계속되었어.


나는 그때 숨 쉬기 위해, 어떻게든 버티기 위해 반드시 탈출구를 찾아야만 했어. 어릴 적 왠지 모르게 남들보다 똑똑하고 다정하며 큰 사람이 될 줄로만 알았던 그날들로 도망쳐야 했어. 그래서 다시 글을 쓰는 방식을 택했어. 좋아하던 수많은 책 속 이야기처럼, 눈을 감고 상상을 한 뒤 답답한 마음을 글에 털어내면 홀가분했으니까. 현실은 하루하루 견디기 힘든 일상이었지만, 작은 상상이 점점 길어지고 이야기로 완성되는 과정을 볼 때면 마치 기적 같았어. 사는 내내 담아둔 애달픈 감정이나 울분들이 상상으로 터져 나와 곧 이야기가 되는 과정이 경이로웠어. 긴 시간 글을 쓰면서 내 마음은 점점 온전해졌어.


글은 늘 내게 치유이자 위로야. 그렇기에 나는 계속 글을 쓰며 살아가려고 해. 그리고 이 의무감은 내가 어떤 일을 하든 간에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되곤 하지. 또 그런 믿음으로 쓰인 이야기들은 내가 그랬듯 누군가의 힘든 날로부터 탈출구가 될 힘이 생길 테니까.


지금은 네가 네 일을 누구보다 좋아하는 사람이듯, 너는 많은 일을 겪으며 점점 성장하고 변할 테고 지금 네 선택들은 그 밑거름일 거야. 난 너의 선택을 모두 존중해. 후회하지 않는 너만의 길을 가길.


2024년 7월, 장마철의 어느 날

네 친구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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