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7월의 마지막 날이야. 그동안 이어졌던 기나긴 장마가 끝나고 한여름 쨍한 햇살이 거리를 비추고 있네. 계절로 흐르는 시간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건 우리에게 주어진 크나큰 행운인 것 같아. 지난봄, 여름, 가을, 겨울 어땠더라 하며 계절로 시간을 나눠 추억할 수 있으니까 말이야. 편지를 쓰기 시작하면서 지금 나의 계절을 네가 어떻게 기억하게 될지 궁금해하곤 해. 많이 더웠지만 즐겁고 행복했었다고 기억했으면 더 바랄 게 없겠지.
살다 보면 내 뜻대로 마음이 전해지지 않는 때가 있어. 그런 의도가 아니었는데 무심히 던진 말로 누군가를 상처 입힐 수도 있고 또 날 선 마음을 전달받는 과정에서 괜히 흠칫 놀라고 크게 상처받기도 하지. 가끔 언어라는 수단은 우리의 진심을 담기엔 좁고 유한해서 왕왕 그런 일들이 생기나 봐. 오해는 또 오해를 낳고 점점 커져 그 본질을 잃고 감정만이 남기도 하니까.
어떤 오해들과 실수들을 겪어내면서 우리의 마음도 고민 없이 쨍하다가도 먹구름이 드리운 것처럼 내내 먹먹하기도 하더라. 매섭게 내리는 장댓비나 휘몰아치는 태풍처럼 가끔은 부정적인 에너지에 잠식될 때도 있어. 아무것도 하기 힘들고 나쁜 생각이 또 꼬리를 무는 무한의 굴레 말이야. 그런 감정들은 어떻게 손 쓸 새도 없이 스스로를 지배해서 더욱더 고독하고 힘든 선택을 하게 하기도 하더라.
누군가 인생은 B(Birth)와 D(Death) 사이의 C(Choice)라고 했던가. 무수한 선택의 기로 속에 나는 매 선택에 후회하지 않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려고 해. 돌이킬 수 없는 극단적인 말은 끝내 내뱉지 않는다던지, 애정의 크기만큼 충분히 잘해주고 표현한다던지, 대화를 나눠보고 상대의 마음을 헤아려본다던지, 하는 그런 일들. 지난 시간 내가 두고두고 아쉬웠던 때는 그런 것들을 할 수 있었음에도 하지 않았던 순간들이기 때문에.
사람이다 보니 화가 나는 일도 있을 테고, 기대만큼 성취하지 못해 낙담할 수도 있을 거야. 그렇게 이따금 스스로 주체할 수 없는 감정에 사로잡힐 때는 어떤 결정도 내리지 말자. 조금 멀리서 나의 마음을 지켜보고 어떻게 하면 좋을지 충분히 생각하도록 하자. 부정적인 일보단 더 잦았던 좋았던 순간들을 떠올려보자. 후회 없이 진심을 투명하게 전하자. 그리고 어떤 결론에 도달한다면 받아들이고 더 활기찬 내일로 나아가자. 한차례 퍼붓는 비 이후에 피어나는 무지개처럼 말이야.
10년 전의 나보다 지금의 내가 더 선택에 책임감을 느끼고 신중하듯이, 너는 더욱더 좋은 사람이 되어있겠지. 가끔은 미숙하고 뜻대로 되지 않는 일 투성이겠지만 그래도 괜찮아, 넌 결국 바른 길을 가게 될 테니까. 네가 나에게 어떤 이야기들을 듣고 싶을지 또 자주 고민하고 편지할게. 건강하길.
격려하는 마음으로,
네 가장 친한 친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