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우울증에 대한 아홉 번째 글
이작 디네센은 적었다. '어떤 슬픔이라도 당신이 그것을 이야기로 만들거나, 그것들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다면 견뎌질 수 있다'고.
그래서 적었다. 견뎌진 것인지는 아직 모르겠다.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 나는 여전히 우울한 건 맞다. 음식은 맛이 없다. 사는 건 지루하다. 웃음은 가볍고 행복한 일은 없다. 기대는 불안하고 상상은 허무하다.
매 순간 두렵다. 모든 말과 행동이 무섭다. 점점 생겨나는 마음 때문에 걱정이다. 또 어느 날에 어쩌면 힘들게 되지 않을까 불안하다. 애써 마음을 누르고 참는다.
삶의 이유는 찾지 못했다. 살아야 할 이유가 없다. 그저 살아야 하기 때문에 사는 것뿐이다. 다만 다른 건,
그렇다고 죽을 이유도 없다는 걸 안다. 일상은 멀고도 멀다.
꿈을 가진 사람이 부럽다. 올해는 조심스럽게, 정말로 조심스럽게 다시 꿈을 찾는다. 그게 전부다.
고마운 사람들. 감춰지지 않는 나의 우울을 느꼈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을 조금씩 나눠준 사람들. S, H, J, K, L, L, B, K, H, K, L, P, S. 당신은 몰랐겠지만, 제겐 큰 힘이었습니다.
작년 마지막 날, 나는 일기에 '2023년아. 부디 조용히 떠나 주렴'이라고 적었다. 이렇게 9편의 글로 한동안의 내 마음을 박제해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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