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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langPolang Jan 13. 2019

덴마크 오덴세에서 스웨덴 스톡홀름으로 기차 여행

시니어 반려견의 스웨덴 기차 여행

2. 북유럽에서 반려견과 여행하는 법 - 여행 정보 중에서 


덴마크 오덴세에서 스웨덴 스톡홀름으로 넘어가는 기차를 탔다.

오덴세 역에서 덴마크 수도인 코펜하겐 역으로 가는 기차를 탄 후

다시 코펜하겐 역에서 스톡홀름으로 넘어가는 기차로 환승해야 하는 일정이다.

이런 날은 운이 좋은 날이라고 할까, 운이 없는 날이라고 하는 걸까?


27일 하루 종일 스웨덴 & 유럽 기차 예약 시스템과 씨름을 했다.

인터레일이라고 하지만 실상 예약 시스템이 한 곳에서 이루어지지 않고

여기저기 목적지에 따라 웹사이트를 찾아가며 예약을 해야 했고

그마저도 스웨덴 철도청 웹사이트의 카드 결제를 담당하는 회사의 이상한 시스템으로 인해

카드에서는 결제가 이루어지는데 티켓팅은 되지 않는 일이 반복되었다.


그 사이 원하는 시간대의 열차는 모두 매진이 되고, 결국 이른 아침 시간의 열차와 자정에 도착하는 열차만 남았으며, 결국 새벽이 다 된 시간에야 오전 8시 20분 출발 기차를 예약할 수 있었다.

그 기차를 타려면 숙소에서 새벽 6시 15분에 출발해야 했다.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나서 가방을 정리하고, 아이들 아침을 먹이고, 배변을 시키고 유모차에 태워서

커다란 슈트케이스와 유모차를 미친 듯이 밀며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지만, 버스는 눈 앞에서 떠나버렸고, 결국 기차를 놓쳤다. 할 수 없이 그다음 열차에 올랐다. 

 

열차를 타고 가면서 직원에게 “이 시간에 가면, 스톡홀름행 열차 시간에 도착하지 못하겠죠?”라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했다. 도착해서 그곳에서 문의해야 할 것이라고.

음... 열차 시간을 변경해야 했다. 

코펜하겐 역까지 가는 동안 웹사이트에 접속해서 열차 시간을 변경하려고 시도했는데, 어쩐 일인지 잘 진행이 되어가다가 마지막 확인 버튼에서 계속 에러가 나는 거였다.

이 상태로 역에 도착하면 내가 타야 할 열차는 출발하고 없을 것이고, 나머지 열차들은 모두 매진이니 따로 좌석을 구할 수 있을 가능성도 거의 없었다. 

비는 주룩주룩 오는데, 아이들을 데리고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는 상황.


이럴 때 내가 잘하는 것이 있다. “케세라 세라.” 

그냥 마음 편히 내맡기기로 했다. 뭔가 방법이 생길 것이다. 

코펜하겐 역에 도착해서 내려 직원 복장을 한 사람을 찾았다.

“안녕. 나 열차를 놓쳤어. 어디에 가서 처리하면 될까?” 

그랬더니 그가 “아냐, 놓치지 않았어. 여기 그대로 있으면 열차가 올 거야.”라고 했다.

“응?? 그게 무슨 말이야?”

열차가 지연되었거든. 축하한다.


덴마크에서 스웨덴으로 넘어가는 기차에는 “Pets allowed (반려동물 탑승 허용)” 차량이 별도로 정해져 있었다. 예약할 때 좌석을 선택할 수 있다. 멋진 시스템이라고 생각했다. 

예약을 하면서 내가 떠올린 이미지는 반려동물 크레이트들이 차량 한 가득 늘어서 있는 그런 열차의 모습이었다. 아마도 반려동물을 크레이트에 들어가게 해서 늘어서게 한 걸 거라고.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열차에 올랐는데 크레이트를 놓을 자리는 없고, 그냥 일반 기차 칸과 같은 모습이었다.

유모차를 세워둘 공간이 없었다.

“어라,, 그냥 자전거 칸에 탔어야 했는가 보다..” 싶어서 자리를 변경할까 고민하다가 어영부영 출발을 했는데

직원이 지나가며 유모차를 접어서 수납칸에 넣어달라고 부탁했다.


“여기 강아지들이 들어있어서 그럴 수가 없어.”라고 했더니, 

“강아지들은 유모차 밖으로 나와야지, 무슨 소리야?”라고 한다.

“강아지들이 밖에 나와 있어도 괜찮아? 크레이트가 없는데?”라고 했더니

무슨 그런 당연한 소리를 하냐는 표정으로 “물론이지”하며 지나갔다.



우리 강아지들 이외에 다른 강아지들도 하나 둘 탑승했다.

목이 마르지는 않느냐며 탑승한 반려견들에게 생수를 담아서 가져다주는 직원도 있었고, 어느 승객과 탑승하여 불안에 떠는 반려견에게는 과자를 가져다주거나 상냥하게 말을 걸어주거나, 보호자가 자리를 비워야 할 때 반려견을 대신 보살펴주기도 했다.


보통 버스를 타든, 기차를 타든 반려견들을 그냥 바닥에 눕히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는데, 나는 성격상 아이들이 맨바닥에 누워있는 것은 불편해서 볼 수가 없었다. 

대중교통에서 사용할 방석과 이불을 갖고 다녔다. 

이런 시스템이 가능하려면 우선 서로 신뢰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철도회사 또는 기차를 이용하는 일반 고객은 '탑승하는 반려동물에게 불편을 주지 않는다'는 신뢰를 주어야 하고, 반려동물과 탑승하는 사람은 ‘나의 반려동물이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며, 나는 책임감 있게 돌본다’라는 자신과 반려동물에 대한 신뢰를 일반 시민들에게 줄 수 있을 때 가능한 것이다.


나의 반려견들과 북유럽을 여행하며, 기차, 택시, 전철, 선박, 페리, 버스 등 거의 모든 대중교통들을 자유롭게 이용했다. 

북유럽에서 반려견들과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주변의 눈치를 보거나  

‘실내에서 배변하지 않게 조심하라'던가 ‘공격적이면 안된다’라던가 하는 잔소리를 듣는 모습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내 반려견들의 경우에는 심지어 '반려견 출입 금지' 팻말이 붙은 장소에서조차

'네 반려견들은 교육을 잘 받은 아이들이고 매너가 좋아서 들어와도 좋다'라고 출입을 허용해 준 적도 많다.

 

반려동물과 대중교통을 이용하겠다고 왔을 때는 기본적인 매너는 완벽히 책임질 사람이라는 무언의 확약과 신뢰 관계가 이미 형성이 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나 역시, 한 번도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반려동물이 실내에서 소란스럽게 돌아다니거나 실내에 배변 실수를 하는 모습을 목격한 적이 없고, 배변 패드를 들고 다니거나 패드를 복도에 깔아놓고 일을 보게 하는 보호자를 본 적도 없다. (집에 배변 패드를 깔아놓고 생활하거나 교육장에도 배변 패드를 들고 오며 그것이 배변 교육이라고 믿는 보호자들을 그동안 얼마나 많이 보았던가!) 

탑승한 모든 반려동물은 보호자가 착석한 자리의 발치에 자석처럼 엎드려서 목적지까지 간다.


그건 대중교통으로 많이 다녀본 경험들이 쌓여서 가능한 것이기도 하겠지만, 그런 매너가 갖춰지는 문화 또한 한몫하는 것이다.


그러하다면, 왜 반려동물 입장을 허용해주지 않느냐고 따질 일도, 반려동물이 들어오면 안 된다고 따질 일도 없겠다.

서로의 노력과 신뢰 구축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는 문화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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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은 반려견과 대화하고 있나요?>의 저자

    국내 최초/국내 유일의 국제 인증 반려동물 행동심리 전문가  

    반려동물의 감정(Feeling)과 니즈(Needs)에 공감하는 교육을 알리며 

    반려동물 교육 문화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는 

    동물행동심리연구소 폴랑폴랑의 대표로 

    동물과 사람이 서로가 서로를 치유하는 세상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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