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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langPolang Jan 13. 2019

반려견의 사랑을 독차지한 핀란드

시니어 반려견과 북유럽 여행하기 펫 트립

1. 벤노와 체리코크의 북유럽 여행 이야기 - 에세이 중에서


벤노와 체리코크, 그리고 나는 북유럽 7개국을 여행했지만, 그중에서 벤노와 체리코크가 가장 사랑한 곳은 핀란드였다.

핀란드에서 지내는 동안 아이들은 마치 다섯 살로 회춘이라도 한 것 같았다.

숲에 엉클어진 죽은 나무들을 여우가 담 넘듯이 훌렁훌렁 뛰어다니고, 하루 종일 숲에서 달리면서도 지칠 줄 몰랐다. 핀란드에 도착하자마자, 그렇게 아이들 얼굴에 생기가 가득하게 피어오를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었다. 


그중에서도 핀란드의 숲 속 마을에서 지낸 시간은 아마 영원히 잊지 못할 거다. 


원래는 헬싱키 도심에 있는 집을 장기 렌트하기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도착해서 보니 생각했던 것과 너무 달랐다. 음.. 이건 아니지. 

스웨덴과 핀란드에서는 숙소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에, 하룻밤 사이에 장기간 머물 숙소를 구할 자신은 솔직히 없었다. 그렇지만 해보는 거지 뭐.

그렇게 찾은 곳이 그녀의 집이었다.

그곳은 정말 기대 이상이었다. 내가 상상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

근사한 볼거리가 있거나, 숙소가 화려해서가 아니었다. 

그곳에는 벤노와 체리코크가 원하는 모든 것이 있었고, 나는 살면서 좀처럼 만나기 힘든 좋은 사람을 알게 되었다. 


그녀의 집은 숲과 맞붙어 있었다. 규모를 헤아릴 수 없는 거대하고 아름다운 숲이 곧 그녀의 정원이기도 했다.

새들이 일어나라고 깨워줄 때 일어나서 문만 열면, 벤노와 체리가 뛰어놀 수 있는 숲이었다. 

벤노와 체리는 신이 나서, 좀처럼 가만히 있으려고 하지 않았다. 하루 종일 나가서 돌아다녀도 에너지가 끓어 넘치는 모양이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한동안 숲에서 놀게 한 다음, 아침을 먹이고 산을 끼고 숲을 한 바퀴 돌아 나오는 일만으로도 믿어지지 않을 만큼 행복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이런 곳에 와서 살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더도 말고 1년만 더 시간이 있었으면. 아이들이 한 살만 더 어렸더라면.


그녀와 나, 벤노와 체리코크, 그리고 그녀의 반려견 프루

이렇게 우리 다섯은 집에서 조금 떨어진 그녀와 프루의 아지트 숲으로 산책을 나섰다.

정말 트롤들이 모여 살고 있을 것 같은, 너무나 핀란드스러운 숲에서.

그녀가 알려주는 열매들을 모으고, 맛을 보기도 하고, 버섯에 대한 설명도 들으면서 숲을 거닐었다.

숲 깊이 들어가면 그녀 같은 친구가 없는 한, 알 길이 없을 신기한 공간이 나온다.

헨젤과 그레텔의 과자로 만든 집을 재현해 놓은 것 같은, 마녀가 빗자루를 타고 나올 것 같은 집이었다.

그녀의 말에 의하면, 그 집과 아름다운 정원, 정원의 조형물들은 조그만 조약돌 하나부터 담장까지 모두 예술가인 집주인의 손에서 탄생한 것들이라고 했다. 얼마나 아름답고, 또 신비로운지. 그 집을 하루 종일 바라보고만 있어도 시간이 가는 줄 몰랐다. 마치 커다란 미술관에 들어와 있는 것처럼, 오늘은 그녀가 만들어 놓은 현관문을 바라보며 감상하고, 그다음 날에는 지붕을 감상하고... 그렇게 끝이 없었다. 

그녀는 환경을 전공한 박사이기도 해서, 그와 관련된 많은 일들을 하고 있었다. 

그녀가 만들어 준 핀란드식 아침 식사를 먹으며, 쓰레기나 분리수거, 물을 절약하는 방법 등 그녀의 환경 이야기를 듣는 것도 즐거운 일과 중 하나였다. 


나는 그녀와 함께 지내는 동안, 우리가 사용하는 반려견의 배변 봉투 문제에 대해서 처음으로 진지하게 고민해보았다. 

그러고 보면, 핀란드의 반려견 놀이터에는 조금 다른 것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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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은 반려견과 대화하고 있나요?>의 저자

    국내 최초/국내 유일의 국제 인증 반려동물 행동심리 전문가  

    반려동물의 감정(Feeling)과 니즈(Needs)에 공감하는 교육을 알리며 

    반려동물 교육 문화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는 

    동물행동심리연구소 폴랑폴랑의 대표로 

    동물과 사람이 서로가 서로를 치유하는 세상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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