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중후반의 출산, 시험관 성공비결은 꾸준함.
처음 이 공간에 발을 들였을 때, 이렇게나 긴 시간을 머물게 될 줄은 전혀 몰랐다.
난임병원은 대기시간이 길고, 진료실에서 의사와 충분히 대화를 나누기 어렵다. 그래서 나는 꼭 물어보고 싶은 내용을 휴대폰에 적어갔지만, 막상 들어가면 늘 머릿속이 하얘졌다. “네… 네…” 하다 그냥 나오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었다.
그때 내가 할 수 있는 건,
카페에서 같은 고민을 가진 사람들의 글을 읽고,
유튜브에서 난임 전문의 영상을 찾아보며
스스로 이해를 쌓는 일뿐이었다.
5분도 안 되는 짧은 진료 시간 안에서
내 몸과 마음을 설명하고 이해받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래서, 혹시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이 될까 싶어 지난 5년간의 시험관 시술 경험을 정리해본다. 전문적인 의학 정보라기보다는
한 사람의 ‘진짜 경험담’ 정도로 가볍게 읽어주면 좋겠다.
이식 횟수: 총 12번
채취 횟수: 약 20회(추정치)
43세 시작 AMH: 0.43
47세 임신 직전 AMH: 0.07
신선 3일 배양 9회 → 임신수치 3회
냉동 5일 배양 3회
총 이식 배아 수: 20개
배아 등급: 대부분 상급~중급
난임 졸업: 47세 4월(만46세), 임신 9주차
초기에는 공난포, 수정 실패도 많았다.
하지만 병원을 타지역으로 옮기고서야
하나라도 이식할 수 있는 배아가 나오기 시작했다.
국가지원은 채취 기준으로 진행되기에
신선 9회 중 5회차까지만 지원받았다.
이후에는 모든 비용을 자비로 진행해
총 병원비만 약 5,000만 원 정도로 추정된다.
(정확한 금액은 일부러 기록하지 않았다.
숫자가 멘탈에 너무 큰 부담이 될 것 같아서였다.)
“자가주사를 배에 놓는다던데?”
시험관을 처음 떠올리면 가장 무서운 게 주사다. 나도 그랬다. 하지만 막상 해보면 생각보다 할 만하다.
1회차: 과배란 요법 / 하루 3~4대
2회차 이후: 저자극 요법 / 이틀에 1대 정도
간호사실에서 설명을 잘 해주기 때문에 초반의 두려움만 넘기면 대부분 혼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
나에게 시술 과정에서 가장 힘든 날은 ‘채취일’이었다. 마취 여파로 하루는 꼭 쉬어야 하고,
정신적으로도 무거움이 남는다.
나는 난자 수가 적은 편이라
여러 차례 무마취 채취를 하기도 했는데,
다행히 복통이나 복수는 거의 없었다.
이식은 아프지 않지만
그 이후 매일 이어지는 약물·주사가 더 힘들다.
특히 크녹산 주사는 지금도 ‘공포의 주사’로 남아 있다. 복부에 멍이 들 정도로 따갑고 아프다.
나는 임신 12주차까지 맞았다.
주사를 덜 아프게 맞는 팁
냉찜질로 가볍게 마취
샷블로커 사용
자신에게 덜 아픈 부위 찾기
계속 맞다 보면 정말 익숙해진다.
몸이 아니라 마음이 먼저 버티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마지막에 주사기를 모아 사진을 찍는다. 하지만 나는 전부 버렸다.
주사기, 바늘, 알콜솜, 배아사진까지.
중반 이후에는 이식한 배아 사진도 바로 버렸다.
기록을 남기면 멘탈이 무너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하면, 평생 맞을 주사를 5년 동안 모두 맞아버린 기분이다.
시험관 과정은 몸도 당연히 힘들다.
하지만 내 경우, 육체적 고통 10~20% / 정신적 고통 80~90% 였다.
이건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에게 시험관은 그런 시간이었다.
채혈도 수없이 반복되었다.
한쪽 팔 혈관이 약해 다른 한쪽만 사용했고,
손등으로 링겔을 맞은 적도 여러 번이다.
곳곳에 멍이 들어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 사라진다.
처음에는 무엇이든 낯설고 두려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병원에서 안내해주는 절차만 잘 따라가면 생각보다 어려운 과정은 아니다.
요즘은 유튜브와 온라인 커뮤니티도 잘 되어 있어
정보를 찾는 데 큰 불편은 없다.
너무 겁먹고 시작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생각보다 ‘할 만하다.’
다만, 시간이 길어지면 멘탈이 무너지는 건
누구나 겪는 일이다.
나만 겪는 일이 아니라는 걸 알면
조금은 마음이 편안해질지도 모른다.
당신에게 찾아온 이 터널을
무사히, 용감하게 건너
그 끝에서 소중한 아이를 만나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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