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뜸으로 따뜻했던 건 내 마음이었다
자연임신시도...그게 뜻대로 되지 않으면 주위에서는 여러 방법을 권한다. 그 중 가장 보편화된 것은 아마도 한약이거나 난임병원 치료일 것이다. 나의 경우, 워낙 늦은 결혼이었기에 자연 임신은 기대조차 하지 않았다.
그래도 결혼 1년이 지나면 국가지원 대상이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8개월 정도는 자임 시도를 해보았다. 하지만 역시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난임병원에 가보면, 의외로 신혼여행 중 임신이 되었는데 유산이 되었다거나, 결혼 직후 자연 임신이 되었다가 다시 되지 않아 병원을 찾았다는 사람이 많다. 그렇게 시작된 병원행…
내가 느낀 한의원과 난임병원은 약간 대립하는 관계에 있다. 병원에서는 시술 쉬는 기간 중 절대 한약을 복용하지 말 것을 당부한다. 하지만 나는 한약과 병원을 둘 다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물론 이것은 개인의 선택이다.
내 경우, 한의원의 도움도 컸다고 생각한다.
첫 유산 후 3개월간 한약 복용 뒤 두 번째 임신에 성공하기도 했고, 침치료·쑥뜸·좌욕 등 한의원 치료는 마음 치유에 큰 힘이 되었다.
무엇보다 그 조용하고 따뜻한 분위기가 좋았다.
쑥뜸을 받고 나면 아랫배보다도, 얼어붙은 내 마음이 따뜻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5년간, 이름난 한의원을 참 많이 다녔다.
새벽에 가서 줄을 서야 약을 지을 수 있다는 모 한의원부터, 유명한 경주의 한의원에 새벽부터 대기했지만, 인원이 다 차서 결국 약을 짓지 못했던 적도 있다. “저출산 시대”라는 말이 무색하게, 한의원에는 부부가 함께, 혹은 부모님이 자식 손을 잡고 찾아온다.
텐트를 치고 밤을 지새우는 모습도 적지 않았다.
물론 “효과가 있었다”는 사람도 있고, “모르겠다”는 이도 있다. 하지만 공통된 감정은 ‘간절함’ 이다.
그래서 뭐든 좋다는 것은 다 해보고 싶은 마음, 그 하나뿐이다.
병원과는 다르게 한의사들은 내게 희망적인 이야기를 많이 해 준 것 같다. 사실여부를 떠나 전문가의 희망적인 이야기가 너무도 간절했던 시기였다. 그래야 계속 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한의사는 내게 말했다.
여성의 몸은 폐경전까지는 아기를 품을 수 있게 되어 있어요. 저는 현장에서 고령난임 여성들의 임신을 꽤 보아왔어요. 병원에서 제시하는 수치나 데이터가 의미 없는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고령이어서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비록 유산이 되었지만, 임신이 되었다는 것 자체를 저는 가능성으로 봅니다.
어느 한의사는 내게 이런말도 했다.
"이 시술이 임신율을 3% 올린다, 저건 2% 올린다... 이런 연구 결과들도 많지만,
유일하게 단일 요인으로
임신율에 30% 영향을 주는 건 ‘스트레스’입니다. 마음이 편해야 합니다.
아무리 좋은 약이나 시술이라도
본인에게 스트레스로 다가온다면, 그 효과는 무의미합니다. 좋은 한약, 좋은 의사보다 중요한 건 ‘스트레스 관리’입니다."
물론 그 말, 쉽지 않다.
지겹도록 듣는 말. 그래서 더 진부하고 식상한 말.
"마음을 비워야 임신이 된다더라."
"스트레스 받지 말라."
"포기하니까 생기더라."
난임 카페에서도 늘 등장하는 문장들이다.
그럴 때마다 나는 정말 듣기 싫었다.
그 고된 시술 받으면서 무슨 마음을 내려놔?
내가 무슨 도인도 아니고…’
성공 수기 올려놓고,
“마음을 편히 먹으니까 임신이 됐어요”
하는 말들이 오히려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마치 “과외 한 번 안 했는데 수능 만점이에요”,
“세수만 잘했는데 꿀피부 됐어요”
이런 말 같았다.
삐딱하고, 불편하게 들릴 수밖에 없었다.
그땐 내 마음이 그런 말이 들릴만큼의 여유가 없었던거다.
이제야 그 고개를 넘고 나니, 그 말이 조금씩 들린다.
아기는 정말
내 마음이 편하고,
가볍고, 집착이 없을 때,
조용히 찾아오는 존재였구나!
그 시절의 나는
잔뜩 힘을 주고,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하며
내 스스로를 너무도 몰아붙이고 있었다.
지금의 내가 그때의 나에게 말해주고 싶다.
"아기도 좋고, 임신과 출산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너 자신을 너무 괴롭히지 마.
널 좀 더 보듬고, 돌봐줘.
깊어가는 가을 10월도 중순에 접어들었습니다.
가을특집으로 한 편 더 나누고싶어 특별발행을 준비했습니다. 가을특집 수요일밤 9시에 찾아올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