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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임병원, 의사 선택 전원할까? 말까?

어떤 기준으로 선택해야할까?

by 찐스마일

의사와 병원 선택은 난임 여성들에게 큰 고민이다. 가까운 곳이 좋다는 사람도 있고, 유명한 병원이나 의사를 찾아 이른바 ‘병원 유목민’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유명한 의사, 추천받은 병원이 반드시 정답은 아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내 몸에 맞는 병원과 의사를 찾는 것이다.


나도 총 다섯 군데 병원과 여섯 명의 의사를 만났다. 흔히들 의사와 환자 사이에도 ‘궁합’이 있다고들 한다. 고령이라면 시니어급 의사를 선택하라는 조언도 많다. 하지만 나의 경우는 달랐다.


오히려 젊은 의사에게서 좋은 결과를 얻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그 의사는 나를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배란조차 원활하지 않은 내 몸을 긴 기다림으로 난포가 자라기를 배란이 되기를 기다려 시도해주었기 때문이다.


반면 좌절을 안겨준 의사도 있었다. 검사를 받던 어느 날, 의사가 말했다.

“호르몬 수치가 너무 높아요. 이렇게 높은 건 10년 동안 두 번째 봅니다. 약으로 조절할 수도 없어요. 임신은 어렵겠습니다.”


그 말은 내게 선고처럼 들렸다. 귀가 먹먹했고, 병원도 가지 않았고, 자연임신 시도도 멈췄다.

가장 의지하던 의사의 한마디에 모든 에너지가 무너져버렸다.


물론 의사는 단지 사실을 말했을 뿐이었지만,

그 말은 나를 한참이나 주저앉게 만들었다.

이후 몇 개월이 지나 다른 병원으로 옮겼고,

그곳에서 다시 시술을 시작했다. 뒤늦게 깨달았다.

내게 필요한 건, 내 몸을 포기하지 않는 의사였다는 것을.


또 하나 알게 된 사실이 있다. 유명한 병원이라도 나와 맞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추천받은 병원에서 시작했지만, 대기만 몇 시간씩 이어지고, 질문조차 하기 어려운 분위기에 지쳤다. ‘그 병원이 누군가에게 명의의 병원일 수는 있어도, 내게는 아닐 수 있다’는 사실을 조금씩 깨달아갔다.


그렇게 시행착오 끝에 나만의 기준을 세웠다.


냉동배아보다 신선배아 이식에서 수치가 잘 나왔고

5일 배양보다는 3일 배양이 더 잘 맞았고

배란이 일정하지 않은 나에겐 의사가 직접 초음파를 봐주는 곳이 좋았다

다양한 배양 방법을 시도할 수 있는 큰병원이 좋았다


병원마다, 의사마다 추구하는 시술 방식이 다르다. 냉동 배아를 선호하는 곳, 5일 배양과 PGT(착상 전 유전자 검사)를 고집하는 곳도 있다.


하지만 내 몸과 맞지 않다면 좋은 결과는 어렵다. 그래서 여러 병원, 다양한 시술 방식을 직접 경험해보며 나에게 맞는 방식을 찾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병원을 선택할 때 배양팀의 실력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난자와 정자를 어렵게 채취했는데, 배양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이식조차 못 해보고 끝날 수 있기 때문이다. 병원이 클수록 배양 방식이나 실험적인 시도가 많은 경우가 많았다. 그런 점도 고려했다.


또한 의사와의 상담에서 나의 마음이 편안한지도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 마음이 불편한 병원에서는 몸도 마음도 위축되었다. 상담할 때는 내 상태를 솔직히 이야기하고, 이번 달 진행을 해도 되는지, 선생님의 느낌을 믿고 싶다고 말하곤 했다.


실제로 의사의 촉이 맞을 때도 많았다.

믿고 따를 수 있는 의사를 찾는 과정은 쉽지 않았지만,

결국 나에게는 그것이 가장 중요했다.


결국 내가 찾은 병원 선택의 기준은 이랬다.


내 몸을 포기하지 않는 의사

내 스타일과 맞는 시술 방식을 가진 곳

상담할 때 마음이 편안한 곳


병원도, 의사도 결국 사람과 사람이 만드는 인연이었다. 마음이 편하고, 믿음이 가고, 나를 포기하지 않는 의사. 나에게는 그런 병원이, 그런 의사가 정답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 내가 선택한 병원과 의사라면 그곳에서 시술을 받는 동안은 믿고 마음을 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내 마음이 경직되지 않고 편안한 상태가 되어 몸도 같이 따라가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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