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신들의 연합 (5편)
3장: 신들의 연합 (5편)
숲의 첫 방문자가 떠난 뒤에도 신들은 여전히 숲 안에 머물며 변화의 기운을 지켜보았다. 페레타는 숲의 깊은 곳에 있는 연못가에 서 있었다. 연못은 그날 방문자가 숲에서 본 것들을 반영하고 있었다. 그의 기억, 그의 후회, 그리고 그의 각성. 연못 속 물결은 잔잔했지만, 그 안에는 커다란 가능성이 깃들어 있었다.
“첫 번째는 시작일 뿐이다,” 마가레타가 페레타 곁으로 다가와 말했다. 그의 차가운 목소리에는 드물게도 온화함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그가 전한 메시지가 얼마나 멀리 퍼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페레타는 그에게 고개를 돌렸다. “우리가 만든 이 숲이 단순히 경고의 메시지가 아니라 희망의 상징이 되었으면 좋겠어. 우리 각자의 힘이 합쳐졌으니, 인간들에게 새로운 길을 보여줄 수 있을 거야.”
그러나 봉휘는 여전히 회의적인 눈빛으로 숲의 멀리 끝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의 불꽃은 가만히 일렁이고 있었지만, 그 안에는 억제된 분노가 서려 있었다. “희망이란 말은 그리 쉽게 믿기 어려운 거다,” 그는 입을 열었다. “인간들은 어리석고, 그들의 탐욕은 끝이 없지. 그 남자 하나가 변한다고 세상이 달라질까?”
“그건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어,” 이든이 나무 뒤에서 걸어 나오며 말했다. 그녀의 발밑에는 새싹들이 자라나고 있었다. “우리는 인간들에게 단순한 공포를 주기 위해 여기에 모인 게 아니잖아. 우리 각자가 가진 힘을 나눠주는 것이 이 숲의 진짜 목적이야.”
“하지만 그것이 가능할까?” 카세포라가 별들이 점점 어두워지는 하늘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나의 별들은 인간들이 너무 오래 외면했어. 이 별들이 그들에게 다시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인간들은 이미 자신들만의 길을 만들어 가고 있어. 우리 없이도.”
페레타는 조용히 그들의 대화를 지켜보다가 연못 위에 손을 얹었다. 물결이 넓게 퍼지며, 인간 세계의 풍경이 그 안에 비쳤다. 바쁜 도시의 모습, 황폐한 숲, 그리고 자신들이 지켜보던 남자의 모습까지. 그는 숲에서 받은 씨앗과 가르침을 가지고 마을로 돌아가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전하고 있었다. 그의 목소리는 아직 작고 희미했지만, 몇몇 사람들은 그의 말을 듣고 있었다.
“변화는 한순간에 일어나지 않아,” 페레타가 조용히 말했다. “우리는 영원한 시간을 살고 있지만, 인간들에게는 그들의 시간이 있어. 중요한 건 그들이 한 걸음씩 내딛는 거야.”
마가레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 한 걸음이 더 큰 발걸음이 될지도 모르지. 그러나 우리는 이 숲을 계속 지켜야 해. 인간들이 올바른 길을 선택할 수 있도록.”
봉휘는 한숨을 내쉬며 불꽃을 조금 더 키웠다. “좋아. 내 힘을 여기에 바치기로 한 이상, 지켜보겠어. 하지만 나는 아직도 인간들에게 완전히 믿음을 주지는 못하겠어.”
카세포라는 하늘에서 별이 빛을 내기 시작하자 미소를 지었다. “우리는 모두 우리의 역할을 해야지. 별이 길을 비추듯, 나는 그들에게 새로운 운명을 보여줄 거야.”
그들은 그렇게 숲의 중심에 다시 서서 각자의 다짐을 나눴다. 신들은 처음으로 완벽하게 연합되었고, 그들의 숲은 하나의 메시지가 되었다.
그날 밤, 숲은 눈부시게 빛났다. 별빛, 불빛, 얼음의 반짝임, 그리고 새로 돋아나는 초록의 숨결까지. 그 모든 것이 조화를 이루며 하나의 생명처럼 호흡했다. 그리고 그 안에서 페레타는 새로운 희망을 보았다.
“이 숲이 우리의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들의 이야기가 되길 바래,” 그녀는 속삭였다. “그들이 이곳을 찾아와 스스로의 길을 찾을 수 있도록.”
숲은 그날부터 점차적으로 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인간들은 이곳을 "네 길의 숲"이라 부르며,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새롭게 설계하는 장소로 기억하게 되었다. 신들은 멀리서 그들을 지켜보며, 조용히 다음 단계를 준비하고 있었다.
숲은 이제 더 이상 신들만의 영역이 아니었다. 그것은 신과 인간이 함께 만들어가는 새로운 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