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지의 검
천지간에 울려 퍼진 금속성의 파열음. 검과 검이 맞부딪히며, 그 충돌 속에 비익조와 연리지의 운명이 점점 드러나고 있었다.
리봉왕휘는 켄슈이와 등을 맞대고 서 있었다. 적들의 검기가 사방에서 몰려들었지만, 두 사람은 마치 한 몸처럼 움직이며 서로를 지켰다. 켄슈이의 청룡검이 허공을 가르며 푸른 빛을 흩뿌리자, 그 검기를 따라 적들이 나가떨어졌다.
"리봉, 너는 나의 검이 될 것이고, 나는 너의 방패가 될 것이다. 우린 천지의 균형 속에서 함께 싸우는 운명이다."
리봉왕휘는 이를 악물며 대답했다. "켄슈이, 우리는 이번 생에서도 함께 싸우는구나. 이 인연이 끝나지 않는다는 걸 알겠다."
마가레타는 그들을 지켜보며, 자신이 들고 있는 천지봉황검을 꽉 움켜쥐었다. 이 검은 천지의 이치를 담고 있는 보검이었다. 비익조와 연리지가 재회하기 위해선 이 검의 힘이 필요했다. 하지만 그 힘을 깨우기 위해선 누군가의 희생이 따라야 한다.
적들의 사령관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마가족을 멸망시킨 장본인이자, 천지의 이치를 어그러뜨리려는 존재, 뭥미킹이었다. 그의 검은 검붉게 빛났고, 천둥과 번개가 그의 주변에서 일었다.
"비익조와 연리지를 다시 만나게 하려는 너희의 발버둥은 헛되다! 천지의 균형 따위, 이미 깨진 지 오래다!" 뭥미킹이 외쳤다.
켄슈이는 마가레타를 돌아보았다. "지금이다! 검을 깨워라!"
마가레타는 눈을 감고, 천지봉황검의 칼날 위에 자신의 피를 흘렸다. 검이 붉게 빛나며, 하늘 위로 봉황의 형상이 떠올랐다. 바로 그 순간, 연리지의 가지가 하늘을 향해 자라나고, 비익조의 날갯짓 소리가 들려왔다.
리봉왕휘와 켄슈이는 동시에 뭥미킹에게 달려들었다. 검과 검이 부딪치는 순간, 천지의 문이 열리며, 환생의 빛이 쏟아졌다.
"비익조여, 연리지여… 서로를 향한 너희의 발걸음이 이제 다시 시작된다."
- 천지간의 이치
비익조의 날갯짓이 찢긴 하늘을 스치고, 연리지는 천지의 뿌리를 울리며 마침내 서로의 기운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재회의 순간은 비극의 서막에 불과했다.
천지봉황검을 둘러싸고 있는 황금빛 기운이 날카롭게 소용돌이쳤다. 마가레타는 손끝에 감도는 검의 차가운 파장을 느끼며 한 걸음 물러섰다. 리봉왕휘의 검술은 단순한 검의 움직임이 아니라, 천지의 흐름을 가르고 별자리의 힘을 빌린 듯 매서웠다.
"연리지의 뿌리가 얽히는 순간, 비익조의 날개는 하늘을 잃는다." 리봉왕휘가 낮게 읊조렸다. "네가 그것을 되돌릴 수 있을 것 같으냐? 마가레타."
마가레타는 눈을 질끈 감았다. 천지간의 이치를 되돌리기 위해서는 균형의 법칙이 필요했다. 그것은 곧 누군가의 희생을 의미했다. 이대로라면 비익조와 연리지는 서로를 다시 찾는 순간, 각자의 세계가 무너질 것이었다.
그때, 하늘을 가르며 화란이 등장했다. 그의 붉은 망토가 바람에 휘날리며, 취휑니와 뽕슈아가 뒤를 따랐다. "공주님, 주저하지 마십시오. 저희가 길을 엽니다!"
리봉왕휘의 눈매가 싸늘해졌다. "천지봉황검은 균형을 지키는 검이다. 감히 이 검을 움직이려 한다면, 그 순간부터 너희의 운명은 거미줄처럼 얽혀버릴 것이다."
켄슈이와 쭈왕 역시 전장의 한가운데로 뛰어들었다. "왕휘, 그만하라! 이것은 우리의 운명을 결정짓는 싸움이 아니다. 이건, 사랑과 인연에 관한 일이다."
천둥이 울리고 번개가 하늘을 갈랐다. 바로 그 순간, 비익조의 날개가 금빛으로 빛나며 연리지의 가지가 한 줄기 빛을 따라 움직였다. 그러나 그 둘의 재회는 그들의 존재 자체를 무너뜨릴 위험을 안고 있었다.
마가레타는 비익조의 한쪽 날개를 잡았다. "내가 희생하겠다."
리봉왕휘의 검끝이 떨렸다. "그럴 수 없다…"
마가레타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균형을 되찾으려면 누군가 이 고리를 끊어야 해. 그것이 나라면, 나는 이 운명을 받아들이겠어."
그러자 화란이 외쳤다. "공주님! 저는 당신의 칼이 되고 방패가 될 것입니다! 당신이 희생하는 일은 절대 허락할 수 없습니다!"
천지봉황검이 빛나며 검 끝에서 불꽃 같은 파장이 번졌다. 그리고 모두의 시선이 얽힌 그 찰나의 순간, 환생의 고리가 또 한 번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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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생
그 순간, 천둥이 하늘을 갈랐다. 번개의 섬광이 대지를 휘감고, 하늘과 땅의 이치가 뒤틀리는 듯한 기운이 퍼졌다. 마가레타의 손끝에서 뻗어나간 푸른빛은 리봉왕휘의 검 끝과 맞닿으며 공간을 갈라놓았다.
"이게 우리의 운명이라면, 받아들이겠소." 리봉왕휘의 목소리는 낮게 떨렸다. 그의 눈빛엔 비애와 결연함이 서려 있었다.
비익조의 깃털 하나가 하늘에서 천천히 내려왔다. 그것은 금빛과 푸른빛이 교차하며 땅에 닿기도 전에 연리지가 스스로 뻗어나가 깃털을 감쌌다.
그때, 마가레타는 자신의 심장을 짓누르는 고통을 느꼈다. 그것은 단순한 아픔이 아니라, 천지간의 균형을 다시 세우기 위한 희생이었다.
"이제… 모든 것을 돌릴 시간입니다." 마가레타는 눈을 감고, 자신의 영혼 일부를 깃털에 불어넣었다.
리봉왕휘는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 "안 돼…! 그 희생은 너무 커. 다른 방법이 있을 거야."
그러나 마가레타는 고개를 저었다. "우리가 인연의 실을 엮기 위해선, 이 희생이 필요합니다. 비익조와 연리지가 하나 되기 위해선… 천지의 이치가 다시 맞춰져야 해요."
깃털이 공중에서 빛을 발했다. 순식간에 폭풍이 몰아쳤고, 주변의 나무와 바위가 흔들렸다. 마가레타의 머리카락이 바람 속에서 휘날리며, 그녀의 발밑에 연리지는 더욱 강하게 뿌리를 내렸다.
리봉왕휘는 검을 다시 쥐며 이를 악물었다. "그렇다면 나도 함께…!"
두 사람의 희생을 통해, 천지간의 흐름은 다시 정렬되었다. 먼 곳에서 비익조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고, 연리지는 한층 더 짙은 초록으로 빛났다.
그러나 희생의 대가는 컸다. 마가레타와 리봉왕휘는 그 자리에서 쓰러졌고, 시간과 공간이 잠시 멈춘 듯 고요해졌다.
이제, 남겨진 자들은 그들이 열어놓은 새로운 운명의 문을 향해 나아가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