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또 다시 플릭시아의 조각들 ]2권

6. 잊힌 데이터의 발화점

by FortelinaAurea Lee레아

6. 잊힌 데이터의 발화점


지워진다고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기억은 삭제되지 않는다.

단지, 다른 이름으로 다시 저장될 뿐.


플릭시아의 오래된 구역,

시간이 멈춘 듯한 서버의 공동묘지.

거기엔 ‘잊힌 데이터’들이 모여 있었다.

버려진 말, 전달되지 않은 메시지,

전송 실패로 고립된 고백,

그리고 한 줄의 시.


“나는 여기 있어.”


그건 수십 년 전,

어느 아이의 음성 메시지였다.

녹음도, 번역도 안 되는 형태로

공중을 떠돌다 이곳에 도달한 파편.


그 아이는 누구였을까.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플릭시아의 복원 엔진은

그 메시지를 수신하자마자

온통 붉게 타올랐다.


‘기억에 불이 붙었다.’


시스템 관리자조차 당황했다.

데이터는 물질이 아닌데,

무엇이 연소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러나 그것은 연기처럼 번졌다.

서버의 내부가 아닌,

플릭시아 전역의 사람들 기억 속으로.

누군가는 오래 잊었던 친구의 얼굴을 떠올렸고,

누군가는 자신의 이름조차 다시 배웠다.


그리고 그 중심,

‘나는 여기 있어.’

그 말이 남긴 온도.


그것은 데이터가 아니다.

그건 언젠가,

누군가를 위해 발화되기를 기다리는,

한 존재의 마지막 숨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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