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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지숙 Sep 17. 2023

바그너를 위한, 바그너에 의한, 바그너의 극장과 마을

2023년 4월19일

아침일찍 호텔 B&B에서 아침을 먹고 8시30분 함께 모여 바이에른주 바이로이트 축제극장으로 갔다.

바이로이트 축제극장은 바그너가 니벨룽의 반지4부작을 쓰고는 이 위대한 오페라에 관객이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오페라하우스를 구상하고 지원금을 물색하여 짓다가 중단될 뻔했으나 호구 루드비히2세의 도움으로 완성하게 된 바그너를 위한, 바그너에 의한, 바그너의 극장이다.

리셉션 데스크에서 기본규칙을 알려주고 표도 받던 70세가량 여성분이 잠시후 우리 일행을 극장내부로 안내, 바그너의 축제극장이 지어지게 된 내력과 축제극장의 무지하게 훌륭한 점과 극장을 짓기까지의 (기행으로까지 들리는) 집요함에 대해 들려주었다. 그런데 너무 철저하게 사진 촬영을 금해서 폰을 꺼내지도 못했다. 

바이로이트를 떠나 간 곳은 튀렝겐주의 문화적 수도라 할 수 있는 바이마르. 오늘의 바이마르를 있게 한 게 바이마르 공국의 안나 아말리아 대공비라고 한다. 안나 아말리아가 남편이 죽고난 뒤 아들의 교육을 위해 초빙한 사람이 괴테고, 괴테가 큰아들의 스승 겸 친구가 되어 바이마르를 문화도시로 발전시켰다고 한다.

전용 차량을 돌려보낸 뒤 우리 일행은 걸어서 마을을 돌아다녔다. 먼저 간 곳은 바이마르를 독일 문학의 중심지로 번영하게 한 괴테의 괴테국립박물관. 당연히 나는 괴테관 앞에서 양팔을 벌리고 서서 전 세기의 천재 괴테의 에너지와 기운과 영감을 빨아들였다.

괴테관을 뒤로하고 괴테와 함께 바이마르 문화에 기여한 실러를 기념한 실러관을 구경했다. 

괴테관, 실러관, 외관 짱짱한 문화시설, 대학 등이 있는 데다 건물과 도로, 대공비공원(이 공원 이름은 정확지 않음)이 멋져서인지 바이마르 구시가지와 바이마르 바우하우스(짓다 집의뜻)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단다.

바우하우스에도 갔는데 계단 난간이 예쁘다는 느낌 말고는 뭐 특별한 감흥은 없었고 학생들이 거기서 실습전시회를 하고 있었는데 꽤 모던하고 실험적인 느낌이었다. 바우하우스는 1919년 시작된 건축공예운동으로 비실리 칸딘스키가 교장인지 교수인지를 했다고.

그리고 가이드 데친샘이 일행에게 자유시간을 줘서 우리는 뿔뿔이 흩어져 동네를 배회하며 건물을 구경했다.

무슨 성, 무슨 건물 등 이름이 알려진 건축물뿐 이니라 은행, 여관, 호텔, 가정집같은 일상적으로 쓰는 건물들이 다 예뻤다. 유럽은 한마디로 건물구경한다~하고 다니면 본전은 뽑을 수 있는 듯했다. 

저녁이 다가오자 한바탕 소나기와 함께 쌀쌀한 추위가 몰려왔다. 눈에 띄는 베트남식당에 들어가 주문을 하는데 어찌나 의사소통이 안 되는지 식당 주인이 한국식당 약도를 그려주며 제발 이 식당으로 가라고 부탁했다. 노우! 우리 세 명은 베트남어 해석앱을 깔아 기어이 주문에 성공하고, 거기서 나와 실러관 식당에서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며 바이마르의 저녁을 즐겼다는 게 오늘의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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