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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지숙 Sep 19. 2023

리이프치히의 추억은 뮤지엄(Mdbk)으로 채우고

2023년 4월 21일

-아침 열 시. G유스호스텔에서 나와 바로 맞은편에 있는 뮤지엄(Mdbk)으로 갔다. 라이프치히 Mdbk의 정확한 명칭은 Museum der bildenden Kunste Leipzig이다.

가이드 데친 샘에게 티켓을 받아들고 현대미술전(3층)과 중세미술전(2층), 주목받는 작가들 전시전(1층)을 돌아다니며 보았다. 세 층에 있는 그림이 너무 많아 하나하나 다 설명까지 읽어가며 보기는 체력적으로 무리였고, 내가 즐기는 감상법으로 세 층을 관람했다. 

감상법의 핵심은 내게 말을 걸어오는가 아닌가, 이야기를 상상하게 만드는가, 이다. 

한 남자가 다른 남자의 뒤에서 어깨에 턱을 얹은 자세로 기대고 선 그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 앞에서 오래 서 있었다. 이야기가 스쳐 지나갔고, 다시 되돌아온 이야기가 가슴으로 배로 밀고 들어와 슬픔으로 고이는 느낌을 버리고 움직일 수가 없었다. 열 시 좀 넘어 들어가서 열두 시 반에 나왔다.      

-뮤지엄에서 나와 거리카페에서 스테이크와 슈니첼을 맛나게 먹고 거리에 쏟아지는 햇볕과 사람들과 버스킹 음악에 잠겨 라이프치히를 즐겼다.

큼직큼직하고 담대하고(도시에도 성격이 드러나더라고) 도로가 넓어 눈이 시원하고 거리의 행인들은 걸음이 경쾌하고 빨랐다.

소도시에 가면 그 소도시에서 살고 싶고, 도시에 들어서서 거리를 둘러보면 그 도시에 살고 싶다. 헝가리에서도 그랬고 독일에서도 그렇다. 물론 체코도 마찬가지고. 실현 불가능한 걸 바라는 이런 헛소리도 실은 마음속에 차있는 과한 욕심이겠지. 

한 가지만 해라, 한 가지만. 

젊은 시절도 아니고 내가 제일 미친 듯이 날 뛴 50세 무렵 몇 년간 사람들로부터 듣던 소리를 이제 내가 나한테 한다.     

-이제 체코 데친 숙소로 돌아왔다. S, H와 함께 라면을 끓여 먹고 파리행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두 사람은 파리행을 결정했고, 이미 가는 좌석은 유레일 패스 활성화를 시켰다. 27일쯤 돌아오는 좌석은 저장만 해놓았고. 이 상태에서 같이 가자는 달콤한 제안에 일단 알겠다고 하고 내 방으로 돌아와 유레일패스를 골라 결제버튼을 앞에 두고 고민했다. 

고민 많이 하고 결정했다. 안 가는 걸로. 

결제버튼으로 달려가는 손을 잡은 건 엘베강이었다. '동유럽 유작정 한달살기'를 붙잡고 있는 건 국경마을과 엘베강이었다. 이 두 가지 키워드를 버리고 파리로 가서 며칠을 보내고 나면 한달살기에 뚫린 구멍이 너무 클 것 같았다. 지금도 내 게으름으로 한달살기가 점점 밋밋해지고 있는데 구멍까지 뻥 뚫려서야 될일이 아니다 싶었다. 

오늘이 4월 21일 밤 11시. 떠나는 날까지 9일 남았다. 30일까지 데친을 살고, 5월 1일 프라하 바츨라프 하벨 국제공항으로 간다. 그때까지 9일을 데친 산책자로 살기로 마음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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