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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지숙 Sep 23. 2023

최애 작가 카프카를 만나고 프라하성으로

2023년 4월 28일

프라하 성(Pražský hrad)을 다녀왔다. 프라하 성이 체코의 상징인 건 알았지만 대통령 집무실로 사용되는 줄은 여기 오기 전까지는 몰랐다. 여행하는 바람에 공부 참 많이 한다. 

왕궁, 행정 시설, 성당, 요새, 정원과 황금 소로가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는 이 성을 8, 9년 전에 패키지로 휘리릭 스쳤는데 이상하게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그때 당시 13일간 여러 나라를 다니며 너무 많은 성을 보는 바람에 뒤죽박죽돼서 그런지 내가 여기 온 게 맞나 싶게 낯설었다. 카를교는 선명히 기억나더만. 

며칠 전 카를교를 보러 왔을 때 구시청과 천문시계, 구시가를 돌고 프라하 성을 못봐서 오늘 다시 찾았는데, 안 보고 갔으면 어쩔뻔했나 싶다. 사실 오늘은 프라하 오면서 세 군데를 목적으로 잡았다. 프라하 성, 카프카 박물관, 구 유대인 공동묘지 등 세 곳이었다. 

프러하 거리에서 폼잡고 점심 먹어보자 해서 거하게 점심을 먹은 후, 먼저 간 곳은 카를 다리를 건너 바로 갈 수 있는 카프카 박물관이었다. 문학애호가라면 대부분 청년시절 한때, 카프카의 불안이 반영된 그의 문학을 사랑했을 텐데 나 또한 예외는 아니어서 기대감이 컸다. 박물관은 너무 으리으리하지도 않았고 생각보다 초라하지도 않았으며 심하게 카프카스럽지도 않게 카프카의 문학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을 반기고 있었다. 사후 그를 기념하는 박물관까지 불안한 의식의 상징처럼 난해하기 짝이 없게 자리해 있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았겠지만 오늘 본 인상처럼 단정 단호한 대중친화적 모습으로 서있는 것도 좋아보였다. 카프카가 활동했던 당시의 프라하 모습을 상영하고 있었고, 그의 책 초판과 생애, 이력을 담은 사진 등이 원본으로 전시되어 있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최애했던 몇 작가 가운데 한 명이라 마치 연모했던 첫사랑 국어샘을 만나는 기분으로 2층 전시실에 머물렀다. 

카프카박물관에서 나와 구 유대인 공동묘지로 가려고 했으나 비가 너무 많이 왔다. 쏟아지는 비에 어깨를 적셔가며 묘지로 가던 중 동행했던 S는 몸살이 도져 갤러리를 찾아 들어가고, 나와 H는 묘지를 건너뛰고 프라하 성으로 갔다. 십년전 가볍게 올랐던 계단을 터질 것 같은 심장을 눌러가며 올랐다. 프라하 성 가려다 절명할 수도 있겠다 싶게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서 성보다 먼저 프라하 시의 모습을 내려다보았다.

역시 남들 사는 모습은 위에서 내려다봐야 맛. 하나님이 왜 가장 낮은 곳과 더불어 가장 높은 곳에 거하시는지 알겠... 그리고 프라하 성이 이다지도 높게 있으니 과연 체코 공화국의 대통령이 머물고 싶기도 하겠고, 체코의 왕들과 신성 로마 제국의 황제들이 이곳에서 통치를 했음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체 이 성이 어떤 성인지 궁금해 기차를 타고 데친 숙소로 돌아오면서 검색해보니, 프라하 성이 세계에서 가장 큰 옛성이라고 위키백과가 가르쳐 준다. 길이는 약 570 미터, 폭은 약 130 미터에 달한다고. 그외 구구절절 엄청 긴 설명이 나오는데 패스. 내부구경하는 데 에너지를 쏟아부었다.

암튼 프라하 성 규모가 이 정도니 우리가 길을 잃을 밖에. 삐까번쩍한 프라하 성을 돌아보고 출구를 통해 나왔는데 아까 우리가 올라온 길과 모양새가 달랐다. 내 생전 여기는 분명 처음 와보는 곳이라 하니 눈밝은 H도 그렇단다. 올라온 길로 가려니 입장했던 곳도 어디 있는지 헷갈렸다. 

S가 카를 다리 근처에서 기다리는데 싶자 난감했지만, 남들 내려가는 길로 내려와 추적거리는 비를 뚫고 프라하 중앙역으로 가기로 했다. S가 가있는 카페나 갤러리를 찾아가기보다 중앙역에서 만나는 게 나을 거 같았다. 우리 전화를 받은 S가 다행히 급히 달려와 주어 우리는 좀 이른 시간인 16시 45분 프라하를 출발하는 차를 아슬아슬하게 탈 수 있었다. 

저녁에는 일행 중 한 명의 생일파티 겸 한달살이 종료를 기념하는 파티를 열었다. 요리와 와인, 꽃과 선물이 풍성했던 자리. 함께 어울리다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올라왔다.(먼저 일어나는 사람 벌칙으로 춤까지 짧게 춰주고) 

2퍼센트, 혹은 20퍼센트 뭔가 어긋나 있는 느낌이 이 여행 내내 지속된다. 이유가 이 기획여행 자체에서 발생한 오류 때문인지 표피적인 어울림을 극도로 싫어하고 피곤해 하게 된 내 심리적 증상 때문인지는 차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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