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지숙 Sep 23. 2023

체력저하로 드레스덴은 겉핧기만 하고

2023년 4월 27일

오늘은 드레스덴을 깊이 알고 오리라 결심했는데, 고백하자면 그냥 겉핥기만 하고 왔다. 출발은 드레스덴 중앙역. 내가 도착해서 20분쯤 기다리니 S와 H가 숙소에 짐을 부려놓고 역으로 왔다.

출발은 좋았다. 트램 타지 말고 떼아뜨르플레이츠로 걸어가자고 해서 방향 짐작하고 가니 구글이 알려준 것보다 더 가까웠다. 가는 길에 나 빼고 두 사람이 쇼핑몰 구경하는 재미를 느껴 여기저기 둘러보았다. 나는 쇼핑몰, 백화점 이런 거 구경은 하는데 뭐가 좋은지, 뭐가 세련됐고 뭐가 후진지 감각이 없으니 그냥 멍하니 보는 편. 그러니 사실 10분쯤 지나면 지겹지.

떼아뜨르플레이츠에 도착, 셋이서 프라우덴 교회와 수천 개의 타일을 붙여 만든 왕들의 행렬 벽화, 구시가 한복판에 있는 츠빙거 궁전(츠빙거궁이 아름다운 정원으로 유명한데 정원이 공사중으로 다 파헤쳐져 있었다. 헐!), 젬퍼 오페라 하우스를 도장깨기 하듯 구글에 의지해 좍 돌았다.

일단 눈도장을 찍고 점심 먹고 좀 자세히 보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져 구시가 정원 오르는 길에 있는 식당에서 와인과 맥주를 곁들인 굴라시와 무슨 콩요리를 먹었다. 나는 아직 몸살기운이 살짝 남아있어 술은 자제.

문제는 점심을 먹어 배가 부르자 두 동행께서 너무나 피곤해했던 것. S는 잠이 쏟아진다며 예약해둔 숙소를 찾아갔고, 튼튼하기 짝이 없는 H마저도 엘베강이 내려다보이는 정원길을 걸으면서 근육이 땡긴다고 자꾸 허리를 굽혀 다리를 문질렀다. 

아침에 전화받고 부리나케 챙겨 하루를 신나게 돌 생각을 했던 나는 좀 맥이 빠졌다. 도자기박물관, 젬페 오페라하우스 등을 묶어서 할인되는 입장권을 사자고 해도 둘 다 피곤해서인지 내켜하지 않았던 터라 이런 식으로 거리투어만 할 거라면 웬만치 다 본 거 아닌가 싶었다. 

우리가 또 프라하도 한번 더 가기로 했는데 날씨를 보니 내일은 괜찮은데 모레 글피는 비가 많이 쏟아지는 걸로 나왔다. 나는 숙소로 가있던 S에게 전화를 걸어 숙소예약 취소하고 오후에 드레스덴 좀 더 구경하다가 돌아가는 게 어떠냐 했고, 약간의 실랑이 끝에 그렇게 하기로 했다. 

오늘 늦게까지 드레스덴 거리도 좀 돌아보고 저번에 내가 너무나 좋아했던, 한 시간을 넋놓고 앉아있었던 브륄정원에도 가서 앉아있자고 했는데 S와 H는 일단 끌고 다녀야 할 짐도 많고, 파리여행의 피로가 쌓여 그냥 데친 숙소로 가자고 해서 서둘러 15시 59분 열차를 탔다. 말은 못했지만, 하루 일박을 하려다가 내가 고집을 좀 부려 돌아온 게 두 사람에게 미안하긴 했다. 하루 예약한 데서 잤더라면 이튿날 에너지 회복 드레스덴을 샅샅이 보고 박물관에 입장해 속사정(?)까지 볼 수 있었을 텐데 싶어 나도 아쉽긴 했다. 

숙소로 돌아와 H가 솜씨를 발휘해 떡국을 끓여 먹었더니 몸에 남아있던 한기가 죄 빠져나가는 듯했다. 역시 한국사람에게는, 굴라시도 나쁘진 않았지만, 뜨끈한 국물이 보약. 힘내서 내일은 프라하로 가기로 했다. 

오늘 새삼 깨달은 것. 여행은 체력조절이 관건이라는 것.

이전 26화 이 길 끝에는 뭐가 있을까? 저 길 끝에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