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내가 손을 뜯는 이유

불안에서 벗어나는 다른 방법

by 삐약이

어릴 때부터 나는 유독 손을 뜯거나 입술을 뜯는 등 내 몸에 자주 상처를 내곤 했다. 처음에는 작은 상처가 커 가면서는 점점 피까지 날 정도로 아픈 상처가 됐다.

그런데 이런 상처가 나도록 뜯으면서도 나는 별 감흥이 없었다. 내 몸이 아프다는 건 알았다. 그러나 그것을 인식하자 더욱 더 뜯는 것에 집중하기 시작해 결국 손에 큰 상처를 남기는 일이 잦아졌다. 어릴 때는 모르니까 그런다고 하지만, 이미 성인이 된 후에도 그런다는 건 문제가 있었다. 특히 손을 안 쓰는 날은 괜찮았지만, 이제는 안마를 하기에 더욱 더 무긴 할 수 없게 됐다.

엊그저께도 나는 손을 심하게 뜯었다. 결국 손에 밴드를 하고 안마를 하는데 오늘보다 어제가 통증이 더 심해 힘들었다.

왜 내가 손을 뜯는 건지 처음에는 이유를 알지 못했다. 오히려 그냥 막연히 '오늘도 뜯었네'하고 넘어갈 뿐 이유를 알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러다 저번에 병원에서 손을 뜯는다는 얘기를 의사 선생님께 얘기하자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 하셨다.

"불안해서 그래요. 지금 불안하고 스트레스를 받으니까 어린아이 같이 손을 뜯거나 하는 거에요. 병아리 씨가 왜 불안한지 이유를 찾아야 해요. 계속 손을 뜯는 게 아니라 이유를 찾고 그 불안에 대해 생각하는 게 중요해요."

듣고 보니 그랬다. 내가 불안하거나 내 생각대로 안 될 때, 나는 어느샌가 손을 입에 가져가 거스르미가 잇는 부분을 뜯으며 상처를 내고 있었다. 그 당연한 걸 여태 왜 몰랐는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이유는 명확했다. 그래서 최근 내가 어째서 이러는지를 생각해 보게 됐다.

이유는 불안감이었다. 요즘 뒤숭숭한 뉴스를 보고, 갑자기 불쑥 충동성이 찾아오는 바람에 진정이 되지 않아 또다시 손을 뜯어버린 거였다. 이유를 알고나자, 어느정도 명확해지면서 속이 후련했다. 여태 손을 뜯고나면 엄마에게 잔소리를 듣거나 엄마의 한숨을 들어야 햇는데, 내 불안을 알게 되자 엄마에게 솔직히 "엄마, 나 불안해요."하고 말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안마를 하는 이상 내 손을 소중히 해야 한다는 파트너 이모의 말로 인해서 내 버릇을 고치기로 결심 했다. 처음부터 아예 안 뜯는 게 아니라 뜯고 싶어도 참거나 손에 반지를 끼는 등 다양한 방법을 써 봐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예전에 충동적으로 사던 쇼핑도 지금 열심히 안 하려고 하는데 손 뜯는 것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안마는 손이 생명이다. 손으로 안마를 해야 하기에 손에 상처가 나면 안 된다. 상처 난 손으로 하면 상대에게 피가 묻을 수도 있고, 무엇보다 감각으로 느끼는 것이 둔해져 안마를 할 때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이제는 손을 뜯으며 불안함을 해소하는 대신 다른 방법으로 그것을 해소 하기로 결심을 굳혔다. 그러니 불안할 때 왜 불안한지를 생각하고, 그 불안감을 없앨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아직은 그 방법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조만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야 내가 일하는 것에 지장을 덜 줄 거고, 일에 더 집중 할 수 잇게 될 테니까.

이제 한 해가 지나가려 한다. 이번 해에는 많은 고민과 노력이 있어야 했던 시기였다. 그러니 내년에는 더 멋진 병아리가 되기 위해 고쳐야 할 것들을 고치는 그런 내가 되고 싶다.

keyword
월, 수, 금 연재
이전 28화28. 악기를 통해 변화 된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