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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작가 정해경 Jan 27. 2023

[몰타어학연수] 몰타가 어디야?    

몰타 어학연수 제1장 #4  몰타에서 어학연수를 한다고? 

50대에 어학연수는 핑계고


제1장 엘리멘터리 몰타  

#4. 몰타가 어디야?  



+ 몰타가 어디야?


내가 몰타에서 어학연수를 한다고 하니 사람들이 묻는다.


"몰타에서 어학연수를 한다고?"

"몰타가 어디야?"


아마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도 십중팔구는 똑같은 질문을 할 것이다. 사실 나도 처음에는 '몰타'가 어디인지 정확히 몰랐다. 막연히 어학연수를 가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딱히 어느 나라로 가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다. 가격이 싸다는 필리핀은 처음부터 아예 고려 대상이 아니었고 그다음으로 많이 가는 호주, 캐나다도 그렇고 영어 하면 미국인데 미국의 경우 비싼 비용은 둘째로 치더라도 일단 마음에 와닿지 않았다.


그렇다면 영국은?  영국 영어, 미국 영어 이런 비교영상이 있을 정도인데 영어 발음 이런 것보다는 영국이라는 나라 자체에 크게 흥미가 없었다. 유럽의 여러 나라를 여행할때 이상하리만치 영국은 늘 제외였다. 하지만 막상 런던을 떠날 때 너무너무 아쉬워 계속 울었을 정도로 내가 런던과 사랑에 빠질 줄 그때는 몰랐다.


어학연수는 가야겠고 어느 나라로 갈지 도대체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있을 때 지인에게 고민을 털어놓았는데 지인 왈 "몰타로 가세요. 당신에게는 몰타가 정말 잘 어울릴 것 같아요." 이러는 것이 아닌가.

"네? 몰타요?" 가만있어보자, 몰타라는 지명을 어디선가 들어본 듯은 한데 정확히 몰타가 어디에 있는지는 나도 몰랐다. 너무 궁금해서 구글지도에 '몰타, 'malta'라는 지명을 검색을 해보니 나라가 너무 작아서 지중해 바다 한가운데로 표시가 된다. 다시 한번 지도를 키우고 나서야 3개의 섬을 이루어진 몰타 지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


내친김에 초록창에 '몰타', '몰타 어학연수' 이렇게 검색을 해보니 맙소사... 검색창은 처음부터 끝까지 몰타어학연수로 도배가 되는 것이 아닌가? 몰타가 이런 나라였나 싶어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지중해 한가운데 위치한 몰타는 EU에 속한 국가로 주요 산업은 관광인데 특별한 산업이 없는 몰타에서 어학연수는 관광 다음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나라였다. 어학연수가 산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에 나라는 작은데도 불구하고 대형, 중소형 등 다양한 규모의 어학원이 있어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었다.   


실제로 6월 중순 ~9월 중순까지는 피크 시즌이라 어학연수생들이 기존에 비해 2~3배가 증가했다. 약 인구 40만 명 정도인 몰타에 여름 성수시 때는 1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몰타로 몰려든다고 한다. 관광객과 어학연수생이 몰타의 인구보다 많은 셈이다. 이 말의 또 다른 의미는 피크 시즌에는 외국인의 경우 숙박비, 교통비 등 모든 제반 비용에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는 사실이다.  

 몰타, 코미노, 고조 3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몰타는 지중해 한가운데 위치하고 있다.

+ 몰타로 어학연수를 간 이유 


통상 어학연수를 어디로 갈 것인가를 결정할 때는 대부분 비용과 학습시간 등을 고려하게 된다.

필리핀 어학연수는 대부분 기숙학원으로 숙식이 제공되고 매일 6~7시간 수업을 받는다.

몰타 어학연수는 기본적으로 3시간 수업이고 자신이 원하면 인텐시브 수업이라고 해서 1.5 시간 추가 수업을 들을 수 있는데 별도의 비용이 든다. 가끔씩은 인텐시브를 무료로 제공해 주는 프로모션이 있기도 하다. 특히 공무원 연수가 가능한 어학원이 있어서 공무원들이 어학연수로도 많이 택하는 곳이기도 하다.  

호주, 캐나다 어학연수  미국 영어를 배우고 싶은데 미국 어학연수가 부담될 경우 차선책으로 선택할 수 있다.

미국, 영국 어학연수는 경제적 사정이 허락한다면 미국이나 영국을 선택하기도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두 나라에서 연계해 어학연수를 선택하기도 하는데 상대적으로 비용이 저렴한 나라에서 어느 정도 영어를 익히고 난 다음 미국, 영국, 캐나다 등에서 연수를 이어가는 것이다. 나의 경우도 몰타에서 6개월, 영국에서 4개월 연계연수로 구성했다.


공부와 비용만 생각하자면 필리핀이 가성비가 높지만 내가 아무리 영어 공부가 목표라고 해도 무조건 공부만 하길 원하는 건 아니었다. 영어와 휴양 두 가지를 충족할 수 있는 곳을 찾았고 그 조건에는 몰타가 최적이었다. 몰타는 몰티즈라는 자국의 언어가 있지만 영국의 지배를 받았기에 공용어가 영어인 나라다. 무엇보다 치안이 한국만큼 좋은 곳이라 유럽여행에서 가장 고민해야 하는 소매치기 등 이런 건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또한, EU에 속한 나라이기 때문에 EU 국가 간에는 별도의 입국심사가 필요 없고 대부분 2~3시간 정도면  유럽 어느 나라던 저가항공으로 여행이 가능 한 곳도 큰 장점이었다. 실제로 5월에 몰타에서 이탈리아 볼로냐로 여행을 다녀왔는 데 왕복 항공권이 약 22천 원이었다. 이러니 몰타 어학연수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아직 생소하다면 생소한 나라인 몰타지만 은퇴 후 다른 나라에서 살아보면서 영어도 배우고 유럽으로 여행도 다니기 위해 그대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몰타를 찾고 있다. 또한 50대 이상의 어학연수생들도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  오늘도 어학연수 카페에는 50대인데 어학연수로 몰타로 간다는 사람들의 글이  넘쳐나고 있다.  

몰타는 2004년에 EU에 가입했다.


+ 지중해의 보석, 몰타


시칠리차 섬 남쪽으로 약 100km 떨어져 있는 섬나라로 우리나라 제주도의 1/6 정도의 크기다. 가끔 몰타가 국가가 맞냐는 질문을 받기도 했는데 몰타의 정식 국가 명칭은 몰타 공화국( The Republic of Malta)다.  2004년에 EU에 가입했으며 화폐는 유로화를 사용하고 있다. 몰타는 몰타섬, 고조섬, 코미노 3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몰타섬과 코미노 섬에만 사람이 살고 코미노는 사람이 살고 있지 않다. 3섬을 다 합해도 제주도의 1/6, 강화도의 크기, 서울의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데도 몰타섬과 고조섬 간에 지역감정이 있으니 사람 사는 곳 어딜 가나 마찬가지라는 말은 몰타도 예외도 아니다. 지중해 한가운데에 위치하고 있는 데다가 풍경도 아름답고 겨울을 제외하고는 거의 비가 오지 않기 때문에 유럽사람들의 휴양지로 매우 사랑받고 있는 나라다. 이런 몰타를 '지중해의 보석'이라고 부르고 있다.

몰타의 수도 발레타는 도시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몰타는 지중해라는 지정학상으로 굉장히 중요한 곳에 위치하고 있어 지중해 패권을 다투는 모든 나라들이 한 번씩 다 몰타를 거쳐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고대 그리스부터 카르타고, 로마, 비잔티움, 오스만 튀르크, 노르만, 아라곤(스페인), 오스만 튀르크,  로마교황청, 프랑스, 영국까지 몰타를 누가 지배했는가가 바로 지중해의 역사라고 할 수 있겠다. 그야말로 파란만장한 역사를 가진 곳이 바로 '몰타'로 이런 연유로 인해 유럽, 아프리카, 이슬람 주요 문명의 흔적이 몰타 곳곳에 남아 있다. 몰타가 다른 유럽과 비슷하다 싶으면서도 확연히 다른 느낌을 갖는 이유다.

지정학적으로 무척 중요한 곳이었던 몰타  (지도 출처 : 안젤로 요새)


+ 성요한 기사단 Knight of Saint John

이렇게 부침이 많았던 몰타가 세계사에서 존재감을 드러낸 건 십자군 때부터다. 몰타를 얘기할 때 성요한 기사단을 빼고는 말할 수가 없다. 제1차 십자군 원정 때 예루살렘을 정복 후 이곳으로 순례를 떠나는 순례단의 구호와 진료활동을 위해 기사단이 만들어진다. 세례자 요한의 묘지 위에 진료소를 세웠다고 해서 기사단의 이름도 성요한 기사단이라고 이름붙여졌다.  오스만 튀르크가 점점 세력이 커지면서 팔레스타인에서 패하자 기사단은 키프로스와 로도스 섬으로 근거지를 옮기게 된다. 이후 로도스 섬도 오스만 튀르크에 패하자 기사단은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게 된다. 신성 로마 제국의 카를 5세는 기사단에게 북아프리카 해적을 소탕하라며 몰타에서 머물게 하면서 이때부터 몰타는 나폴레옹에 정복당하기 약 300년간 성요한 기사단이 지배하게 된다. 나폴레옹이 망하면서 몰타는 영국령이 되었고 1차, 2차 세계 대전에서는 영국 해군의 주요 거점으로 활용되면서 몰타도 독일과 이탈리아 군에 의해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2차 대전 후 1964년에 연영방으로 남는 조건으로 독립했고 1979년 3월 31일 영연방에서 완전히 탈퇴해 완전한 독립국가가 되었다. 현재 요한 기사단은 로마에 본부를 두고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성요한 기사단의 십자가는 총 8개의 모양으로 끝부분이 갈라진 독특한 모양이다.


몰타 곳곳에서는 성요한 기사단의 흔적들이 남아 있는데 몰타에서 꼭 봐야 하는 것 중 하나는 바로 성요한 대성당이다.  겉으로 봐선 여느 대성당과 큰 차이가 없지만 안으로 들어오는 순간 황금색의 화려한 성당 내부를 보면 그야말로 입이 떡하니 벌어진다. 특히 이곳에서는 바로코 미술의 창시 자라고까지 일컫는 까라바조의 그림 2점이 있는데 까라바조가 유일하게 서명을 남겼다는 그림 한 점이 바로 이곳 성요한 대성당에서 볼 수 있다.


성요한 대성당과 관련된 자세한 설명은 다른 회차에서 이어가겠다.

세례자 요한에게 헌정된 성요한 대성당
오스칸 투르크와 대항해 싸웠던 성요한 기사단


+ 몰타를 알린 일등 공신은 BTS!!

지중해 작은 섬나라에 불과한 몰타가 우리나라에 알려지게 된 계기는 바로 BTS가 가장 큰 일등공신이 아닐까 싶다. 어찌 보면 몰타는 BTS가 오기전과 후로도 나뉜다는 얘기를 하는데 2018년 BTS의 몰타 여행기를 담은 본보야지가 선보이면서 대중들에게 알려진 계기가 아닐까 싶다. 몇 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BTS  멤버들이 찾았던 가게들은 팬들에게 성지순례의 장소가 되기도 한다. 그중 가장 유명한 곳은 바로 발레타에 있는 귀금속 가게다. BTS 멤버 진이 이곳에서 귀걸이를 산 곳으로 이 가게는 한국인이 먹여 살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몰타 어학연수 마지막을 마치고 나도 뭔가 나에게 선물을 하나 하고 싶다고 생각했고 마침 할인을 한다고 해서 발레타의 매장을 찾았다. 아저씨는 내가 한국인이라는 것에 반색하며 진이 입대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그걸 어떻게 알고 계시냐고 했더니 세상에 몰타 신문에도 진의 입대소식이 실려있는 게 아닌가. 아저씨는 친히 신문을 꺼내 보이며 진이 소개된 신문을 고이 간직하고 계셨다. 그렇지 않아도 BTS는 웬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 그룹이라 정말 뿌듯했는데 외국에서 한국 연예인 입대소식을 현지인에게 들을 줄이야..

BTS가 다녀간 발레타의 주얼리 숍. 진의 입대소식이 실린 몰타의 신문


+ 우리나라와도 깊은 관계가 있는 몰타  

열에 아홉은 몰타가 어디에 있는 나라인지 잘 모르지만 사실, 몰타는 우리나라와도 꽤 연관이 싶다. 세계 제2차 세계대전 후 한반도가 남과 북 38선으로 나뉜 1945년 얄타회담은 다 알고 있을 것이다. 본격적인 얄타 회담을 앞두고 프레 얄타 회담(pre-yalta conference malta 194)이 당시 중립국이 있던 몰타에서 열리게 된 것이니 우리가 아무 관련이 없다고 생각했던 몰타도 알고 보면 전혀 관련이 없는 건 아닌 셈이다.

1945년 프레 얄타회담이 열린 몰타


이젠 냉전이라는 말도 생소한 단어가 되어 버렸고 냉전 종식 후 이제 유일한 분단국가로 남아 있는 한반도다. 이 '냉전'이 종식된 것이 바로 '몰타회담'이었다는 걸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1989년 미 합중국 대통령인 조지부시와 소비에트 연방의 서기장인 미하일 고르바초프간의 몰타 회담으로 냉전이 공식적으로 종식됐다. 이처럼 세계사에서 굉장히 중요한 회담 중 하나로 손꼽히는 몰타 회담이다. 그렇다면 왜 하필 지중해 작은 섬나라인 몰타였을까?  알려진 바에 따르면 몰타는 지리적으로 동, 서, 남, 북이 교차하는 곳에 있고 영국의 지배를 받은 후 '비동맹을 선언'하며 사실상 중립국이었기 때문에 냉전종식 선언을 위한 곳으로 최적이었던 셈이다. 좀 비약해 보자면 1945년 프레 얄타회담에서 시작한 전 세계인의 평화를 위한 갈망은 1989년 몰타회담으로 그 방점을 찍었다고 볼 수도 있겠다. 포에니 전쟁, 십자군 전쟁, 나폴레옹전쟁, 세계 1,2차 대전까지 주요 역사의 고비마다 동서양의 문명이 뺏고 빼앗았던 몰타의 운명이 바로 세계사의 축소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않은가. 이런 몰타를 몰타를 단지 '유럽의 휴양지' 정도로만 인식하기엔 몰타로선 참 섭섭한 일이겠다.

1989년 몰타회담에서 사실상 공식적인 냉전을 선언했다.


덧. 5천 년 전부터 사람이 살았던 몰타에는 이집트 피라미드보다 오래된 세계문화유산이 있다지요. 지중해의 보석이라는 몰타의 매력을 하나씩 알려드리겠습니다.  


ㅁ 발레타 한눈에 보기 

https://brunch.co.kr/@haekyoung/105

https://brunch.co.kr/@haekyoung/104





긴 해외 생활에서 짐을 얼마나 가지고 가야 하고 어떤 짐을 필수로 들고 가야 하는지 궁금하시다고요~

다음 회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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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정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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