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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은하게 소똥 냄새가 나는 시골에 왔다.

냄새만 보면 전라남도 외할머니 집인 줄..

by 안개꽃

이사온지 2주가 다 되어간다. 떠나기 2주 전에 짐을 보냈는데 아직까지 못 받았으니 거의 4주째 정말 간단한 짐으로 생활중이다.

내가 이 정도 물건으로 이렇게나 길게 살아낼 수 있다니.. 이 강제 미니멀 라이프가 신기하기만 하다.


이사 온 첫날 착한 앞집 아줌마가 프라이팬 하나, 냄비 하나, 도마, 칼, 컵 등을 빌려줬고. 또 다른 이웃은 최근 토스터기를 새로 샀다면서 그전에 쓰던걸 빌려줬고, 우리 옆집 아줌마는 접시 등을 빌려줬다.

운 좋게 우리가 도착한 날 앞집 아이에 생일파티가 있었다. 코로나 때문에 차고 문을 열어두고 밖에서 대충 동네 애들 및 부모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축하해 주는데 우리 가족이 이웃들에게 인사하기 딱 좋은 세팅이었다.


약간 긴장을 머금고, "Hi~"로 시작해서 우린 저 멀리 토론토에서 지금 막 도착했다고 인사를 건넸다.

애들 있는 가족이 와서 너무 좋다며 다들 반겨주었고, 이삿짐의 행방과 함께 필요한 물건들을 척척 빌려주게 된 거다.

떠나오기 전 우리가 살던 동네 이웃들이 너무 좋아서 친구나 가족과 헤어질 때도 씩씩했는데, 옆집 앞집 아줌마들과 마지막 인사할 땐 나도 모르게 울고 있었다. 같은 또래 아이들을 키워서 그런지 나라가 달라도 워킹맘이라는 동지애가 매우 끈끈했었다. 서로 '아이고.. 회사 다니면서 애들 도시락도 싸고, 학원도 드롭해야 하고.. 밥도 하고.. 힘드네.. 너도 힘들지?' 하면서 서로 위로와 응원을 해줬었다.

그래서 그런지 무엇보다 새로 올 이곳에 이웃들은 어떨지.. 걱정이 많이 되었었다.

그런데 도착한 첫날 그런 걱정이 사라졌다. 이곳 사람들은 아주 친절하다. 이사 온 다음날 자기 생각이 짧았다면서 밥을 먹으려면 테이블이 필요할 텐데.. 빌려주지 못했다면서 차고에 있던 테이블과 캠핑체어 4개를 또 빌려주었다.


지난 2주간 첫눈에 반했던 호수도 여러 번 가보고 산에도 갔다. 산은 애들이 힘들어해서 금방 내려와야 했지만 남편은 앞으로 계속 도전해볼 생각인 것 같다.


다음 주에는 빨강, 파랑, 회색으로 각각 칠해져 있는 방 페인트를 바꾸려 집 전체 페인트 작업을 하게 된다. 집 고치고 회사 옮기고 좀 안정된 기분을 느끼고 살려면 연말은 돼야 할 것 같다. 시간이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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