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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7분 소설 0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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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셸 오 Nov 10. 2015

#섬 소년의 목선(木船) 기행

 소년은 제주도의 소섬(牛島)에서 나고 자랐다.  섬 아이들은 바다 건너 성산포의 도로 위를 버스가 달려갈 때 "저기 집이 굴러간다!"라고 놀라서 고함을 질렀을 만큼 문명의 혜택이 느렸다.

 1957년 소년이 초등학교 6학년이 되었을 때

 그의 아버지는 늘  육지로 나가서 고등학교를 마쳐야 한다며 아들의 어깨를 힘주어 잡곤 하였다.  소년의 이종 사촌 형은 이미 부산에서 직장에 다녔고 그의 큰 누나는 돈을 벌러 거제도로 떠났다.

섬마을 주민들이 육지로 나가는 방법은 오직 뱃길뿐이었고 제주항에서 큰 배를 타는 것은 상상도 못했다. 

뜨거운 태양이 섬을 불사르던 한 여름, 부산에 가 있던 이종사촌으로부터 소년을 보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마침  목선의 선장이 배의 출발 날짜가 정해졌다고 소년의 집을 찾았다.

  "거제도에 내려 누나도 만나게 하고  부산까지 데리고 가지요. 염려 말고 맡겨주세요."

배의 닻줄에 한쪽 팔을 잃은 선장은 나머지 오른 팔로 소년의 어깨를 잡으며 말했다.

 "고맙네. 꼭 아이 누나와 만나게 하고 부산에 가거들랑 아이 형에게 잘 인계해주게."

목선은 소섬의 12개 마을 주민들이 부탁한 곡식을 다도해의 섬 곳곳으로 날라다 주던 화물선이었다.

 목선이 출발하는 날, 소년의 부모는 거제도에서 물질하는 딸에게 줄  보리쌀 한 포대를 선장에게 맡겼다.  소년에게는 집닭이 몇 날 며칠에 걸쳐 하나 둘 낳은 계란 17개를 분유통에 담아 주었다.

"잘 간수해서 부산 형에게 꼭 전달하라."

소년은 친척이 간식으로 챙겨준 미숫가루와 계란이 담긴 분유통을 들고 천진항 목선 앞에 당도하였다.  목선은 바람 따라 달려간다 해서 풍선(風船)이라고도 하였는데 웅장한 배의 모습에 소년은 입을 쩍 벌리고 바라보았다. 하늘을 향해 치솟은 하얀 돛대는 소년의 낯선 곳에의 호기심을 더 부채질하였다. 배안의 짐칸에는 쌀, 보리를 담은 포대로 가득 찼다. 부산에 닿기까지 다도해의 섬, 섬마다 부려줄 섬사람들의 곡식이었다. 그  짐들 옆 빈 공간은 선장과 선원들이 같이 쓰는 선실인데 그곳에는 소년처럼 배를 얻어 탄 할머니와 어린 아이가 있었다.

소년은 미숫가루와 계란을 선실에 두고 뱃전에 올라갔다. 배는 물에 잠길 듯 불안하게 움직이며 떠 있었다. 잠시 후 30대로 보이는 젊은 남자가 배에 올랐다. 선실에  앉아 있던 할머니는 젊은 남자와 소년을 보더니

 "배는 언제 출발하는고?" 하고 물었다.

배는 저녁에 출발한다고 다들 알고 있었는데 저녁해가 지도록 배는 꼼짝을 하지 않았다.

 

"출항이 지연되었다!" 

 선장이 선실로 내려온 다리를 저는 선원을 향해 다. 배에 짐을 너무 많이 실었다고 출항을 허락하지 않았다 한다.

 " 짐을 내리라는데 누구 집 걸 내리나..."

붉은 머리 선원이 말을 받으며 고민에 휩싸였다. 사람들은 아무 말이 없었다.

 그렇게 배는 다음 날까지 묶여 있었다. 그리고 그 날 저녁부터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바람 불 때 배를 출발시켜야지. 빨리 출발해 버리자."라며 선장은 볏섬도 들어내지 않고

 관리들 몰래 배를 출발시켜버렸다. 돛을 펼친 목선은 그렇게 소섬의 천진항에서 몸을 서서히 떼어냈다.

한여름의 무더위는 숨이 턱턱 막혔다.

소년이 답답한 선실에서 나와 바깥 난간에 섰을 때 바닷물이 배 위 난간까지 올라와 손만 내밀면 바닷물이 닿았다. 선체는 물에 떠 있는 것이 아니라 잠겨 있다고 보는 것이 옳았다. 선실로 내려가니 할머니는 아이와 누워있었다. 소년은 미숫가루를 한 주먹 꺼내 아이에게 주고 자신도 입에 털어 넣었다. 그렇게 배 위에서 또 밤을 맞았다.

 망망대해 바다 가운데  맞이한 밤,  뱃전에 누 바라본  하늘에는 수많은 별들이 쏟아질 것처럼 반짝거렸다.  소년은  하늘의 별들을 가슴에 눈에 가득 담았다. 언제면 도착할까 아득하기는 하였지만 이제 새롭게 만나게 될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으로 소년은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배 위에서의 먹을거리는 풍족했다.

 선원들이 낚시를 여러 개 단 줄을 바닷물에 빠뜨리기만 하면 갈치들이 은빛 비늘을 반짝이며 줄줄이 올라왔다. 갈치 비늘에 반사된 햇이 바닷물빛과 어우러져 소년의 눈 속에서 빛났다.

삼일 째, 바람 한점 없이 조용한 낮이었다.  저 멀리 한라산이 여전히 보였다. 배는 꼼짝도 않고 떠 있기만 했다.

"이런 배는 목적지를 향해 바람을 잘 타면 씽씽 소리를 내며 속력을 내지.
그땐 기계를 단 배보다 빠르단다."

붉은 머리 선원이 말했다. 소년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여전히 시야에서 사라지지 않는 소섬으로 눈길을 주었다.

배에 탄 사람은 전부 7명이었다. 선장 외 두 명의 선원과 소섬 주민 넷.

성이 고씨인 할머니는,

"욕지도에 물질하러 간 딸에게 손자를 데려다주려고 배에 탔어." 라며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부산에서 큰 배를 타요. 그 배의 선원이거든요." 그렇게 말한 젊은 남자는 거의 매일 잠만 잤다. 

 소년은 배 안에서 팬티만 입고 지냈다. 바다에서의 여름은 땅 위보다 더웠다.

 그렇게  7일 후  드디어  첫 섬에 도착하여 땅을 밟았다.

 싣고 간 보리 포대의 일부를 약속된 사람들에게 내려주고 목선의 사람들은 섬의 어부들이 갓 잡은  가오리로 만든 회무침을 대접받았다. 소년은 처음 먹어 본 가오리 맛에 빠져 정신없이 먹었다.

 밥을 배부르게 먹은 일행은 다시 배에 몸을 실었다. 섬을 출발 후 낮 12시 30분경이었다.

 뱃전에 올라와 있던 할머니가 자는 아이를 보러 가야겠다면 일어섰다. 그런데 곧이어  자지러지게 우는 아이의 소리가 들려왔다.  소년은 선원들과 함께 선실 아래로 내려갔다. 고 할머니는  아이의 등짝을 사정없이 때리고 있었다. 아이가 오줌을 쌌다는 것이었다. 아이 주변에 물이 질퍽하였다.  

그때였다. 누군가가 크게 소리치기 시작했다.

"배에 구멍이 나서 바닷물이 들어온다!"

 선실 바닥 여기저기 물이 스며들어 있었다. 때리던 고 할머니도 울던 아이도 놀라서 고함치는 선원을 바라보았다. 소년도 허둥대는 선원들을 따라 뱃전으로 올라갔다. 무거운 곡식 포대를 옮겨서 물 새는 곳을 막아야 하는데 어디서 물을 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곡식 더미를 옮겨야 하는데도 선원들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충격을 받아 허둥대기만 하였다. 젊은 남자도 짐 더미를 들어내다 지쳐서  망연자실 서 있었다.

  바닷물은 배안으로 스며들어 전체적으로 적셔지기 시작했다. 다들 배 위로 올라갔다.  배가 잠기는 건 시간문제였다. 망망대해 지나는 배라고는 한 척도 없고 주 위에 무인도들만 보일 뿐이었다.

사람들은 두려움과 절망에 쌓여 입을 닫았다. 고 할머니는 하염없이 아이 머리만 쓰다듬었다.

끝없는 바다는  햇살을 받아 물 위에서 뛰놀며 두려워 떠는 인간들을 더욱 처참하게 외면하는가 싶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기적처럼  저 멀리 아득한 수평선 위로 큰 배가 두둥실 모습을 드러냈다.  그 배는 수평선 위로 점점 더 크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바로 그때,

 허리춤에 손을 얹고  허탈해하던 젊은 남자가 윗옷을 벗더니 돛대로 재빠르게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옷을 마구 흔들면서 고함을 지르기 시작했다.

"사람 살려! 사람 살려! 사람 살려!"

그러자 배의 선원들과 소년과 고 할머니까지 합세하여 고함을 지르기 시작했다.

조금 있다 큰 배가 소년이 탄 배 쪽으로  몸을 트는 것이 보였다. 고 할머니는 울음을 터트렸다.

"아이고오! 아이고오! 살았네 살았어."

 배가 목선 가까이 다가왔을 때 이미 배안에는 물이 발목까지 차올라 찰방거렸다.

소년은 팬티만 걸친 체로 구조되었다.  사람을 다 옮겨 실은 후 목선의 돛대에 줄을 이어 큰 배가 예인 하기로 하였다. 외팔이 선장이 소년의 어깨에 담요를 걸쳐주었다.  소년은 하마터면 자신의 몸뚱이를 앗아갈 뻔했던 바다를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그때 소년의 눈길에 뭔가 둥둥 떴다 잠겼다 하며 멀어져 가는 것이 잡혔다. 그제야 소년은 분유통의 계란 17개가 바닷물 속에 남겨진 것을 깨달았다.  한쪽으로 기운체  물결 속에 반쯤 잠겨 떠다니던 그것은 잠시 후 물속으로 완전히 사라져 버리고 없었다. 배 안에서는 다들 놀라운 일이라면 난리가 났다.

소년과 목선의 사람들을 구조한 배가 젊은 청년이 승선하기로 된 배였던 것이다.

사람들은 모두 하늘이 도왔다고 입을 모았다.


 욕지도에 닻을 내렸을 때, 고 할머니 딸이 통곡을 하며 달려왔다. 고 할머니도 가슴을 치며 울었다.

아이는 소년에게 손을 흔들며 항구를 떠났다. 목선은 물 새는 곳을 찾아 수리에 들어갔고 바닷물에 젖은 곡식 포대들은 모두 땅으로 끌어내었다. 욕지도의 햇살은 뜨거웠다. 젖은 보리 가마니를 뜯어서 펼쳐놓고 보리를 널어 말리기로 하였다. 그러는 사이 욕지도에서는 멸치가 많이 잡혀 섬이 들썩이고 있었다.

그물에서 튀는 멸치 떼가 그물터는 선원들을 한 폭의 반짝이는 점묘화처럼 수놓았다.  멸치들은 사람들의 발아래로 튀고 밟혔다. 어떤 것들은 다시 바닷물 속으로 구사일생 살아서 돌아가기도 하였고.

소년은 멸치회, 멸칫국, 멸치구이, 멸치조림을 먹었다.

삼 일 후 잘 말린 보리를 가마니에 넣고 수리한 목선에 다시 실었다. 돛이 바람에 기지개를 활짝 켜고 흰구름 사이로 높이 솟았다. 다시 출발이었다. 떠나기 전 말린 보리쌀로 밥을 지었다. 소년은 밥을 입에 넣는 순간 뱉어 버렸다.

"아우 짜워."

선원들과 선장은 보리밥에 물을 부어 씻어 내곤 우적우적 씹더니 삼켜버렸다. 배는 이전보다 훨씬 가볍게 움직였다. 섬, 섬, 섬을 지나며 남은 곡식들을 내려주자 배는 점점 가벼워져 물 위로 가볍게 떠올랐고 날개를 단 듯 작은 바람에도  미끄러져 갔다. 

다도해의 크고 작은 섬들을 지그재그로 지날 때 두어 채의 집들만 있는 섬도 많았고 사람이 살지 않는 섬들도 셀 수 없이 많았다. 소년은 날아오르는 갈매기에게 손을 흔들어 보고 직접 고기도 낚는 등 한층 여유롭게 행동했다. 그렇게 해서 바다 위의 시간은 또 흘렀다.

 

  소섬을 떠난 지 17일 만이었다. 거제도 항에서는 죽은 사람들이 살아왔다며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거기에는 항구의 직원을 비롯해 거제 주민들이 뒤엉켜 소란하였다. 소년의 누나도 배에서 내리는 소년을  보자마자 울며 달려와  부둥켜안았다.

" 계란이 다 빠져버렸어."

"살아 돌아왔는데 그게 다 무슨 소용이야."

바람은 배보다 빨라서 소섬을 떠난 목선이 바다에 침몰했다는 소식이 날아들었다는 것이었다.

소년은 누나에게 보리쌀을 내어 주고 다시 부산으로 향하는 목선에 올랐다.

부산으로 가는 뱃길에는 바람이 한없이 불어서 돛을 단 배는 그야말로 소리를 내며 씽씽 달리는 것이었다.

선장은 배가 바람을 타며 속력을 내자 돛을 반쯤 접어 올렸다.

세 개의 흰 돛이 일자로 서며 부산을 향해 달려갔고 다섯 시간 만에 부산항에 도착하였다.

욕지도까지 걸린 시간에 비하면 엄청난 속도였다.

 부산항에 들어서는 순간 처음 보는 높은 빌딩들과 크고 작은 집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소년이 기대했던 부산의 꿈을 한층 더 화려하게 수놓았다.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미지의 세계였다.

배들이 정박한 곳으로 목선이 다가가자 수많은 갈매기 떼들이 배 주위로 모여들며 주변을 하얗게 덮었다.

수많은 고깃배들이 바다에서 잡아 올린 생선들. 그리고 배에서 선별 작업하며 바다에 던져지는 고기들. 갈매기들은 그들의 풍족한 밥상을 발견하고 몰려든 것이었다. 갈매기들의 끼룩거리는 소리와 여기저기 똑딱선들이 울려대는 소리가 귀청을 열었다 닫았다 하며 소년의 정신을 빼놓았다.

"여기는 영도 대평동인데 목선만 접안하는 항구고 부산항은 저기란다."

선장이 손가락으로 다리 건너를 가리켰다.  가까이 보이는 그곳은 주변보다 빌딩들이 많고 큰 배들이 있었다.

둥근 항구를 내려보며 산 위에 까지 꽉 들어찬 도시의 알록달록한 집들이 딴 나라에 온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할 무렵 항구를 가로지른 다리 위를 보다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 다리 위로 긴 집이 속력을 내며 재빠르게 지나가는 것이었다. 그것들은 도무지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속력을 내며 사라지곤 하였다.

"하하 놀랐지? 저거 전차라는 거다."

선장은 소년에게 웃으며 말했다.

낮 12시경에 목선 주위로 사람들이 왁자지껄 몰려왔다. 침몰한 배가 들어왔다고 사람들이 반겨주려고 나온 것이었다. 항구에 몰린 사람들은 선장의 손을 잡고 선원들을 껴안고  시끌벅적했다.  소년은 자신을 찾아올 형은 언제쯤 올까 걱정은 되었으나 주변의 것들이 신기해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항구에는 크고 작은 배들이 쉴사이 없이 뿌웅뿌웅 기적 소리를 울리며 들어오고 나갔다. 그리고 따따따다 하는 소리를 내는 배도 있었고 바앙 바앙 하는 소리를 내는 배도 있었다.

육지 쪽 길에는 큰 집들이 미끄러지듯 눈에서  멀어지고 또 다가왔다. 다리 밑으로는 쇠로 만든 큰 배가 굴뚝에서 희고 검은 연기를 피워 올리며 지나갔다. 이렇게 많은 집들과 배들을 본 적이 없었다. 하물며

수많은 사람들이 다리 위에서 서로 어깨를 부딪히며 물밀듯이 다들 어디로 가는지 바쁘게들 다니고 있었다.

그때 어디선가 소년의 이름을 부르는 사람이 있었다.

배에서 내려간 소년은  양복 입은 남자에게 다가가 머리를 숙였다.

"형님께선 지금 출장을 가셔서 낼 집에 오고 내가 대신 너를 데리러 왔다."

그는 그렇게 말하면서 선장에게 소년의 형이 적은 메모지를 건넸다.

소년은 외팔이 선장, 선원들과 작별하고 양복쟁이를 따라 형의 집으로 갔다.

출장에서 돌아온 형은 소년을 반갑게 껴안았다. 그러나 소년은 계란을 바다에 다 빠뜨려 버린 것이 못내 아쉬웠다. 소년을 그를 따라 부산 구경에 나섰다. 그는 영도에서부터 서면까지 소년을 전차에 태워주며 부산 곳곳을 구경시켜 주었다. 서면 로터리에는 큰 나무들이 빽빽이 심어져 있었는데 전차는 큰 나무 사이로 나타나서 맞은편 큰 나무 사이로 사라졌다. 소년은 하루 종일 몇 번을 전차를 타고 다녔다.

차는 문이 두 개였다. 앞문에도 남자 차장이 있었고 뒷문에도 남자 차장이 있었다. 차장이 손님들을 향해 목적지를 고함을 지르며 안내했고 사람들은 그들의 목소리 안내를 따라 차를 타고 사라졌다.

그러나 이런 경이롭고 신나는 경험을 많이 하기에는 시간이 모자랐다. 여름 방학의 절반 이상을 바다에서 보내버려서 오래 지체할 수 없었던 것이다.

"중학교 졸업하면 꼭 다시 와. 여기서 학교 다니도록  형이 도와줄게."

형은 소년에게 그렇게 약속하며 배표를 끊어 주었다.

부산항에 정박한 배는 철선으로 배 꼭대기가 보이지 않을 만큼  어마어마했다.

"저 배가 도라지 호야. 저걸 타고 가면 된다." 형은 소년의 손을 꽉 잡고 흔들었다.

"형 꼭 올게요." 소년은 가기 싫은 마음을 억지로 숨겼다. 떨어지려는 눈물을 꾹 참았다. 소년은 부산으로 와서 고등학교를 다니리라 결심하면서 도라지 호에 올랐다.

아쉽고 지친 여정에 소년은 배에 오르자마자 잠이 들었고 다음날 아침에 눈을 떴다.

그런데 사람들이 제주도에 도착했다며 다들 짐을 꾸리며 일어서는 것이었다.

소년은 어리둥절해서 배 밖을 나왔다.

갈 때는 17일, 올 때는 겨우 하루.

소년은 믿기지 않는 눈으로 눈앞에 펼쳐진 성산포항을 바라보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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