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함은 모두 그림 속으로

그렇게 몸도 마음도 자유로워졌다.

지금의 내 모습만 아는 사람들은 불과 5~6년 전의 나의 사진을 보면 너무 달라서 알아보지 못한다. 한 때 안 놀아본 사람 없다지만, 예전의 나는 외모도 생활도 무척이나 화려했다. 지금은 시골에서 수수하게 화장기 하나 없는 모습으로 살고 있다만. 물론 나이와 함께 자연스럽게 변화한 것도 인정. 하지만 가장 큰 변화의 시점은 그림을 그리면서부터이다.


나는 원래 옷과 장신구, 구두, 가방 등 내 몸과 몸에 걸치는 모든 것을 쨍한 비비드 색과 찡 박힌 반짝이는 것들로 치장했다. 네일은 형광색과 보석을 붙였고. 머리는 핫 핑크색이나 금발로 염색을 하고 다녔다.(지금이야 보편화되었지만 나는 지금 20~10년 전의 이야기를 하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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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하고 비비드한 색 반짝이는 것을 온 몸에 걸치고, 핑크나 금발로 염색을..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가끔 작가분들이나 전공자들이 색감이 독특하다면서 직접 그림을 보고 싶다고 청할 때가 있었다. 한 명 두 명 점점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 늘고 그림을 구입하고 싶다는 사람들이 생기자, '내 그림의 색감이 뭐가 특별한가'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KakaoTalk_20221029_154030098.jpg 내가 좋아하는 사과와 나비가 들어간 그림들
KakaoTalk_20221029_154114626.jpg 이 그림의 비밀은 오른쪽 아래의 그림자 주인공이 누구냐는 것


그러고 가만히 그림을 보니,, 내가 몸에 걸치고 다니던 색감들이 그림 속에 들어가 있는 거다. 그리고 또 나를 가만히 보니 요란하고 화려하던 옷과 장신구가 사라진 거다.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나도 모르게 점점 변하고 있었던 것 같다.


나는 뭔가 반짝이고 독특하고 튀는 것을 하지 않으면 어떤 욕구 같은 것이 채워지지 않는 것을 느끼곤 했었다. 어떻게든 화려한 색감으로 장식했고, 그게 나의 아이덴티티이고 스타일이라고 생각했다. 나조차 인지하지 못한 사이 그 모든 것이 사라진거다.


그렇게 몸도 마음도 자유로워졌다.


더 이상 머리카락을 반복 염색하면서 괴롭히지 않게 되었다.(그림을 그리면서부터 단 한 번도 염색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뾰족하고 예민하던 성깔도 많이 누그러졌다.


그래, 결국 내면이 문제였던 것이다. 나의 내면이 그림으로 비워지기도 채워지기도하면서 그 모든 결핍과 욕구가 사라진거다. 더이상 내 몸과 마음이 분출의 도구가 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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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치료를 할 때 왜 그림을 그리는지 알게 되었다. 옷도 더 이상 사지 않고 1주일에 한 번씩 바꾸던 화려한 네일도 더 이상 받지 않았다. 이것저것 충동적으로 하던 소비도 하지 않으니 돈도 절약되기 시작했다. 어떻게 그런 충동과 욕구가 한 번에 싹 사라지는지 신기할 뿐이다.


그림을 그리고부터 고마운 일도 많다. 내 그림을 보거나 간직하는 분들이 '에너지를 받고 생명력을 느낀다'며 '고맙다'라고 말씀해 주신다. 나야말로 감사하고 사랑스러운 일이다.




KakaoTalk_20221029_210610870.jpg 지난여름 혼자 등반한 지리산 정상 천왕봉


지금의 나는 그냥 시골 살면서 혼자 산을 다니는 아줌마다. 술공장에서 주는 유니폼과 운동화면 족하다. 튈 일도 없고 튀고 싶은 욕구도 없다. 여전히 그림은 세상 튀는 색감으로 그리고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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