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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함은 모두 그림 속으로

그렇게 몸도 마음도 자유로워졌다.

지금의 내 모습만 아는 사람들은 불과 5~6년 전의 나의 사진을 보면 너무 달라서 알아보지 못한다. 한 때 안 놀아본 사람 없다지만, 예전의 나는 외모도 생활도 무척이나 화려했다. 지금은 시골에서 수수하게 화장기 하나 없는 모습으로 살고 있다만. 물론 나이와 함께 자연스럽게 변화한 것도 인정. 하지만 가장 큰 변화의 시점은 그림을 그리면서부터이다.


나는 원래 옷과 장신구, 구두, 가방 등 내 몸과 몸에 걸치는 모든 것을 쨍한 비비드 색과 찡 박힌 반짝이는 것들로 치장했다. 네일은 형광색과 보석을 붙였고. 머리는 핫 핑크색이나 금발로 염색을 하고 다녔다.(지금이야 보편화되었지만 나는 지금 20~10년 전의 이야기를 하는 중) 


화려하고 비비드한 색 반짝이는 것을 온 몸에 걸치고, 핑크나 금발로 염색을..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가끔 작가분들이나 전공자들이 색감이 독특하다면서 직접 그림을 보고 싶다고 청할 때가 있었다. 한 명 두 명 점점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 늘고 그림을 구입하고 싶다는 사람들이 생기자, '내 그림의 색감이 뭐가 특별한가'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내가 좋아하는 사과와 나비가 들어간 그림들
이 그림의 비밀은 오른쪽 아래의 그림자 주인공이 누구냐는 것


그러고 가만히 그림을 보니,, 내가 몸에 걸치고 다니던 색감들이 그림 속에 들어가 있는 거다. 그리고 또 나를 가만히 보니 요란하고 화려하던 옷과 장신구가 사라진 거다.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나도 모르게 점점 변하고 있었던 것 같다. 


나는 뭔가 반짝이고 독특하고 튀는 것을 하지 않으면 어떤 욕구 같은 것이 채워지지 않는 것을 느끼곤 했었다. 어떻게든 화려한 색감으로 장식했고, 그게 나의 아이덴티티이고 스타일이라고 생각했다. 나조차 인지하지 못한 사이 그 모든 것이 사라진거다. 


그렇게 몸도 마음도 자유로워졌다.


더 이상 머리카락을 반복 염색하면서 괴롭히지 않게 되었다.(그림을 그리면서부터 단 한 번도 염색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뾰족하고 예민하던 성깔도 많이 누그러졌다. 


그래, 결국 내면이 문제였던 것이다. 나의 내면이 그림으로 비워지기도 채워지기도하면서 그 모든 결핍과 욕구가 사라진거다. 더이상 내 몸과 마음이 분출의 도구가 되지 않는 것이다.



심리치료를 할 때 왜 그림을 그리는지 알게 되었다. 옷도 더 이상 사지 않고 1주일에 한 번씩 바꾸던 화려한 네일도 더 이상 받지 않았다. 이것저것 충동적으로 하던 소비도 하지 않으니 돈도 절약되기 시작했다. 어떻게 그런 충동과 욕구가 한 번에 싹 사라지는지 신기할 뿐이다. 


그림을 그리고부터 고마운 일도 많다. 내 그림을 보거나 간직하는 분들이 '에너지를 받고 생명력을 느낀다'며 '고맙다'라고 말씀해 주신다. 나야말로 감사하고 사랑스러운 일이다. 




지난여름 혼자 등반한 지리산 정상 천왕봉


지금의 나는 그냥 시골 살면서 혼자 산을 다니는 아줌마다. 술공장에서 주는 유니폼과 운동화면 족하다. 튈 일도 없고 튀고 싶은 욕구도 없다. 여전히 그림은 세상 튀는 색감으로 그리고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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