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위로 오버랩 된 진회색 하늘, 차창에는 강 너머 북로의 무심한 차량들이 고속으로 스치고 있다. 낡은 필름 카메라 렌즈로 바라보는 것 같은 대기 질. 모든 것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과거가 되고 있다. 겨우 오후 두시인데도 말이다. 택시 뒷좌석에서 그것을 내다보고 있는 소영.
"마음만 먹으면 어디든 가서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남의 눈치 볼 필요가 있을까요."
소영은 눈을 돌려 중앙 콘솔에 자랑스레 걸린 '30년 무사고 배지'를 바라보았다. 젊은 시절 사우디 파견직으로 번 돈으로 당시에 택시 한 대를 구입하고 그 이후로 줄곧 이 일을 해 온 한 사람. 자식을 대학에 보내고 오늘도 달리고 있는 사람. 오십 년째 이 일을 해왔다고 하는 그의 이야기가 문득 궁금했던 소영은 입을 열었다.
차창 밖에서 보이는 택시 내부의 대화. 말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미소를 띤 둘의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