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네가 내 자리에 날아들었다.
바람에 날려 온 꽃씨처럼.
가만히 날아와,
그 자리에 내려 앉았다.
그건 온당치 않았다.
내가 분명 기도하지 않았던가
몇날 몇시에 네가 오게 해달라고.
내가 필요한 그때를
맞추어 와야 한다고.
그 시간들을 하릴 없이 보내고,
포도 나무 가지들이 수그러들고,
열매들이 땅에 떨어져
썩어가고,
진창이 된 바닥에
햇빛이 조금 들어
위를 보고 있을 때였어.
땅을 갈아엎고,
바람을 보고 있었어.
땅 위에 앉은 작은 씨앗이
거짓말처럼 싹을 틔우고,
아기손처럼 곱고 튼튼한
초록잎들을 피워낼 때
나는 겁이 났어.
눈 앞에 보라빛 꽃들이 가득한
평원이 보였거든.
바람에 넘실거리는 보라색,
이끝에서 저끝까지
내 가슴 가득히 채우는
꽃향기.
이미 나는 알고 있었지.
꿈속에서 그리던
그 향기가
나에게 날아들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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