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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 쑤 Feb 22. 2019

무아

가장 두려운 일은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그래 이미 아무것도 아님을 알고 있다.


나의 삶, 나의 감정, 나의 바램, 나의 사랑, 나의 소원이

작은 씨앗이 발아하여

잎을 내고,

줄기를 세워 세상의 바람을 맞고

햇빛을 찾아 수군대는 그 모든 짓들과

무엇하나 다를 것이 없음을.


나는 내 마음 속에 기록실 직원을 두어

틈만 나면 자판을 두드리며 수인의 동태를

빼곡이 보고하고 있지만,

어느날 수인도 기록실 직원도

일시에 사라지면,

남는 것은 연기일뿐이니.


하늘을 움직일 듯한 기원이나,

사랑하는 이의 온몸에 바르고도 남아 손으로 핥아 먹어도 족할

나의 윤기어린 애정은

있음이 아닌 그냥 움직임.

수많은 작용의 하나.

의미를 두는 나를 멈출 수 없어

허락된 영역들.


어쩌면 거대한 사랑의 본류에서

잠시 결정화되어 이쪽으로 던져진

나와 너는.

우리는 이곳에서 만나기 전

깊은 바닷 속 어느 때부터

구별되지 않는 전체였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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