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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 쑤 Jun 19. 2016

바람에 실려온 꽃씨

어느날 네가 내 자리에 날아들었다.

바람에 날려 온 꽃씨처럼.


가만히 날아와,

그 자리에 내려 앉았다.


그건 온당치 않았다.

내가 분명 기도하지 않았던가

몇날 몇시에 네가 오게 해달라고.

내가 필요한 그때를

맞추어 와야 한다고.


그 시간들을 하릴 없이 보내고,

포도 나무 가지들이 수그러들고,

열매들이 땅에 떨어져

썩어가고,

진창이 된 바닥에

햇빛이 조금 들어

위를 보고 있을 때였어.

땅을 갈아엎고,

바람을 보고 있었어.


땅 위에 앉은 작은 씨앗이

거짓말처럼 싹을 틔우고,

아기손처럼 곱고 튼튼한

초록잎들을 피워낼 때


나는 겁이 났어.

눈 앞에 보라빛 꽃들이 가득한

평원이 보였거든.

바람에 넘실거리는 보라색,

이끝에서 저끝까지

내 가슴 가득히 채우는

꽃향기.


이미 나는 알고 있었지.

꿈속에서 그리던

그 향기가

나에게 날아들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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