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의 시작을 고민하는 팀장님에게
대화는 흐릅니다.
작은 시냇물이 보여 큰 바다가 되듯이 흘러가야 합니다. 중간에 잠시 머물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고인 물은 썩어 버리듯 대화가 멈추지 않게 흐를 수 있도록 의도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대답을 하지 않을 까봐 걱정돼서 1on1이 두려워요.”
“대화는 자주 하는데, 제가 말을 더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이게 맞는지 모르겠어요.”
누군가와 만나서 1on1을 한다는 것.
상대를 만나기 전부터 마음의 긴장도가 올라가고, 실제 대화가 내 마음 같지 않은 경우도 많습니다. 괜찮습니다. 누구나 그렇거든요.
그래도 잘하고 싶으니까 1on1 대화에 대해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말을 하는 것과 대화를 하는 것은 다릅니다
말을 한다는 것은 자신의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는 것입니다. 하고 싶은 말의 내용을 정리하고, 사용하는 단어를 고민하고, 표정이나 목소리에 변화를 주면 말을 잘한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겠지요.
대화를 하는 것은 상호작용입니다. 두 사람 사이가 연결되고 관계가 형성되는 것입니다. 최고의 대화에서 결과물은 신뢰관계가 형성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신뢰관계가 첫 만남에서 바로 만들어지기는 어렵습니다. 즉, 한 번의 대화로 신뢰가 만들어지고, 유지되기를 바라면 안 되겠지요? 한 번의 큰 대화가 아니라, 작은 대화의 지속성을 생각해 보게 됩니다.
대화의 시작은 작은 것에서 출발합니다
작은 대화, ‘스몰토크’라고 합니다.
소소하게 가벼운 대화를 말하며, 메인 대화를 위한 워밍업 대화입니다. 상호작용하는 우리 서로가 인간이 아니라 AI처럼 디지털, 기계적 관계라면 스몰토크는 하지 않게 될 확률이 높아집니다. 챗GPT 와 대화를 하기 전에 잘 지냈는지 안부를 묻는 경우를 보지 못했거든요. 단도직입적으로 본 메인 대화로 들어가더라고요.
스몰토크가 어렵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본격적인 대화를 시작하기 전에 하는 인사나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 대화가 매끄럽게 연결되지 않을 때 대화의 흐름을 원활하게 만드는 관점 전환용 질문들도 스몰토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스몰토크는 관계가 연결되기 위해서 하게 되는 대화이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하게 됩니다. 단지, 우리는 조금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닐까요?
대화를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무거우면, 시작부터 무거워질 수 있습니다.
대화의 시작은 만나는 ‘상대와 연결되고 싶다’는 마음부터 시작해 보면 어떨까요? 그렇게 되면 우리가 함께 알고 있는 것, 혹은 상대방이 좋아하는 것, 관심 있는 것을 생각하게 됩니다. 상대방에 대한 관심이 바로 시작입니다.
“주말에 마라탕을 처음 먹어 봤어요. 아이들이 좋아하더라고요. OO님은 어떤 음식 좋아해요?”
“오늘 공지된 OOO사항이 흥미롭던데, OO님의 생각은 어때요?”
대화의 시작을 위해서 질문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스몰토크와 관련해서 생각해 볼까요?
날씨, 일, 여행, 음식, 취미, 방금 일어난 사건 등의 가벼운 주제로 시작합니다.
내 이야기 먼저! 이 질문을 왜 하는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나의 생각을 오픈합니다.
답정너! 기대하는 답변이 있다면 물어보지 않습니다.
옳고 그름의 판단 평가 없이 듣습니다.
상대방의 답변과 연결하여 이야기 속으로 들어갑니다. 갑자기 다른 주제의 질문을 하지 않습니다.
스몰토크로 질문을 했다는 것은 듣기 위한 것임을 기억합니다.
1on1의 주제가 이미 공유가 된 상황이라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도 됩니다.
스몰토크의 목적을 잊지 않아야 합니다. 상대와 내가 연결되어 대화를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나 종교, 외모, 나이, 불편한 감정을 만드는 이야기를 스몰토크의 주제로 선정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대화가 안전하게 진행될 것이라는 느낌을 가질 수 있게 만드는 것이 필요합니다.
대화의 목적을 생각합니다
계약서를 작성하기 위해 세일즈맨을 만났다고 생각해 봅니다. 만나자마자 계약서를 주면서 “확인하시고 서명해 주시면 됩니다.”라고 말한다면 기분이 어떨까요? 계약서에 서명하러 온 것이 맞기는 하지만, 뭔가 불편한 마음이 듭니다. 이 사람과 계약을 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 의심하기도 합니다. 만나면 반갑게 인사하고, 가벼운 이야기도 하면서 편안한 분위기가 되었을 때 계약서를 확인하고 서명을 하면 조금 더 편할 것 같습니다. 단, 스몰토크가 너무 길어지는 것도 안 되겠지요? 이럴 때 필요한 것은 메인 대화로 전환하는 것입니다. 계속 스몰토크만 하면서 시간을 낭비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잡담만 하다가 면담시간이 끝나는 경우가 많아요.”
“업무적인 대화, 목표달성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면 얼굴 표정이 굳어져서 불편해져요.”
조직의 팀장, 중간관리자 분들이 언제 메인 대화로 들어가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 이유를 물어보면 대화를 부드럽게 진행하기 위해서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세상의 모든 대화가 항상 부드럽고 매끄럽지는 않습니다. 그럴 때는 그냥 시작을 알려주시면 됩니다. “이제 우리가 함께 고민해야 하는 것을 나누어 볼까요?”라고 메인 대화에 초대하는 것입니다.
메인 대화가 시작되자마자 얼굴 표정이 굳어지는 것이 정말 문제가 되나요? 심각한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얼굴에 미소가 가득한 것도 이상한 일입니다. 표정이 굳어지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상황에 맞지 않는 표정이 문제인 것입니다. 메인 대화가 시작되면서 만들어지는 얼굴 표정은 그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이것도 대화의 일부분입니다. 상대방의 얼굴 표정, 몸 언어도 읽어주세요.
말을 해야 할 때와 대화를 해야 할 때를 구분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크고 깊은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작은 대화부터 시작된다는 것도 기억해 주세요. 그렇게 관계가 깊어지고, 조직의 문화에 영향을 미치는 심리적 안전감을 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음료와 함께 했으면 좋겠어요.
무언가를 함께 먹는다는 것은 대화의 긴장감을 풀어줄 수 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