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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민 Sep 05. 2022

11화: 천기저귀의 안감은 어떤 소재로 만드나요?

이 시리즈의 9화에서 일회용 기저귀의 구조를 살펴보았습니다. 기저귀는 안감(topsheet), 흡수층, 커버(backsheet)로 구성됩니다. 각 부분은 뚜렷한 목적을 갖고 있어요. 안감은 아기의 피부에 직접 닿는 부분으로, 수분을 빨아들여 흡수층으로 보내고 표면을 뽀송뽀송하게 해야 해요. 흡수층은 최대한 수분을 잘 머금고 있어야 하지요. 커버는 수분이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게 하면서도 공기가 잘 통해 피부가 답답해하지 않도록 해야 하구요. 맡은 기능을 잘 수행하기 위해 안감, 흡수층, 커버마다 적절한 원단이 사용됩니다. 그 중에서도 이번 글에서는 천기저귀의 안감 소재로 자주 사용되는 원단이 무엇인지 살펴보겠습니다. 


안감의 가장 주요 임무는 수분을 빨아들여 흡수층으로 보내고, 표면은 뽀송뽀송해지는 것입니다. 이를 전문용어로 하자면 '흡한속건(땀과 수분을 잘 흡수하고 빠르게 건조한다)'이라 할 수 있어요. 영어로는 wicking이라는 용어가 이에 해당됩니다. 위킹이란 모세관 현상으로 액체를 빨아들이는 것을 의미해요. 여름 기능성 옷감으로 많이 거론되는 특성이 바로 이 위킹입니다.


사진출처: https://www.cottonworks.com/en/topics/fabric-technology/performance-technologies/wicking-windo


위킹 원단으로는 폴리에스테르, 메리노 울, 울, 폴리프로필렌, 스판덱스, 밤부, 고어텍스, x-static, 나일론, 아크릴, 모달, 마이크로모달, 레이온 그리고 최근에 만들어지는 대부분의 합성섬유 원단을 들 수 있어요. 위킹 원단은 인체에서 수분이 나오면 이를 원단에 퍼져들게 하고 바로 바깥으로 증발시켜요.      


1. 합성 섬유


기능성 원단 중에 흡한 속건, 즉 수분을 잘 흡수해지고 금방 건조해지는 특성을 지닌 것들이 있어요. 이런 특성을 지닌 원단들을 위킹(wicking) 원단, 혹은 stay-dry 원단이라고 불러요. 한국에서는 뽀송이 또는 흡습속건(수분이나 습기를 흡수하여 빨리 마르는), 또 더 일반적으로 ‘기능성’ 이라는 용어를 자주 쓰지요. 여러 용어가 있지만 여기에서는 혼돈을 방지하고자 그냥 위킹 원단이라고 할게요.     

위킹 원단은 대체로 폴리에스터 합성 섬유로 만들어요. 폴리에스터는 잘 구겨지지 않고, 내구성도 강해서 천연섬유의 단점을 보완할 획기적인 소재로 여겨졌어요. 합성섬유 중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기도 하구요. 하지만 폴리에스터 원단은 원래 수분 배출에 취약해요. 그러니 폴리에스터 비율이 높은 옷은 천연 섬유로 만든 옷에 비해 입었을 때 불편감이 더 클 수 있어요. 하지만 폴리에스터가 1951년 개발된 뒤, 섬유 과학이 눈부시게 발전했습니다. 폴리에스터에 쿨 앤 드라이 가공을 하여 신체의 수분이 잘 배출되고 원단이 뽀송한 느낌이 들도록 하는 신종 원단이 다양하게 등장했어요. 


쿨맥스(cool-max)     

위킹 원단의 대표주자로 쿨맥스를 들 수 있어요. 쿨맥스는 미국 듀퐁사가 1986년에 개발한 섬유의 상표명이예요. 쿨맥스는 폴리에스테르 섬유로 만들어지는데, 원사를 만들 때 네 개의 움푹한 홈(채널)을 만들어 일반 실에 비해 표면적이 넓어지도록 해요. 이런 4채널 구조는 모세관 현상을 일어나게 하여 수분이 신속하게 흡수되고 배출되도록 합니다. 면보다 14배나 더 빨리 땀을 흡수하고 체외로 발산시킨다고 해요. 이런 성질 때문에 쿨맥스는 양말에 가장 대표적으로 사용되고, 침구, 스포츠 용품에도 자주 쓰여요. 쿨맥스는 폴리에스테르 소재라 세탁이 편리해요. 건조도 빨리 되구요. 또 면과 같이 부드러운 감촉이라 착용감도 좋아요.     


http://www.quality-fabrics.com/mattress-ticking/technical-yarns/technical-yarns-coolmax.php
쿨맥스 소재를 안감에 사용한 기저귀 예시                                


플리스(fleece)     

플리스도 천기저귀 안감으로 자주 쓰여요. 제가 기억에 나는, 플리스로 만든 물건은 담요였어요. 제가 어렸을 때 돼지 그림이 그려진 보라색 담요가 있었는데 그게 바로 플리스 소재였어요. 요즘은 플리스로 만든 재킷도 유행하고 있지요.


플리스로 만드는 대표적인 제품 예시: 담요와 재킷


즉, 플리스는 보온용으로 탁월합니다. 플리스는 폴리에스테르로 만드는 합성 섬유 원단이예요. 매우 부드럽고 가벼우며, 체온이 밖으로 나가지 않게 가두면서도 외부의 공기를 차단해줘요. 그리고 기저귀 안감으로 쓰고자 할 때 특히 중요한 점인데, 플리스는 물을 싫어해요. 플리스는 물을 잘 흡수하지 못해요. 젖거나 세탁을 하더라도 금방 마르지요. 기저귀 안감으로 쓰인 플리스에 소변이 닿으면, 소변은 금방 흡수층으로 옮겨가고 플리스는 다시 뽀송뽀송해져요. 이렇게 보면 플리스는 안감으로서 매우 훌륭한 소재이지만, 합성 소재가 아기 피부에 닿는 게 꺼려진다면 선호하지 않을 수 있고, 또 다소 더울 수 있다는 단점이 있어요. 더운 계절이 아니면 플리스 안감의 기저귀는 아기의 피부를 쾌적하게 지켜주는데 효과적이예요. 플리스는 두께에 따라서 폴라플리스, 마이크로플리스 등 다양한 종류가 있어요.     


플리스를 안감으로 사용한 기저귀 예시 (찰리바나나 OS)


스웨이드는 100% 폴리에스테르 원단으로, 표면에 아주 짧은 털이 있고 다른 쪽은 매끈한 편물 형태도 되어 있어요. 원래 스웨이드는 새끼 양, 소 등의 가죽의 한쪽 면을 부드럽게 보풀려서 짧은 털이 생기게 만든 천연 소재예요. ‘세무’라고도 부르는데 이런 소재로 만든 구두나 재킷을 본 적이 있을 거예요. 기저귓감으로 쓰이는 스웨이드는 합성섬유로 만든 인조예요. 

스웨이드 하면 보통 떠올리게 되는 것 중의 하나, 구두


위킹저지(wicking jersey)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물을 내뱉어내고(wick), 편물로 짜여진(jersey)원단이예요. 지금 살펴보고 있는 뽀송이 원단들이 다 위킹의 성질을 갖고 있지만, 위킹저지의 경우는 저지, 즉 편물로 짜여져 신축성이 있다는 것이 차별점이예요. 신축성이 있으면 좀더 아기의 활동에 맞춰 변형이 되니 착용감이 편한 장점이 있겠지요? 위킹저지 류도 편물의 방식, 메쉬 여부 등에 따라 정말 종류가 다양하더라구요. 미국의 Wazoodle이라는 웹사이트에서는 다양한 위킹 원단을 판매하고 있어요.


Wazoodle 웹사이트에서 판매중인 다양한 위킹 저지 원단들


2. 천연섬유


이상 살펴본 위킹 원단들은 모두 흡습 속건의 기능은 탁월하지만, 어쨌거나 합성 섬유라는 단점이 있습니다. 합성 섬유에 큰 불편을 느끼지 않는다면 이러한 위킹 원단이 좋겠지만, 특히나 피부가 예민하다면 천연 섬유를 더 선호할 수도 있습니다.      


천기저귀 안감으로 천연 섬유를 사용하는 경우도 자주 있어요. 사각 기저귀의 경우 따로 안감 없이 그 자체를 접어서 아기에게 채웁니다. 면 소재의 사각 기저귀를 그냥 쓰기도 하는데, 팬티형 천기저귀 안감으로 쓸 수도 있지 않겠어요? 하여 면, 광목, 소창 등의 천연 소재 원단을 팬티형 천기저귀 안감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자주 있어요. 천연 소재 원단은 흡습 속건 기능이 따로 있진 않아서 기저귀가 축축해지면 아기가 불쾌감을 느낄거예요(그래서 갈아달라고 울겠지요?). 빨리 기저귀를 갈아준다면 큰 불편은 아니겠지만, 합성 소재의 위킹 원단만큼 쾌적한 느낌은 아닐 수 있어요. 아무튼, 기저귀가 젖지 않은 상태에서는 천연 소재 안감이 쾌적할 듯해요.      


소창을 안감으로 사용한 기저귀 커버


최근에 급부상한 친환경 소재로 대나무 섬유를 들 수 있어요. 천기저귀나 침구류에서도 요즘 밤부 원단을 사용한 경우를 쉽게 찾아 볼 수 있지요. 대나무 섬유는 소재는 천연이예요. 대나무를 쓰니까요. 대나무 펄프를 추출해서 원사로 만든 걸로 원단을 짤 수도 있고, 대나무를 아주 잘게 쪼갠 후 녹여서 화학 처리를 해서 만들 수도 있어요. 밤부 원단은 부드럽고 통기성, 내구성, 흡습성이 좋아요. 그러니 유아가 사용하는 의류, 침구, 천기저귀 등에 딱 좋은 것이지요. 게다가 면의 경우보다 더 자연적으로 잘 자라서, 환경을 덜 오염시키는 방식으로 재배가 가능해요. 밤부는 소재를 일컫는 이름이고, 이를 가지고 밤부거즈, 밤부테리, 밤부다이마루, 밤부자가드 등 다양한 원단이 나와 있어요. 원하는 특성의 밤부 원단을 골라 쓰면 됩니다. 기저귀 안감 용으로 특히 인기 있는 종류를 꼽으라면 밤부사틴(주자)을 들 수 있어요. 사틴(satin)은 평직에 비해 조직이 빗결 무늬라서 부드럽고 표면이 매끈하고 구김이 덜한 특성이 있어요. 사틴 자체가 광택이 있고 보드랍잖아요? 그걸 밤부로 만들었으니 밤부와 사틴의 특성이 다 모여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사틴(주자직)의 직물구조. 사진 출처: http://satutex.com/article/282-what-is-satin-a-fashion-lovers-guide-to-satin/
밤부 사틴 40수 원단 (출처: 다온코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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