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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민 Sep 11. 2022

13화: 천기저귀의 커버는 어떤 소재로 만들까요?

천기저귀 주요 소재에 대한 마지막 편은 커버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커버는 크게 두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우선 시중에서 ‘천기저귀 커버’라는 이름으로 판매되는 제품이예요. 이미 사각 또는 땅콩 기저귀를 채우고, 그 위에 샘 방지를 위해 덧입히는 용도의 물건이지요. 또한 일체형 기저귀에서 가장 바깥쪽에 위치한 부분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무엇이든 간에 커버의 임무는 안감이나 흡수층에 스며든 소변이 바깥으로 나오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소변이 샌다면 아이가 입고 있는 옷, 나아가 이불까지 몽땅 빨아야하는 경우가 생겨요. 그러니 커버는 무엇보다도 방수가 우선입니다. 시중에 나와 있는 많은 천기저귀 커버는 방수 기능이 되어 있어요. 


하지만 방수가 다 된다고 해서 끝은 아니예요. 1910년대, 서양에서는 천기저귀를 안전핀으로 고정해 채우고 고무 팬츠(rubber pants)를 커버로 입히는게 흔했어요. 아마도 방수가 잘 되라고 고무 소재로 만든 것 같아요. 하지만 기저귀를 빨리 갈아주지 않는 경우, 기저귀 안의 소변 때문에 기저귀 발진이 일어난다는 우려가 있었어요. 제일 좋은 건 기저귀가 젖을 때마다 갈아주는 것이지만, 같은 조건에서도 기왕이면 통풍이 좀더 된다면 좋지 않을까요? 그래서 기저귀 커버는 통풍 기능도 중요합니다. 


예전에 기저귀 커버로 사용된 고무팬츠(rubber pants) 사진 출처: google                                


방수와 통풍이라, 함께 있을 수 없는 개념 같지 않나요? 하지만 원단의 종류는 무궁무진합니다. 방수와 통풍 둘 다 완벽하게 하긴 어려울지라도, 둘다 나름 괜찮을 정도로 기능하는 원단도 있어요. 이번 시간에는 기저귀 커버 소재로 완전 방수 원단, 부분 방수(통방) 원단, 통풍 원단을 알아보겠습니다.


완전방수


방수 천이라고 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저는 10년 전에 유행했던 키스캐드슨 가방이 생각나요. 이는 오일클로스 원단으로 만들어요. 오일클로스란 촘촘하게 짠 면이나 리넨에다가 끓인 린시드 오일 혹은 플라스틱(PVC)을 입혀 방수가 되도록 한 원단이예요. 라미네트라고 불리기도 하지요. 이는 주로 식탁보나 가방에 쓰여요. 저도 키스캐드슨 풍의 오일클로스 원단을 사서 가방을 만들어본 적이 있어요. 그 때의 감상이라면 그저 

‘두껍다!! 두꺼워도 너무 두껍다!’

였어요. 아무 생각없이 재봉 바늘을 몇 개 부러뜨린 후에야 두꺼운 바늘로 부랴부랴 교체했고, 그렇게 하더라도 두 겹 이상은 박기가 버거울 정도였어요. 기저귀용으로는 이런 원단을 쓰기는 어려워요. 너무 뻣뻣하고 두껍고, 세탁도 어려워요. 하지만 방수 원단은 오일클로스 외에도 많답니다. 


좌: 오일클로스 원단(출처: 아마존), 우: 캐스키드슨의 오일클로스 가방(출처: pinterest) 


기저귀 커버로 많이 사용되는 방수천은 PUL(폴리우레탄 라미네이트)예요. 이는 원단 한 쪽에 얇은 폴리우레탄 필름을 접착시킨 것이예요. 이는 가볍고 재봉도 용이한 편이예요. 편물로 만들어지지 않았더라도 어느 정도 탄성이 있어요. 당연히 방수는 아주 잘 되구요. 고온에서 세탁 또는 건조할 수 있고, 표백제나 알콜을 사용할 수도 있어요. 마음껏 세탁하고 소독할 수 있기 때문에 병원 침구류, 매트리스 커버, 웻백, 천생리대, 천기저귀 등에 사용되는 소재랍니다. 폴리우레탄 코팅 부분을 제외하고 주요 소재는 폴리에스터인 경우가 많아요. 겉감이라 아기 피부에 직접 닿는 건 아니지만, 합성 섬유에 예민하다면 이 또한 단점이 될 수 있어요.  PUL의 또다른 단점이라면 코팅된 부분이 시간이 지날수록 마모되어 떨어져나간다는 것이예요. 그래도 기저귀 커버용으로 가장 인기있는 소재 중의 하나가 PUL이랍니다. 저도 이 소재로 된 천기저귀가 있는데, 세탁하고 난 직후에 보면 물기가 또르르 굴러갈만큼 방수가 잘 돼요. 잘 말라요. 


좌: PUL 원단을 커버로 사용한 찰리바나나 일체형 기저귀(출처: 찰리바나나 웹사이트) 우: PUL 원단(출처: Wazoodle.com)


부분방수(통방-통풍방수-형)


부분방수란 참 어려운 개념이예요. 어떻게 통풍도 되면서 방수도 될까요? 얼마나 통풍이 되고 방수가 되어야 통방이라 할 수 있을까요? 사실 조금 전에 완전 방수 원단이라고 소개한 PUL(폴리우레탄 라미네이트)도 종류에 따라 통풍 정도가 달라요. 일반적인 PUL은 폴리에스터 원단 한 쪽에 폴리우레탄 코팅을 하여 통기성이 없어요. 하지만 똑같이 폴리에스터 원단에다가 방수가 되면서 통기성이 있는 co-poluester film을 접착한 원단은 통기성이 있어요. 코팅된 표면에 아주 작은 구멍이 있어서 습기를 배출해 주거든요.      


폴리에스터가 아닌 면 원단의 안쪽에 방수코팅을 한 원단도 있어요. 기본은 면이니까 좀더 통풍이 되고, 안쪽에 방수코팅이 되어 있으니 방수도 잘 되어요. 저는 이런 원단으로 아기 방수요를 만든 적이 있어요. 이 때는 아기가 누워 자는 쪽은 오가닉 면 100%라서 촉감이 좋고, 요와 맞닿는 부분은 방수 코팅이 되어 있어요. 이런 원단으로 기저귀 커버를 만든다면 방수도 되면서 면의 통풍 기능을 살릴 수 있을 거예요. 국내에서 팬티형 천기저귀 주문제작하는 판매처에서는 이런 원단을 사용한, 일명 ‘통방형 기저귀’를 구입할 수 있어요.      


다온텍스에서 판매하는 면 방수코팅 원단 (출처: 다온텍스 블로그)


꼭 이런 면 방수코팅 원단을 사용하지 않고 일반 면을 사용하더라도, 안감과 흡수층을 적절하게 사용하면 어느정도 통풍도 되고 방수도 되게 할 수 있어요. 가령 겉감은 방수력이 1도 없는 면 원단을 쓰더라도, 안감을 마이크로플리스나 극세사와 같이 물기를 잘 머금고 있는 원단을 사용하고 흡수층도 적절하게 있다면, 소변이 커버 밖으로 배어나오지 않게, 혹은 덜/천천히 배어나오게 할 수 있답니다.    

 

한가지 더, 완전 천연섬유이면서 완벽한 통방이 되는 원단이 있답니다. 바로 울이예요. 울은 흡수성이 우수하며, 천연 라놀린을 함유하고 있어 방수 기능도 좋아요. 사용 전에 라놀라이징을 해야 하고 물세탁을 하면 안되어 관리에 손이 가긴 하지만, 통풍방수가 되고 천연섬유이기까지 한 매력에 많은 엄마들이 울커버를 사용하고 있답니다. 엔젤 울커버처럼 시판 제품도 있고, 울 원단으로 재봉하거나 털실로 짜서 만들 수도 있어요. 

좌: Disana 울 커버(출처: Cambridge Baby)  우: Engel 울 커버(출처: Little Spruce Organics)


통풍


커버에 방수기능보다 통풍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면, 통풍이 잘 되는 소재를 선택하면 되어요. 면, 광목, 소창과 같은 천연 섬유는 통풍이 잘 됩니다. 천기저귀를 시작할 무렵, 면으로 커버를 만든 적이 있어요. 앞뒤로 면을 사용해서 방수라고는 1도 안되는 커버였지요. 그 때는 


‘방수가 뭐지? 됐고, 천연 섬유가 최고지!!’


하는 생각이 컸어요. 하지만 막상 써보니 너무 방수가 안 되니 아이가 소변을 볼 때마다 커버도 푹 젖어서 교체해야 했어요. 심지어 내복까지도 젖었지요. 방수기능이 아예 없는 커버를 쓰면 빨래의 양이 늘어날 수 있어요.     


밤부베베에서 나온 ‘바람망사 기저귀 커버’는 통풍의 끝판왕이라 할만해요. 구멍이 있는 메쉬 원단으로 만들어졌거든요. 이 커버의 장점은 바람이 잘 통한다는 것이예요. 반면 메쉬 원단의 구멍으로 소변 또한 새어나올 수 있다는 단점이 있어요. 어찌보면 

‘이런 걸 채울 바엔 커버를 안 하는게 낫지 않을까?’

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통풍이 중요하고 커버가 필요하긴 하다면 이런 커버도 선택지가 될 수 있겠지요?      


밤부베베 바람망사 기저귀 커버(출처: 밤부베베)


이상 천기저귀 소재를 완전 방수, 통풍 방수, 통풍으로 나누어 살펴보았어요. 복잡하긴 하지만, 내가 원하는 스타일을 찾고 조합하는 재미도 있어요. 그렇기에 지금도 어딘가에는 천기저귀를 만들기 위한 원단을 찾아보고 만드는 엄마들이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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