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정민 Sep 10. 2022

12화: 천기저귀의 흡수층은 어떤 소재로 만들까요?

일회용 기저귀는 고분자흡수체를 사용해 수분을 최대한 빨아들이도록 합니다. 고분자흡수체는 최대 자기 몸의 200배가 넘는 수분도 흡수할 수 있습니다.


고분자흡수체 가루(출처: wikipedia)


천기저귀는 그 정도로 수분을 많이 흡수할 수는 없지만, 원단 중에서도 특히 흡수성이 놓은 소재를 사용해 아기의 소변 1-2회량 정도는 충분히 흡수할 수 있어요. 이번 화에서는 천기저귀의 흡수층으로 자주 사용되는 소재로 마이크로화이버, 면, 대나무, 차콜밤부, 헴프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마이크로화이버


마이크로화이버(microfiber)란 우리말로 ‘극세사’를 의미해요.      


극세사라고 하니 떠오르는거 없으신가요? 저는 극세사 수면 바지가 떠올라요. 한 십여년 전부터 유행해 지금까지도 꾸준히 볼 수 있는 아이템이예요. 일명 ‘마약 바지’라고도 하여, 한 번 입으면 벗을 수 없을만큼 포근한 감촉이 들었지요. 그 즈음에 생후 한 달 쯤 된 아기 고양이를 길에서 발견해 데려와 키운 적이 있었어요. 그 아기 고양이가 제 극세사 수면 바지를 그렇게 좋아해서 매번 올라가 가르랑거리며 잠들곤 했어요. 이쯤이면 느낌이 오시지요? 그 정도로 포근한 느낌의 원단이 극세사입니다. 엄청 따뜻하기도 해서, 아주 추운 겨울날이면 그 수면바지를 입고 밖에 나가고 싶은 충동에 빠질 정도였어요.     


여튼, 극세사 원단을 짜는데 사용되는 극세사는 1데니어 이하 굵기예요. 1그램에 9000미터가 될 정도라고 하니, 얼마나 얇은지 좀더 체감이 되지 않나요? 극세사는 폴리에스터와 폴리아미드로 구성이 되는데, 이는 견고하고 부드럽고 흡수를 잘 하는 성질을 갖게 해요. 흡수를 잘 한다니, 수건용으로도 좋겠지요? 또한 먼지와 얼룩을 자석처럼 빨아들이고 또 걸레를 물에 헹구기만 해도 먼지가 저절로 분리되어요. 걸레용으로 이보다 좋을 수 없겠네요. 저희 집에도 친정 엄마가 극찬하며 사다주신 극세사 걸레가 몇 장이나 있답니다. 안경닦는 수건도 극세사로 많이 만들어요.


이상 살펴본 것처럼, 극세사는 흡수를 잘 하고, 건조도 빠르며 저렴하기 때문에 천기저귀 흡수층으로 사용하기에 알맞아요. 하지만 단점도 있답니다. 스펀지처럼 물기를 빨아들이기 때문에 압력이 가해지면 그동안 머금고 있던 수분이 샐 수 있어요. 또 합성섬유라서 세제와 소변이 합쳐져 안 좋은 냄새가 날 수 있어요. 이런 단점이 있지만, 단점이 크게 여겨지지 않는 조건에서 극세사는 천기저귀 흡수층으로 쓰기 좋은 소재예요.


마이크로화이버 소재의 인서트(Alvababy) 사진출처: 아마존



면, 광목, 소창


면, 광목, 소창 또한 흡수층으로 쓸 수 있어요. 모두 목화에서 얻은 천연 섬유이지만, 그 중에서 광목은 날실과 씨실을 무명실로 하여 짠 무명천으로, 재래의 무명천보다 너비가 훨씬 넓은 특징이 있어요. 소창은 광목보다 조직이 성근 특징이 있구요. 둘다 원래는 누런 빛으로, 여러 번 정련을 하면 뽀얘져요. 광목과 소창 모두 흡수성이 좋은데, 소창이 좀더 조직이 성글어서 빨리 마르는 성질이 있어 기저귓감으로 많이 사용되었어요. 어쨌거나 흡수층으로는 광목이나 소창 모두 괜찮아요. 꼭 광목이나 소창 같은 전통 옷감이 아니더라도, 요즘 나오는 사각기저귀, 손수건 용도의 면을 흡수층으로 쓸 수 있어요. 면의 최고 장점은 천연 섬유라는 점이예요. 살균을 하고 싶을 때 마음껏 삶아도 되고, 아기 피부에 바로 닿는 것도 안심이지요(흡수층으로 쓸 경우엔 크게 상관없겠지만요). 마이크로화이버처럼 안좋은 냄새가 날 걱정도 덜하구요. 단점이라면 흡수력이 아주 최고는 아니고, 부피가 좀 있다는 거예요. 


다양한 종류의 사각기저귀. 


헴프(마)


헴프(hemp)는 대마, 마로도 불리는 직물이예요. 면과 함께 오랫동안 사용되어 온 천연 직물이지요. 예로부터 여름철에는 삼베 또는 모시가 최고의 옷감이었어요. 


좌: 삼베/우: 삼베의 원료인 삼(대마, 마) 사진 출처: wikipedia


이 헴프는 천연인데다 흡수력이 좋고 세균 번식도 막아준다고 하니, 흡수층 계에서는 최강자인 듯해요. 다만 다른 흡수층 원단들보다 가격이 비싸고, 마르는데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있어요. 또 여러 번 세탁을 해야 흡수력이 좋아져요. 


기저귀 인서트로 헴프를 쓰는 경우, 헴프를 면과 혼방하는 경우가 많아요. 면을 섞으면 그만큼 더 부드러운 느낌을 줍니다. 

헴프 인서트(Thirsties) 사진 출처: Thisties 웹사이트


밤부(대나무)


밤부(bamboo)는 흡수력이 좋고 부드러운 특징이 있어요. 기저귀 안감 용으로도 밤부를 살펴봤었지요. 흡수층으로 사용할 때 밤부는 흡수력이 좋다는 특징이 더욱 부각되어요. 하지만 밤부는 천연인 듯 하면서도 환경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단점이 있어요. 재료는 천연이지만, 대나무를 가공해서 밤부 레이온이라는 원단을 만들 때 환경과 인체에 해로운 물질이 나오기 때문이예요. 인서트 소재로 쓰는 밤부는 밤부 벨로어 혹은 차콜 밤부인데, 이는 밤부 레이온이예요. 이는 면보다 수분을 3-4배 더 잘 흡수하고, 부드러운 장점이 있어요



밤부 인서트(출처: amazon.com)


이상 천기저귀 흡수층으로 자주 사용되는 원단으로 마이크로화이버, 면, 헴프, 밤부를 살펴봤어요. 모두 장단점이 있어요. 직접 사용하다보면 더 손이 가는게 있을거예요. 다양한 종류에 오히려 마음이 더 혼란해질 수 있지만, 이런 소재를 다 써봐야 하는 것은 아니예요. 갖고 있는 기저귀에서 뭔가 아쉬운 점이 있을 때, 새로운 소재의 장단점을 따져나가다보면 그 아쉬운 점을 해결할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거예요.      

이전 12화 13화: 천기저귀의 커버는 어떤 소재로 만들까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