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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민 Sep 11. 2022

15화: 쓰면 쓸수록 매력적인 소창 이야기

앞서 3개 글에 걸쳐 천기저귀의 소재를 안감, 흡수층, 커버로 나누어 자세히 살펴보았는데요, 그 중에서도 저의 가장 최애 아이템은 뭐니뭐니해도 소창이예요. 소창의 매력을 소개해보고자 합니다.


 소창은 옛날에 결혼식을 앞두고 함을 들여보낼 때 그 함을 어깨에 질 수 있도록 묶었던 흰 천이예요. 아이를 낳으면 그 천으로 기저귀를 만들었어요. 기저귀 외에도 요즘 행주나 수건으로 주목받고 있는 원단이지요. 

함을 끈으로 묶은 모습/출처: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740852&cid=42701&categoryId=42707



저는 천기저귀를 쓰기 전에는 소창을 몰랐어요. 천기저귀를 준비하면서 검색을 하는데, 소창을 보고서는


‘아 이거 우리 어릴 때 쓰던 기저귀잖아?’


하고 바로 알아볼 수 있었어요. 노란 고무줄에 끼워 채우는, 길다랗고 하얀 기저귀가 바로 소창으로 만든 거예요. 22개월인 저희 둘째는 천기저귀를 종종 애착물처럼 손에 들고 다니는데, 지나가는 어른들이 보시고는

‘이거 옛날 기저귀 아니예요?’

하고 반가워 하십니다. 그만큼 소창은 오랫동안 기저귀 역할을 해온 옷감이예요.      



천기저귀를 써보니, 소창은 무척 매력이 많은 원단이었어요. 하지만 그 매력을 알기에는, 불편한 점도 많아요. 일단 소창 원단은 기저귀로 쓰기 전에 선세탁을 해야 해요. 가게에서 금방 사온 소창 원단은 뻣뻣하고 누런 빛깔이 도는데, 이 상태로는 수분을 별로 빨아들이지 못해요. 


저도 언제가 선세탁을 대충 한 소창 기저귀를 아기에게 채웠다가 소변이 다 샌 적이 있어요. 선세탁을 하기 전에 원하는 상태로 재봉을 해야 해요. 요즘은 팬티형 기저귀나 커버용으로도 소창을 쓰지만, 옛날 방식대로 쓰는 건 사각 형태예요. 보통 120cm 혹은 240cm 길이로 만들어요. 240cm의 경우에는 너무 길어서 세탁할 때 서로 엉켜버리는 걸 막기 위해 반을 접어 재봉해서 두 겹의 원통형으로 만들어요. 선세탁 전에 재봉을 하지 않으면, 세탁과 정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올이 많이 풀리니 꼭 먼저 재봉을 하는 것이 좋아요. 


원하는 형태로 재봉을 했다면 욕조에 따뜻한 물을 받아놓고 기저귀를 담궈둡니다. 그렇게 하루 두었다가, 삶통에 넣고 푹푹 삶아요. 저는 큰 삶통에 과탄산소다 한 숟가락을 넣고 삶고, 세탁기 헹굼 기능으로 헹궜다가 다시 삶는 과정을 세 번 정도 반복했어요. 그러고 나면 처음에는 누랬던 소창이 한결 뽀얗게 됩니다. 여러 번 삶을수록 흡수력이 좋아지지만, 어느 정도 해 놓으면 기저귀를 쓰면서 한 번씩 삶으면 되니 너무 무리할 필요는 없어요. 


여기까지만 이야기해도 

‘난 소창 안 쓸래.’

하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것 같아요. 저도 그 마음을 알아요. 정련도 그렇지만, 긴 사각 형태의 기저귀를 빨고 개는 것도 일이예요. 기저귀를 한 장씩 탈탈 털어서 널어야 하고, 다 마르면 일일이 접어야해요. 그 일을 거의 매일 반복해야 하지요. 이렇게 불편한 점이 있지만, 그만큼 소창은 매력도 많은 기저귓감이예요. 도대체 그 매력은 무엇일까요?     


우선 소창은 시원하고 폭닥한 감촉이 매력입니다. 소창은 성글게 짜여 있어 열전도율이 낮기 때문에 기저귓감 등 위생 용도로 많이 사용했다고 합니다(강순제 외, 2012). 소창 원단을 피부에 대 보면 시원한 느낌이 들어요. 물론 계속 대고 있으면 체온 때문에 그 시원함이 계속 느껴지진 않지만, 조직이 성글게 되어 있어 바람이 잘 통합니다. 요즘에는 냉감 기능성 원단이 다양하게 나오지만, 소창은 시원한 감촉을 느낄 수 있는 자연 직물입니다.


소창은 건조도 빨라요. 아마 기저귓감 소재 중에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세탁하여 널어놓으면 잘 말라요. 저는 2겹으로 겹쳐 박은 소창 기저귀를 주로 쓰는데, 햇볕이 쨍쨍할 때 베란다에 외부 샷시 열고 말리면 3시간이면 다 말라요. 좀더 습도가 높거나 바람이 덜 통하거나 하는 조건에서도 조금 더 걸리긴 하지만 다른 기저귀에 비해 금방 건조됩니다. 1겹짜리 소창은 햇빛과 바람이 있는 곳에서, 혹은 건조한 실내에 널어놓는다면 한두 시간이면 거의 마를걸요? 기저귀는 세탁과 건조를 계속 거쳐야 하기 때문에, 건조가 잘된다는 것은 기저귀로서 상당히 매력이 되는 부분이지요.      



여기까지는 소창이 기저귓감으로서 기저귀에 요구되는 기능을 잘 해내기 때문에 좋다는 내용이었어요. 하지만 소창은 기저귓감 외에도 다양하게 변신할 수 있어요. 우선 아기가 기저귀를 떼면, 그간 쓰던 소창 기저귀로 행주나 수건, 와입스, 엄마 생리대 등을 만들어 쓸 수 있어요. 저도 아이가 신생아 시절에 쓰던 120cm 한겹짜리 소창을 생리대로 사용한 지가 5년이 넘어가네요. 소창은 세탁과 삶음을 반복할수록 더 뽀얗고 흡수력이 좋아져요. 오래 쓸수록 좋아진다니, 정말 매력적이지 않나요? 


기저귀 용도로 쓰는 동안에도 소창의 역할은 무궁무진해요. 제가 어릴 때 사진을 보면, 엄마가 저를 등에 업고 흰 소창 기저귀를 포대기 삼아 칭칭 묶고 있는 장면이 있어요. 기다란 소창 기저귀는 포대기로 쓰기에도 좋아요. 특히 저는 한여름 출생이라 소창 기저귀 포대기는 바람도 잘 통해 유용했을 것 같아요. 


소창을 전등갓으로 쓰기도 했어요. 저는 수유등을 따로 사지 않았어요. 결혼 전부터 쓰던 LED 스탠드에 소창을 덮어 불빛이 은은해지게 해놓고 쓰면 딱이었거든요. 불빛이 너무 밝다싶으면 소창을 여러 번 접고, 밝게 하고 싶으면 한겹으로 해서 원하는 밝기로 조정할 수 있었어요. 먼지가 좀 쌓였다 싶으면 세탁바구니에 던져뒀다가 다른 빨래와 함께 빨면 되구요.


소창을 햇빛 가리개로 쓸 수도 있어요. 아이를 유모차에 태워 밖에 나간 적이 있었어요. 아이가 유모차에서 곧 잠이 들었는데, 한낮이라 햇빛이 쨍쨍한 시간대였어요. 갖고 있던 소창 기저귀 한 장을 풀어서 유모차 커버 위에 늘어뜨려주니 햇빛이 가려져 딱 좋더라구요. 


또 아이가 유모차에서 잠들었는데 고개가 꺾여 불편해보일 때가 있어요. 목베개를 따로 챙겨오지 않았더라도 천기저귀를 늘 들고 다니면, 천기저귀를 접어 고개를 받쳐줄 수 있답니다. 각도가 마음에 안 들면 여러 장을 겹치거나, 접어서 조정할 수 있어요.


소창 기저귀를 들고 다니면 예기치 않게 물놀이를 하게 될 때에도 든든해요. 언젠가 해외 여행을 갔는데, 계획에 없던 바다에 가게 되었어요. 아이가 물놀이를 하고 싶어해서 벗겨놓고 놀았어요. 수건을 챙겨가지 않았지만 천기저귀 여러 장이 있으니 안심이었어요.


한 번은 바닷가에 갔는데 따로 파라솔을 챙겨가지 않았어요. 햇빛이 그렇게 강하지 않아보였는데, 막상 도착하니 쨍쨍하더라구요. 마침 트렁크에 큰 우산이 있었는데, 파라솔로 쓰기에는 기둥이 너무 짧았어요. 마침 짐을 담으려고 챙겨온 박스형 카트가 있었는데, 카트 손잡이에 우산을 붙이면 적당한 그늘이 생길 것 같았어요. 끈은 없었지만, 가지고 온 소창 한 장을 풀어서 칭칭 묶었더니 원하는 모양이 나왔어요. 그 그늘 아래에서 잠시 간식을 먹으며 좋은 시간을 보냈답니다.



한 번은 아이들을 데리고 카페에 갔는데, 아이가 장난을 치다가 컵을 넘어뜨린 적이 있었어요. 금방 받아온 컵이 쓰러지니 바닥에 음료수가 가득했어요. 당황스럽긴 했지만, 갖고 있는 기저귀 한 장을 꺼내 금방 닦았어요. 기저귀가 흡수력이 좋으니 톨사이즈 커피 한 잔이 금방 닦이고 바닥이 깨끗해지더라구요. 깨끗한 기저귀로 바닥을 닦아서 어쩌나 싶기도 하지만, 집에 와서 푹푹 삶아 빨고 햇볕에 널어놓으니 언제 그랬냐는 듯 뽀얗고 하얀 기저귀로 돌아왔어요. 만약 기저귀가 없었더라면 직원에게 요청하여 치우는 시간이 오래 걸렸거나, 카페에 비치된 일회용 냅킨을 다 쓰고서야 깨끗해졌을 거예요.


소창을 웻백으로 쓴 적도 있어요. 한 번은 아이와 잠깐 마트에 들러 필요한 물건만 사고 나가려는 한 적이 있어요. 아이가 그 전에 대변도 봤고, 금방 나올거였기 때문에 기저귀도 안 챙겨서 나갔어요. 젖은 기저귀를 담는 웻백도 없이 말이예요.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하필 아이가 마트에 가자마자 힘주는 얼굴이 되는거예요. 바로 화장실로 데려가 응아는 변기에 버렸는데, 웻백이 없으니 어떻게 갖고 가느냐가 문제였어요. 비닐같은게 주위에 있을리도 없었구요. 한참 고민을 하다가, 응가 얼룩이 묻은 쪽을 안쪽으로 하여 주변의 천으로 돌돌 말아서 감쌌어요. 그러자 겉으로 보면 얼룩이 하나도 안 보이더라구요. 그 상태로 가방에 넣어서 집에 가져왔어요. 소창은 길고 여러 번 접어서 사용하게 되므로, 이런 상황에서도 의외의 도움이 되었어요.     


이 외에도 소창 기저귀를 생활 속에서 필요할 때 쓸 수 있는 방법은 무궁무진합니다. 무더운 여름날, 이불로 사용할 수도 있고, 날이 쌀쌀할 때 스카프로 썼다는 이야기도 있었어요. 바닷가에 놀러갔다가 아이가 모은 조개껍질을 담아오는데 쓴 적도 있어요. 


이는 모두 소창이 긴 네모 형태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미니멀라이프를 위한 어느 책에서는, ‘다용도로 쓸 수 있는 물건을 들이라’라고 조언하고 있어요. 가령 감자 깎는 칼, 야채 다지기, 계란 커터, 수박칼 등 특수한 목적을 갖고 있는 물건들이 쌓이면 금방 맥시멀해지잖아요? 불편하고 시간이 좀더 걸릴 수는 있지만, 칼 한자루가 있으면 이러한 물건들로 하는 활동을 대부분 할 수 있어요. 소창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간결한 네모난 형태이기 때문에, 이걸로 많은 일을 할 수 있어요. 소창, 어디까지 써보셨나요? 무궁무진한 소창의 매력을 느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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