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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민 Sep 11. 2022

16화: 집밖을 떠난 기저귀의 여행

일회용 기저귀는 어떻게 처리될까요?

출산 후 병원 또는 조리원에서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온 이후, 며칠 만에 누구나 한 번은 느꼈을 거예요. 이전에 비해 쓰레기가 많아졌다는 것을요. 일회용 기저귀를 하루에 10-20장은 거뜬히 사용하게 됩니다. 기저귀 앞쪽의 소변 알림줄이 진해지면, 혹은 기저귀가 묵직하다고 느껴질 때, 또는 아기가 똥을 싼 것을 알았을 때 기저귀를 갈아주게 됩니다. 젖은 일회용 기저귀는 돌돌 말아서 양쪽 날개에 달려 있는 테이프를 붙여 동글동글하게 감싼 후 쓰레기통에 버리게 되지요. 쓰레기 봉투는 하루가 우습게 꽉 찼습니다. 게다가 아이의 대소변을 머금은 기저귀들이 모이니 보통 쓰레기 봉투보다 무겁기까지 했어요. 거의 매일, 쓰레기를 버리고, 새로운 쓰레기 봉투를 꺼냈습니다. 


이 일은 매일 반복되었어요. 동그랗게 만 기저귀 쓰레기를 하나라도 더 집어넣으려고 쓰레기 봉투를 꽉꽉 누르고, 양쪽 손잡이를 힘껏 당기노라면 금세 묵은 기저귀에서 역한 냄새가 끼치곤 했어요. 얼른 쓰레기 함에 버리고 오는게 할 수 있는 최선이었어요. 아무리 저출산이라고 해도 아기 키우는 집이라면 이런 쓰레기가 하루가 머다하고 계속 나올텐데, 모이면 얼마나 많을까요?      


일회용 기저귀만 사용하는 경우, 아기 한 명이 태어나서 기저귀를 뗄 때까지 대략 6천장의 기저귀를 사용하게 됩니다. 연간 20만 톤의 폐기물이 나오게 되지요. 미국에서는 일회용 기저귀가 출시된 1970년 이후부터 현재까지 기저귀 쓰레기 발생 및 처리 통계를 찾을 수 있습니다. 이를 보면 1970년에 350,000톤이었던 기저귀 쓰레기는 2018년에 4,100,000톤으로 늘었습니다. 이는 전체 쓰레기의 1.4%에 해당되는 양입니다. 그동안 매립된 기저귀 쓰레기의 양을 누적해보면 22,930,000 톤이라는 천문학적인 숫자예요. 우리나라는 미국처럼 땅이 넓지 않고 인구도 적어서 전체적인 기저귀 쓰레기 양이나 매립 비율은 적을지 몰라도, 일회용 기저귀를 쓰면 처리하기 곤란한 쓰레기가 계속 발생한다는 문제는 똑같습니다.      

사진 출처: freepik


2019년도의 경우, 우리나라에서 하루에 배출되는 전체 쓰레기의 양은 49만 7238톤이었습니다. 그 중 생활계폐기물 11.7%, 사업장배출시설계폐기물 40.7%, 건설폐기물 44.5%, 지정폐기물 3.1%로 나타났습니다. 전체 쓰레기 중 86.6%는 재활용이 되었습니다. 생각보다 높은 수치이지 않나요? 2018년 OECD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독일 다음으로 재활용 비율이 높았습니다. 당시 전체 쓰레기 중 재활용 비율은 독일의 경우 68%, 한국은 59%였어요. 지금은 그 때보다 더 높은 86.6%이니, 더 자부심을 가져도 될 듯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사용한 일회용 기저귀는 재활용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일회용 기저귀는 펄프, 플라스틱(고분자흡수체 포함), 종이 등으로 이루어져 있고 기저귀 쓰레기에는 대소변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면 다 쓴 일회용 기저귀를 그냥 버리기 아까우니 벨트 부분을 떼어 두었다가 찍찍이로 쓰거나, 소변이 안 묻은 흡수패드 부분을 잘라 걸레로 쓰라든 등 알뜰한 조언을 찾을 수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부수적인 부분입니다. 쓰레기를 궁극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아니예요.      




목적을 다 한 일회용 기저귀는 매립 또는 소각의 길을 걷게 됩니다. 

정부에서는 점차 매립을 줄이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2014년에 전체 쓰레기 중 매립 비율은 9.4%였지만, 그 비율은 점점 줄어 2019년도에는 6.1%가 되었어요. 서울 및 수도권에서는 2026년부터 종량제 봉투에 담긴 쓰레기를 선별 또는 소각하지 않고 바로 매립하는 것이 금지됩니다. 이유는 분명합니다. 매립할 곳이 점점 없어지기 때문이지요. 수도권의 제1매립장은 1992년부터 2000년까지, 6,425만 톤의 쓰레기를 묻고 매립이 종료되었습니다. 지금은 골프장과 야생화 단지로 모습을 바꾸었어요. 수도권 제2매립장은 2000년부터 2018년에 걸쳐 총 8,018만 톤의 쓰레기를 묻고 종료되었지요. 수도권 제3매립장은 2018년부터 운영되고 있고 현재까지 1,819만 톤의 쓰레기가 묻혔습니다. 이곳도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 매립 용량을 채우고 문을 닫을 것입니다. 땅은 한정되어 있으니, 쓰레기를 묻을 곳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수도권 매립지 풍경(출처: https://www.incheonin.com/news/articleView.html?idxno=77695)



일회용 기저귀는 특히나 다른 종류의 쓰레기들에 비해 썩는 기간이 오래 걸립니다. 짧게는 100년, 길게는 500년까지도 걸려요. 게다가 땅에 묻은 일회용 기저귀는 메탄을 비롯한 독성 가스를 배출합니다. 아기의 용변을 받기 위해 잠시 편리하게 사용한 기저귀가 이토록 오래 지구에 남아 해를 끼친다는 사실에 마음이 무겁습니다.      


그럼 소각하면 어떨까요? 불에 태워 없앤다면 마음이 좀더 가벼워지지 않을까요? 2019년 자료를 보면 생활폐기물의 하루 총 발생량이 45,912톤인데 그 중 재활용이 56.4%, 소각이 28.5%, 매립이 14.7%였어요. 그렇다면 종량제 봉투에 넣어 버린 일회용 기저귀도 소각되는 비율이 조금 더 많을 것 같아요. 전국에는 공공소각시설이 180개소가 있습니다. 쓰레기를 태워 없앨 뿐만 아니라, 태워서 나오는 열로 전기와 온수를 생산하는 ‘자원회수시설’ 이지요. 자원회수시설에 들어온 쓰레기를 바로 태우는 것이 아닙니다. 음식물이나 재활용 가능한 쓰레기가 섞여 있지는 않은지 검사하고, 쓰레기를 잘게 부수고 습기를 말린 후 마침내 1000도에 가까운 고온의 소각로에서 태우게 됩니다. 


마포 자원회수시설의 중앙제어실 풍경(출처: https://h21.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50728.html)


이 때 가장 이슈가 되는 것은 아마도 쓰레기를 태울 때 나오는 다이옥신 등 유해가스 문제일 것입니다. 소각장 근처의 주민들이 건강 문제가 발생했다는 보고도 있구요. 소각장에서는 다이옥신을 비롯한 유해가스를 법 기

준치보다 10배 적게 배출하는 등, 적극적인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소각이 쓰레기를 없애는 완전한 해결책은 아닙니다. 고체쓰레기 1톤당 1.1톤의 이산화탄소가 방출되어 지구의 온실가스 문제를 야기하고, 이는 장기적으로 심각한 기후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사진출처: https://www.iswa.org/event/health-and-climate-imperatives-to-address-open-burning-of-waste/?v=38dd815e66db



이는 소각 폐기물의 하루 반입량이 최근 5-6년간 큰 변동이 없는 통계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14년의 경우 전체 쓰레기 중 소각되는 폐기물의 하루 반입량을 살펴보면 6.1%였어요. 이후 6.2%, 5.9% 등 비슷한 수치를 유지해오다가 2019년에는 5.2%였어요. 쓰레기를 태워서 없애는 양을 맘껏 늘리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즉, 일회용 기저귀를 종량제 봉투에 넣어서 버린 후 매립 또는 소각하는 방식으로는 절대 지구가 지속가능할 수 없습니다. 대안이 필요합니다. 모두 비슷한 마음이었는지, 사용한 일회용 기저귀를 재활용하고자 하는 다양한 방안이 제시되었습니다. 일본 후쿠오카현의 어느 업체에서는 일회용 기저귀 쓰레기를 세척 후, 펄프와 고분자흡수체를 분리하고 펄프는 오전 처리를 해 고품질 펄프로 재자원화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실제로 적용하고자 하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일본 기저귀 재활용 업체에서 펄프를 분리하는 모습(출처: 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japan/926775.html)


미국 미시건 대학교와 P&G는 일회용 기저귀의 고분자 흡수체 소재를 포스트잇 또는 의료용 밴드에 사용하는 접착제로 재활용하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동아사이언스,2021년 7월 28일자). 


우리 나라에서도 폐기저귀의 펄프, 합성수지, 고흡수성 폴리머 등을 재활용하고자 하는 연구가 활발히 시도되고 있으며 이러한 기저귀 재활용이 경제적 타당성이 있다는 결과도 있습니다(안중우, 김영실, 2015). 이런 흐름을 보노라면 일회용 기저귀 쓰레기가 앞으로 줄어들 수 있겠다는 희망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동향만 보고 일회용 기저귀를 마음대로 쓰기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아직 그러한 사업이 활성화된 것도 아니고, 된다할지라도 이는 폐기저귀를 처리하기 위한 공장이 필요하고, 처리 과정에서 또 다른 환경 오염 또는 에너지 사용 등의 이슈가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갈래의 해결책도 있습니다. 일회용 기저귀를 생분해되는 재료로 만드는 접근이예요. 네띠, 에코제네시스 등 기저귀는 생분해가 되는 재료로 만들어, 12주면 생분해된다고 해요. 지다이퍼스는 천으로 된 기저귀 커버에 일회용 흡수시트를 얹어서 쓰는데, 흡수시트가 생분해 소재라서 다 쓴 후에 변기에 넣어 풀어지게 해서 내려보내면 되어요. 이렇게 기존 기저귀보다 빨리 분해가 된다면 쓰레기 문제에서 훨씬 부담이 덜어질 것 같아요. 하지만 일반 기저귀보다 가격이 비싸다는 단점도 있어요. 환경 보호가 중요한 가치이긴 하지만, 경제적인 측면도 의사결정에 중요하니까요.      


천으로 된 커버에 얹어서 쓰고, 변기에 풀어 버릴 수 있는 일회용 기저귀(출처: https://www.thecrunchychicken.com)




그런 면에서, 지금 바로, 내가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고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지 않으며 비용이 많이 들지도 않으면서 쓰레기를 발생시키지 않는 기저귀 사용 방법이 있어요. 바로 천기저귀를 쓰는 것이지요. 물론, 천기저귀는 세탁과 건조라는 귀찮은 과정이 단점이긴 해요. 하지만 환경 보호의 관점에서 보면 이만큼 좋은 방법도 없어요. 천기저귀를 사용하게 되면, 기저귀는 더 이상 한 번 쓰고 돌돌 말아 버려지고, 오랜 기간 동안 지구를 괴롭게 하는 물건이 아니예요. 기저귀를 돌돌 말아 버리는 대신, 물에 풀어서 비누칠을 하고 몇 번 치덕치덕 하다보면 영영 사라질 것 같지 않던 얼룩이 어느새 다 사라지고, 다시 새하얀 기저귀로 돌아왔어요. 꽁꽁 말아진 일회용 기저귀가 가득한 쓰레기봉투 대신, 기저귀가 원래의 모습으로 회복됩니다. 얼마 전 인천 지하철을 탔는데 ‘쓰레기 발생지 처리 원칙’에 대한 안내문이 붙어 있었어요. 이는 서울에서 발생한 쓰레기를 인천의 매립지에 반입하는 걸 반대하는 내용이었지만, 저는 그걸 보면서 기저귀 생각이 또 나더라구요. 천기저귀는 각 가정에서 발생한 기저귀 쓰레기를 발생지에서 완벽하게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이예요. 쓰레기가 애초에 집 밖으로 나가지 않는, ‘제로 웨이스트’라고 할 수 있어요. 아니, 사실 젖은 천기저귀는 쓰레기라고 부를 수도 없어요. 세탁해서 다시 쓸 거니깐요. 일회용 기저귀에 비하면 빨래가 번거롭긴 하지만,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해서 천기저귀 사용을 적극 검토해보는 것이 어떨까요?      




참고문헌

안중우, 김영실 (2015). 국내 폐 기저귀 재활용의 경제적, 기술적 타당성 분석. J. of Korean Inst. of Resources Recycling, 2491), 43-50. 

동아 사이언스(2021. 7. 28). 버려지던 일회용기저귀, 포스트잇 접착제로 변신해 아빠·엄마 사무실로

https://www.dongascience.com/news.php?idx=48304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폐기물처리: 매립지 현황

https://www.slc.or.kr/slc/mb/sl/landfillStat.do?tabNo=1&#/eyJwYWdlIjoxLCJ3ZWJQYWdlTm8iOiIyMDQiLCJ0YWJObyI6MX0=

고한솔 외 (2021). 쓰레기 TMI. 서울: 한겨레21. 

3부 불타는 쓰레기-소각되는 쓰레기 이야기

4부 땅으로 바다로 가는 쓰레기-매립되는 쓰레기 이야기

EPA. 

1960-2018 Data on Disposable Diapers in MSW by Weight (in thousands of U.S. tons)

https://www.epa.gov/facts-and-figures-about-materials-waste-and-recycling/nondurable-goods-product-specific-data#DisposableDiap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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