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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민 Sep 11. 2022

17화: 천기저귀는 정말 완벽한 방법일까요?

천기저귀 세탁과 환경 오염 이슈

16화 글에서 우리는 천기저귀가 환경 보호를 위해서 좋은 방법임을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주장이 논리를 갖추기 위해서 아직 확인해봐야 할 사항이 몇 가지 있답니다.


우선, 천기저귀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환경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 없을까 살펴봐야 합니다. 천기저귀를 만들기 위해 원단을 준비해 재단하고, 봉제하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생김새나 크기는 좀 다르겠지만, 옷을 만드는 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예전 그린피스에서 청바지 한 벌을 만드느데 물 7000L가 필요하다고 발표한 적이 있었죠. 청바지가 유독 염색 과정 등 환경을 오염시키는 부분이 있어서 이슈가 되었지만, 의류 산업 전체가 환경 문제에서 자유롭진 않아요. 의류와 같은 공정을 거쳐 만들어지는 천기저귀도 마찬가지일거예요. 특히 천기저귀의 재료로 쓰이는 다양한 기능성 원단들은 석유에서 뽑아낸 실로 만들어집니다. 이러한 합성섬유를 만들 때 공장에서 폐수가 발생됩니다. 또 합성섬유로 만든 제품은 분해하는데 200년 이상 걸립니다. 물론, 일회용 기저귀도 제작 과정에서 환경 오염이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일일이 다 비교해서 어느 쪽이 그나마 낫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천기저귀가 환경오염을 안 시키는 건 아님을 알 수 있어요.


의류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수질오염(사진출처: green peace)


세탁 과정도 문제입니다. 합성섬유로 만든 제품을 세탁할 때 수십만 개의 미세플라스틱이 방출된다고 해요. 그 뿐만이 아닙니다. 세탁할 때 쓰는 세제는 수질오염의 원인이 되고, 세탁기나 건조기를 돌리기 위해 전기를 과도하게 사용하면 지구 온난화로 이어집니다.    

  

여기까지 보면 

‘난 천기저귀를 쓰니까 환경을 보호하는거야!’


하고 자부심을 가졌던 마음이 사라지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막막한 마음도 듭니다. 그래도 선택지가 일회용 기저귀와 천 기저귀 두 개라면, 최선은 아니라도 차악이 어느 쪽인지는 좀더 알아보고 싶지 않나요?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게 해 주는 자료가 있습니다. 바로 2003년도에 교보환경재단 공모전에서 수상한 대학원생의 논문이예요. 이 논문을 쓴 최예용 씨는 일회용 기저귀와 천기저귀를 생산하고 사용하며 폐기하는 세 단계에서 얼마나 환경에 부담을 주는지를 비교 분석했습니다. 


이 연구에서는 하루 사용량으로 일회용 기저귀 5.87개, 천기저귀 10개로 설정하여 하루당 발생하는 환경 관련 지표를 비교했습니다. 이산화탄소 발생량의 경우 천기저귀는 141g, 일회용 기저귀는 406g, 폐기물 발생량은 천기저귀 69g, 일회용 기저귀 703g, 화석연료 사용량 63g, 일회용 기저귀 144g, 목재 사용량 천기저귀 0g, 일회용 기저귀 249g, 폐수 발생량 천기저귀 20.4kg, 일회용 기저귀 10.5kg 이었습니다.  천기저귀는 대체로 많은 영역에서 일회용 기저귀보다 환경 부담을 적게 발생시키지만, 폐수발생 측면에서만은 부담 발생이 컸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폐수 처리장에 유입되는 원수의 양과 농도가 설계 부하량보다 낮아 폐수 발생으로 인한 환경 오염이 비교적 적을 것이라 보며, 여러 지표와 종합해볼 때 천기저귀가 더 환경에 부담을 덜 준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 논문은 천기저귀를 목화, 즉 천연 직물로 만든다고 가정했기 때문에 최근 기능성 원단을 사용하여 일체형으로 재봉되고 있는 기저귀의 경우 발생할 수 있는 환경 부담 요소를 간과했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합성 섬유의 생산에서 발생하는 폐수, 긴 쓰레기 분해 기간, 미세플라스틱 등의 문제 말이예요. 그래도 재료는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거니까, 천연 직물로 된 천기저귀를 쓴다는 가정에서는 어느 정도 맞는 이야기라 할 수 있습니다.


최예용 씨의 연구에서 간과된 부분이 또 있습니다. 바로 세탁 과정이예요. 최예용 씨는 사용한 천기저귀는 수거해서 세탁공장에서 세탁하고 다시 가정으로 보내주는 방식을 가정했어요. 한국에도 천기저귀 대여 및 세탁 서비스가 일부 지자체에서 시범 운영되는 케이스가 있지만 손에 꼽을 정도예요. 제가 사는 지역에도 이런 서비스는 없구요. 천기저귀를 사용하는 가정은 대부분 집에서 알아서 세탁하는 경우라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 가정에서 오염된 천기저귀를 세탁하는 조건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 원인을 좀더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요즘은 가전제품이 잘 나와서 천기저귀를 세탁하는데도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애벌빨래는 손으로 하지만, 대량의 기저귀를 모아 세탁기에 돌리면 일일이 손으로 빠는 것보다는 훨씬 덜 힘이 듭니다. 여기에 건조기까지 있다면, 일일이 세탁물을 널어 말리는 수고도 없어지구요. 


하지만 이 편리한 과정에서 바로 환경 오염이 발생할 우려가 있습니다. 영국 환경청(2008)에 따르면 생후 약 2년 반 동안, 아기 1명이 일회용 기저귀만 사용하면 총 550kg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합니다. 천기저귀의 경우 같은 기간 동안 매일 섭씨 60도 온도에서 세탁을 하고 자연 건조를 한다면 총 570kg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합니다. 게다가 세탁 온도가 90도로 높아진다면, 지구 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은 기준에 비해 31% 증가했어요. 즉, 이런 방식으로 세탁을 한다면 천기저귀라고 해서 일회용 기저귀보다 이산화탄소 배출 측면에서 더 낫지는 않습니다. 

https://www.rd.com/article/better-to-air-dry-or-machine-dry-clothes/

물론 일회용 기저귀는 이 외에도 쓰레기 발생 문제까지 있으니, 천기저귀를 고온 세탁이나 건조를 한다고 해도 쓰레기가 안 나온다는 점에서는 더 낫다고 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지구 온난화도 큰 문제예요. 산업화 이후 인류가 배출한 탄소 때문에 지구의 기온이 1도 가량 높아졌고, 이는 급속한 기후 변화를 일으켰습니다. ‘파란하늘 빨간지구’의 저자 조천호 박사에 따르면 2100년까지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1.5~2도 안팎으로 묶어야만 인류가 지구에서 계속 생존할 수 있을 것이라 합니다. 이를 위해서 미래세대는 앞선 세대에 비해 1/6 수준의 탄소만 배출해야 하며, 이를 가능하게 하려면 재생에너지의 사용 비율이 높아져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 나라의 재생에너지 비율은 5%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앞으로 재생에너지 개발에 대한 꾸준한 투자가 이루어지겠지만, 지금 당장 나 자신이 할 수 있는 방법을 실천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가령 환경부를 비롯 여러 단체에서는 지구의 날인 4월 22일에 10분간 가정에서 불필요한 전등을 끄는 소등 행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전국 각지의 가정집과 정부청사 등에서 10분간 소등을 하면 52톤의 이산화탄소를 감축하는 효과가 있대요. 이 외에도 사용하지 않는 전자제품 플러그 뽑기, 전기밥솥 보온 줄이기, 음식물은 식혀서 냉장고에 넣기 등, 초등학생 때부터 꾸준히 들어왔던 바로 그 방법을 실천하는 개인이 모이면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습니다. 세탁기의 경우, 전력의 90%가 물을 데우는데 사용되기 때문에 40도의 물로 세탁하면 고온 세탁에 비해 에너지가 1/3가량 감소된다고 해요. 그래서 영국 환경청에서도 저온 세탁을 권장하는 것이었어요. 영국 환경청 보고서는 천기저귀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 다음과 같은 방법을 제안하며 마무리합니다.     


가능한 한 자연건조 하기

건조기 사용은 최소로 하기

가전제품을 살 때에는 에너지 효율이 높은 제품을 선택하기

60도 이상으로 세탁하지 않기

세탁량을 채워서 세탁하기

천기저귀를 다른 아기에게 물려주기     




이상의 살펴본 바를 통해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릴 수 있어요.     


• 천기저귀가 일회용 기저귀보다는 환경 오염 발생 요인이 적어보이지만, 천기저귀 또한 완전하진 않습니다.

• 하지만 천기저귀는 쓰는 사람이 하기 나름에 따라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일 수 있습니다.      


영국 환경청 보고서에서 제안한 것처럼 가능한 찬물 세탁/자연 건조를 하고 천기저귀를 다른 아기에게 물려주어 최대한 오래 사용되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해요. 저는 그 이외에도 리사이클링 섬유로 짠 원단으로 천기저귀를 만들거나, 소창처럼 기저귀를 뗀 후에도 다용도로 쓸 수 있는 원단을 선택하는 방법이 떠올랐어요. 이런 노력이 소비자가 맘먹으면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점이 또 천기저귀의 매력이고, 희망입니다. 일회용 기저귀는 소비자가 직접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이 별로 없으니깐요. 기왕 천기저귀를 쓰는 것, 좀 더 우리 지구가 덜 아파하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해보면 어떨까요?     





참고문헌     

구리시 블로그 (2022. 3. 29). 그린 뉴딜 구리! ‘가정에서 실천하는 탄소중립’

https://blog.naver.com/guri9279/222685957715

조천호 (2019). 파란하늘 빨간지구. 동아시아.

최예용 (2003). 일회용 기저귀와 (대여) 천 기저귀의 환경성 비교연구. 교보생명교육문화재단 환경논문 공모전 수상 논문.

Environment Agency (2008). Using science to create a better place: An updated lifecycle assessment study for disposable and reusable nappies. 

https://assets.publishing.service.gov.uk/government/uploads/system/uploads/attachment_data/file/291130/scho0808boir-e-e.pdf

Petraitis, S. (2020). Which nappies are better to use from an environmental point of view?.

https://www.diva-portal.org/smash/record.jsf?pid=diva2%3A1548241&dswid=2396

https://www.hankyung.com/news/article/19970312027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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