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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이데 전주현 Apr 12. 2024

안도

24.03.29 21:43 씀

백약이오름에 오른다

제주에서 가장 많은 것 하나가 나를 헝클어뜨린다

질끈 묶은 머리에서 머리카락을 한두 가닥씩 끄집어낸다


순식간에 산발이 된다

속속들이 산발이 된다


모두 흔들리고 있다


현무암 구덩이 속 하루 묵은 빗물

산책로 주변에 피어난 야생화

뾰족한 솔잎 사이사이를 메운 아기 솔방울

이름 모를 들풀

효과음으로만 들었던 새의 노래


열 손가락을 좌우로 찢어 손가락 사이사이 공간을 만든다

제주에서 가장 많은 것 하나가 사이사이 지나다닌다

두 눈을 감아 눈꺼풀 사이사이 틈을 벌린다

제주에서 가장 많은 것 하나가 사이사이 다녀간다


모두 만져지고 있다

모두 채워지고 있다


나도 흔들려도 될 성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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