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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이데 전주현 Apr 19. 2024

기대

24.04.18 17:33 씀

말을 아낀다

그러자 너도 말을 아낀다


구두 위 먼지를 손등으로 털어낸다

아이고 뒷짐을 진다


너는 갓 구운 간고등어를 젓가락으로 집어 든다

미리 꺼내 둔 흰 접시 위에 가지런히 담아낸다


노릇노릇한 기운이 유지되도록

말의 부스러기들이 눈꽃튀김처럼 피어나도록

사랑 계속할 수 있도록


이리 와 밥은 먹어야지


입을 삐죽거리다 식탁으로 가 앉는다

너는 안경알 쪽으로 속눈썹을 떨구며 살을 바른다


프라이팬 위에는 기름 자국이 진득하다






비하인드 스토리: 그저께 만난 친구는 늦가을, 초겨울에 결혼식을 올릴 거라고 했습니다. 거실 소파 뒤쪽 벽에 어떤 액자를 걸고 싶은지, 통장 관리는 어떻게 할지, 이런저런 상상을 하는 것 같더군요. 즐거워 보였습니다. 아내 될 분에게 기대하는 게 있냐고 물어봤습니다. 그랬더니 예상치 못한 답이 돌아왔어요.


내게 생선을 구워주었으면 좋겠어.”

“생선? 집에서 직접? 네가 구우면 되잖아? “

“엄마가 아빠 삐지셨을 때마다 간고등어를 구워주셨거든. 그게 참 맛있었고 좋아 보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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