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A 창가 좌석 사용법
24.05.15 17:58 씀
엔진이 돌아간다
열두 시간 넘게 위윙 소리를 듣는다
하늘을 가르고 나는 법을 터득한다
두 팔을 양 옆으로 벌리지 않아도 된다
날개 없는 새가 된다
꿈이 생긴다
두려움이 뒤따라온다
제 덩치를 부풀리며 나를 겁준다
나를 축축하게 훑고 지나가는 구름이 있다
구름은 내게 말을 건다
어딘가 쥐구멍이 꼭 있을 겁니다 에너지의 흐름을 바꿀 수 있어요
잠시만 지나갈게요 한마디에 일제히 간이 테이블이 반으로 접혀 올라갈 겁니다
앉은자리에서 버클을 풀고 일어서야 해요
나는 손을 뻗어 구름을 움켜쥐려 한다
잡힐 리 없다
모쪼록 멋진 여행이 되길 바랍니다
날개를 꼭 되찾았으면 좋겠네요
구름이 나를 축축하게 훑고 지나간다
앉은자리에서 우뚝 일어선 나는 여럿에게 목격된다
아 저
이게 그게
간이 테이블이 반으로 접혀 올라가는 소리는 아직이다
엔진소리가 여전하다
구름이 지나간 자리가 여전히 습하다
날갯죽지가 가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