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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지음지기 비하인드 에세이

by 프로이데 전주현 Jan 24. 2025


미디어 경쟁이 치열하고 1년 중 단 한 권의 책을 읽지 않는 한국인이 사회 절반에 달하는 요즘,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 문화 활성화를 위해 좋은 자리를 마련해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좋은 자리엔 멋진 꿈들이 모여들기 마련이거든요. 덕분에 지원서를 쓰고 그간 해온 작업들을 정비하는 시간이 즐겁습니다. 감사합니다.
- 2024 제주 북페어 참가 신청서 중에서


자기소개가 언젠가부터 자기소설로 불린다. 자신을 드러내기보단 포장하는 데 집중하는 걸까. 안에 든 것솔직히 드러내기보다  그걸 있어 보이는 포장하는 게 중요해진 걸까. 그러기 위해서 약간의 사건과 반짝이 가루(허구)필요한 걸까.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자기소개 앞에서는 그 말이 틀린 것도 같다. 어떤 상황에서 하는 자기소개인지에 따라 내용이 다르다. 고로 사람도 다르다. 진짜 는 어떤 사람일까. 고민 끝에 표현을 골랐더라도 계속 다듬는다. 자기소개는 할수록 오래 걸린다.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잘 모르는 것 같기도 한 대상, 그게 나인가 보다.


어떻게 드러낼 것인가. 어떻게 보이길 바라는가.


자기소개인지 자기소설인지 모르는 게 내게 던졌던 질문을 지음지기에게도 토스했다. 2024 제주 북페어에 참가 신청을 앞두었을 때 처음으로 을 글로 정리해 보았다. 우선, 다른 참가(후보) 팀들에는 없지만 우리 팀에겐 있는 게 무엇인지부터 살폈다.


교회에서 언니 동생하던 친구 사이가 창작 동료가 되었다.

글이 편한 사람, 글을 사모하는 사람이 있고, 그 옆에 그림이 좋은 사람, 그림을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

어딘가 모르게 ‘손수 스웨터 만드는 할머니’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다른 팀들과 다를 게 없는 점도 살폈다.


독립출판물을 만든다.

편안하게 읽히는 콘텐츠를 지향한다.

글과 그림을 적재적소에 활용한다.


처음 것은 지음지기의 차별성, 나중 것은 지음지기의 보편성 같았다. 방금 던졌던 질문을 살짝 바꿔 보았다. 그랬더니 참가 신청서 수정이 좀 더 쉬워졌다.


어디까지 드러낼 것인가. 어떻게 감추고 싶은가.


정연이와 나의 인연을 드러내는 건 멋진 생각 같았다. 하지만 너무 많이 드러냈다간 불필요한 정보가 섞여 들어 지음지기란 팀의 정체성이 드러나지 못할 수도 있었다. TMI가 아닌 선에서 지음지기를 소개하는 게 중요했다. 그를 위해선 한 두 문장으로 십년지기 인연을 요약할 필요가 있었다.


다행히 팀 명에서 우리 두 사람의 관계가 어느 정도 유추되었다. ‘소리만 듣고도 서로의 마음을 알아보는 사이’란 표현은 전제하고 있는 게 많았다. 이를테면 함께 한 세월이나 공통의 취향이나 가치관 등… 부연 설명을 늘어놓지 않아도 충분했다.


책을 만들기 전에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데 집중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물건(책)을 팔려는 게 아니라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북페어에 참가하고 싶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였다. 지음지기의 책에선 텍스트와 이미지가 서로 상호작용을 하며 뛰어놀고 있다고 적었다. 정연이와 나처럼 지음지기의 글과 그림 수다스럽게 서로를 보듬고 있다고.


기에다가 #처음 #출발이라는 키워드를 덧붙였다. 이번 북페어로 지음지기에게 처음으로 독자가 생길 거라고, 그게 제주라면 유독 더 푸르른 경험이 될 거라고 했다. 내 북페어 주최 측 사람이라면 누군가의 처음을 응원해주고 싶을 거라 생각했고, 기왕이면 신인/새로운 팀을 발굴해 방문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해주고 싶을 것 같았다. 북페어를 몇 번만 다녀봐도 ‘어, 그때  그 북페어에도 왔던 팀이다!’ 하는 부스들이 꽤 보였기 때문이다. 다시 만나서 반갑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다른 북페어와의 차별성이 조금 떨어지는 기분이 들어 방문객으로선 재미가 덜하다고나 할까. 그래서 썼다. 사용 횟수가 제한적인 신인이란 이름의 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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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서를 쓸 때마다  질문을 조금씩 비틀어 여러 차례 던졌다. 그랬더니 다행히 자기소개가 자기소설이 아니게 되었다. 프로젝트 기역과 니은을 바탕으로 한 책들, <숲에서 도토리 한 알을 주웠습니다>와 <너와 나의 니은>의 편집도 같이 하고 있어서 자기 소설을 쓸 만큼의 에너지가 없었기 때문에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무엇이 되었건 지음지기를 시작하면서 정연이와 함께 만들었던 구글 이메일 계정으로 참가신청 폼을 제출했다. 


언제나 그렇듯, 결과를 떠나서 지원서 제출은 후련했다. 제주에 못 가게 된다 하더라도 두 권의 책 만들기를 멈출 생각 없었기에 마음 부담이 덜했다. '지음지기의 데뷔에 제주북페어가 날개를 달아준다면 고마울 테지. 하지만 인연이 닿지 못하더라 팀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좋은 경험이 남겠지' 하면서 마음을 살다. 한동안 당장 오늘 할 수 있는 일들에 집중하며 지냈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났을까. 어느 날, 지음지기의 메일함에 첫 편지가 도착했다. [제주북페어 2024 선정 확정 안내]란 제목이 보였다. 렇게 지음지기의 첫 출장지 제주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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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그리고 씁니다. 개인의 일상을 연결합니다." 지음지기(@drawnnwrittenby) 포트폴리오 

그리는 사람 최정연  쓰는 사람 전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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