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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중왕전

by 손명찬


새로 나온 딱지 사는 게 소원이던 시절,

동네에는 어린이들의 딱지 따먹기 리그가 있었다.



리그에는 최고수로 불리는 전설이 한 명 있었는데,

그 형은 평상시에는 볼 수 없었고

고수 중 고수들끼리 겨룰 때만 나타나곤 했었다.



어느 날, 온 동네가 술렁이는 일이 일어났다.

옆 동네 최고수가 홀연히 찾아온 것이었다.

고수 몇몇이 덤볐으나 맥없이 물러났다.


movie "Seventh Son"


그 와중에 우리 동네 최고수가 나타났다.

손에는 내의 상자가 대여섯 개 들려있었다.

상자를 열자 아이들의 탄성이 터졌다.

상자마다 A급 새 딱지가 가득 들어있었다!


movie "라이즈 오브 레전드 : 황비홍"


그러나 승부는 의외로 싱겁게 끝났다.

우리 동네의 자존심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렸다.


놀라운 건 딱지를 몽땅 잃은 그 형의 태도였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 패배를 인정하는 게 아닌가!




더욱 놀라운 것은 그게 아니었다.

꽤 세월이 흘러 내가 중학생이 되었을 무렵,

난 한 가지 사실을 기억해내고는 웃었다.



*

그 형, 그때 중학생이었다. 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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