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루 Feb 27. 2024

에필로그

# 레위니옹과 세이셸 그리고 모리셔스

인도양의 사이클론

    

2024년 1월 16일, 열대성 저기압인 사이클론이 인도양 모리셔스와 레위니옹을 덮쳤다. 국제공항은 폐쇄됐고, 모리셔스에는 4만 여 가구가 정전됐다. 레위니옹에서는 사망자까지 발생했다고 한다.


이처럼 모리셔스의 길지 않은 역사에서도 사이클론의 폐해는 여러 번 언급되었다. 예를 들면 1745년 200여 명의 승객을 태운 생 제랑호는 모리셔스 북쪽 연안에서 사이클론이 몰고 온 폭풍우에 좌초되었다. 승객 200여 명이 사망했음은 물론이다. 1710년 승승장구하던 네덜란드가 점령지 모리셔스를 포기하고 남아프리카 케이프타운으로 주거지 겸 기항지를 옮긴 이유도 사이클론의 폐해 때문이었다. 심지어 1년간의 세계일주를 하면서 모리셔스에서 잠깐 정박한 마크트웨인도 모리셔스가 겪은 사이클론의 심각한 폐해에 대해서 언급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종 미디어에서는 한결같이 모리셔스를 천국의 섬이라고 한다. 아마도 사백 년 전에는 충분히 천국의 섬으로 보였을 것이다. 유럽인들은 물이 풍부하고 사람이 살기 좋은 기후와 자연을 가지고 있는 모리셔스 섬에 인도양의 섬들 중 제일 먼저 정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리셔스는 오래전에 너무 빠르게 천국의 이미지를 상실했다. 내가 본 현재의 모리셔스는 매우 높은 인구밀도를 가진, 이익추구에 매우 충실한, 지극히 자본주의적인 사회로 보였다. 어쩌면 그것은 아픈 모리셔스의 기억들 위에 새겨진 남은 후손들이 행할 수 있는 최선의 모습일 수 있다.

그렇지만 세상 어디에도 없는 독특한 해안선과 모리셔스 섬의 남아있는 숲과 자연은 여전히 원시적인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인도양 바람의 위력을 보여주는 나무/ 레위니옹 생피에르

못다 한 이야기

    

세이셸은 케냐, 탄자니아와 같은 위도상에 위치한 적도 남쪽에 위치한 나라이다. 레위니옹 섬과 모리셔스 섬은 아프리카 동부, 마다가스카르 동쪽에 위치한다. 이들 세 섬나라는 아프리카라는 대륙보다는 인도양이라는 개념이 더 크다. 제2차 세계 대전 후에 레위니옹은 일찌감치 프랑스의 해외영토가 되었으며 모리셔스는 1960년대에, 세이셸은 1976년에 영국으로부터 독립했다. 레위니옹과 세이셸, 모리셔스의 이름에는 그들 역사의 한 부분이 담겨있다. 대한민국이 고려 Corea라는 중세 국가의 이름에서 나왔듯이 말이다. 레위니옹과 모리셔스는 지리적으로 왼쪽에 있는 거대한 마다가스카르와 거리가 매우 가깝다. 거리만큼 정서적으로도 매우 가까워 보였다.  

    


세이셸과 모리셔스는 영국 통치하에서 독립했다. 하지만 세이셸은 크리올 주민들이 많은 반면에 모리셔스의 주민들은 인도계 주민들이 70퍼센트에 가깝다. 1834년 노예제도가 폐지되고 모리셔스 섬은 최초로 계약 노동제를 실시한 실험적인 섬이었다. 인도계 모리셔스인들은 이때 들어온 인도인 계약노동자들의 후손들이다.

또한 두 나라의 출입국 시스템은 영국 시스템을 이어받아서 매우 꼼꼼하다. 그러니 제출하는 서류는 귀찮더라도 대충 작성하지 말자. 또한 자동차의 운전석은 오른쪽이며 길이 좁고 회전교차로가 많다. 영국령 독립국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이들이 많이 사용하는 언어는 영어보다, 프랑스어와 프랑스에서 파생된 크리올 언어를 더 많이 사용한다. 영국통치 이전에 프랑스 통치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도 상거래를 하는 주민들은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했다. 학교 교육과정에 있기 때문이다.      


아열대 및 열대 지역을 사계절로 나누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한국의 겨울에 속하는 12월에서 3월까지는 여름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모리셔스와 레위니옹을 방문했던 8월과 9월의 기후는 섭씨 23도에서 25도 사이로 더할 나위 없이 쾌적하였다. 반면에 세이셸은 적도에 가까워 레위니옹이나 모리셔스보다 기온은 높았다. 하지만 말해 무엇하랴. 내가 세이셸에서 만끽한 8월을 능가할 곳은 아직까지 없다.  


    

여행자에게 아쉬운 것은 비행기 노선이다. 레위니옹과 모리셔스는 서로 이동이 가능하지만 세이셸과 마다가스카르를 포함한 네 지역을 연결시켜 주는 비행 노선은 매끄럽지 않다. 인천에서 출발한다면 세이셸과 레위니옹, 모리셔스는 한번은 경유해야 갈 수 있는 곳이다.  모리셔스가 새로운 신혼여행지로 뜨기 시작했던 2019년에는 인천에서 모리셔스까지 직항이 있었다고도 한다. 아마도 팬데믹 이전에 시 취항했다가 없어졌나 보다. 빠르게 회복하고 있는 항공 상황을 보면 앞으로는 나아지리라고 생각한다. 이들 섬에 각각 가장 빠르게 닿는다 해도 약 20시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시차는 한국보다 5시간 늦다. 세 개의 섬은 작은 편이어서 공항이 어디에 있더라도 큰 불편은 없다. 레위니옹의 국제공항은 수도인 생드니 근처에 있지만 모리셔스는 공항이 수도인 포트루이스 반대편에 있다. 그래서 숙소의 위치에 따라 시간을 요하기도 한다.   

   

인천-두바이-세이셸(또는 모리셔스)을 연결하는 에미레이트 항공을 이용했다. 때에 따라서 경유지는 강하게 다음 여행지로 당신을 이끌지도 모른다. 시기에 따라 새로운 항로가 생길 수도 있으니 한 번쯤은 자신이 가고 싶은 목적지의 항공편을 알아보자.     

여러 번 탈 수밖에 없었던 모리셔스 국적기



아! 너무나 치명적인 경비


레위니옹과 세이셸, 모리셔스의 여행에서 가장 치명적인 단점은 경비이다. 세 지역은 모두 관광에 기대어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레위니옹만 해도 프랑스 본토보다 더욱 높은 물가를 자랑한다. 세이셸과 모리셔스라고 덜하지는 않다. 그래서인지 조금만 더 움직여도 예상보다 몇 배에서 수십 배의 경비를 지출할 수밖에 없다. 택시요금과 렌트 차량, 투어프로그램 등 여행에 꼭 필요한 것들이 그렇다. 한 번 이동에 지불한 택시 요금은 하루 숙박비(숙소의 종류에 따라 다르겠지만)를 능가할지도 모른다. 내가 그랬으니까. 렌트차량비는 택시요금에 비해 장기여행자이거나, 이동 거리에 따라서 조금 더 나을 수는 있다. 그러나 안전을 고려해 이모저모를 따져봐야 한다.


레위니옹에서는 2유로짜리 공용버스 티켓으로 100유로 이상 나오는 택시요금을 대신할 수 있다.
레위니옹의 공용 버스/ 레위니옹 생뤼의 버스 정류장


그렇다고 경비를 줄이는 방법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시간이 넉넉하다면 주민들의 발인 공용 버스를 이용하고, 저렴한(비교적 저렴하다는 이야기) 숙소를 찾아보자. 공용버스는 때로는 당신을 진정한 여행자로 만들어 주는 마법을 부리기도 한다. 이곳의 공용 버스는 대륙의 여타지역처럼 사람들이 빽빽하게 타고 있지는 않았다.

비치와 가까운 곳에 가성비가 좋은 숙소를 알아보자. 숙소는 리조트와 고급호텔만 고집하지 않는다면 여행경비를 대폭 줄일 수 있는 항목이다. 슈퍼 물가는 한국과 비슷한 편이었다.  

    

세이셸 공용버스


이전 16화 나는 노예가 아니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