삔우린의 깐도지 가든에서
고사목도 살아있는 마을, 삔우린
키가 하늘까지 닿을 것 같은 울창한 대나무 숲을 걸어갔다.
시원한 자태의 대나무 숲 사이, 고깔 쓰고 있는 오래된 전망대
그 무엇도 상상이 가능할 것만 같은, 마음을 휘감아오는 마을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휘날리는 벚꽃잎을 보며 대나무 숲에 눈이 내리는 상상을 하며 걸었다.
하지만, 이곳은 눈이 내릴 수 없는 곳
미얀마에서 유일하게 커피가 생산되는 곳이지.
섭씨 30도가 넘으면 자라지 않는, 섭씨 5도 이하로 내려가면 죽어버리는 나무, 커피가 자란다.
커피가 생산된다는 것은 사람이 가장 살기 좋은 곳이란 의미이다.
커피가 자랄 수 있는 땅은 해발고도가 높아 덥지도 춥지도 않은 땅
욕망에 눈이 어두운 서양의 백인들은
그 땅을 무력으로 차지하고, 사람들을 유린하고
커피나무를 끝없이 심었다.
그것이 현재의 적도를 띠로 두른 것 같은 커피벨트이다.
젠장!
꿀꺽, 커피 한 모금이 마시고 싶어 진다.
삔우린 읍내에 나가야 삔우린커피 구경을 할 텐데.
깐도지가든의 호수에는 우아한 백조와 흑조들
멍 때리고 있는 내게, 백조 한 마리 다가와서 같이 놀자 한다.
물살을 가르며 다가와서는 옆으로 앞으로 뒤로 돌며 뱅글뱅글,
둔덕 위 풀을 먹으며 눈을 맞추친다.
사람을 좋아하는지 쉽게 떠나지 못하고 갖은 묘기를 보여준다.
백조가 아름답다는 말에 처음으로 공감했다.
미얀마에서는 백조를 '함사'라고 부른다.
'함사'란 힌두교의 브라흐마가 타고 다니는 새.
간혹 함사와 얽힌 이야기가 들리는 걸 보면
미얀마에서 백조는 중요한 상징처럼 보인다.
불교가 들어오기 전 동남아시아는 인도 문화의 세례를 받았던 곳이니
당연히 힌두신앙은 전통신앙과 같이 뿌리 깊게 남아있을 것이었다.
호수에서 나오는 길
어두워지니 탈 것이 수월치 않은데
지나가던 트럭, 부부가 고맙게도 따뜻하게 태워준다.
삔우린 읍내 시계탑까지 간다고 하니
내려주면서 혹시라도 힘든 일이 생기면 전화를 하라면서 전화번호까지 적어준다.
어둠 속에 도착한 시계탑은 삔우린의 랜드마크
읍내는 마치 '오 헨리'의 소설 '크리스마스 선물'에서
주인공 '델라'가 기쁜 마음으로, 남편 '짐'의 선물을 사기 위해
물결처럼 출렁이는 빛나는 머리를 팔려고 뛰쳐나온 소설 속 소박한 다운타운의 풍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