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봉 과거기록/ 질풍노도였던 27개월 때.
봉봉이 27개월쯤, 질풍노도 시기가 있었다.
이제 말은 좀 시작하지, 고집도 생겼지, 자기 마음대로 하고 싶어서 였는지.
돌 지날 무렵 말은 잘 못하면서 걷는 게 늘고 힘이 세져서 힘들었던 때와는 다르게
정신적인 힘듦이 시작되는 시점이었다.
그때 그 새로운 감정들이 용솟음치는 시기에 봉봉이 어멈에게 자주 큰 상처를 줬다.
주제는 "엄마 저리가!".
엄마 저리 가라니.
이놈아 내가 너를 어찌 먹여 키웠는데.
이빨 허옇게 날 때까지 찌찌먹여놨더만.
그런 감정의 발단은 봉봉이 처음 어린이집에 들어가면서부터였다.
어멈과 늘 함께 붙어있던 봉봉에게 어쩌면 배신감이 드는 순간이었을 것이다.
'어멈이 날 속였어. 날 이런 곳에 놔두고 혼자 어딜 가는 거야!!!' 아마 이런 마음이었을 거다.
늘 그렇게 전투적이었던 건 아니였지만, 어멈이 뭔가 봉봉과 같이 하다가 어멈혼자 해야 한다고 할 때나
자기 맘에 드는대로 안 해줄 때 갑자기 튀어나왔다.
봉봉: "엄마 저리 가!"
어멈: "여기 우리 같이 사는 집이야~그만!"
봉봉: "엄마 나가! 여기 봉봉이 집이야!!!!"
어멈: "여기 엄마가 먼저 살던 곳이야. 너가 나가!!"
이렇게 우습기도 하고 착잡한 싸움이 오갔다.
그러기를 여러 번, 처음엔 그녀의 도전이 귀엽고 어이가 없었지만 점점 그건 고스란히 상처가 되어갔다.
애기가 알고 하는 소리도 아닌데. 진짜 상처받아서 몇 번 울기도 했다.
너무 슬펐다. 열정을 다해 오롯이 내 모든 걸 포기하고 키웠는데 고작 듣는 소리가 이런 거라니.
글을 쓰다 보니 옛 생각이 나서 푸념이 길어지려 한다. 그렇게 몇 번을 거듭하며 어멈은 탈출구를 찾아댔다.
인터넷에 이리저리 찾아보니 그럴 때 방법이 있었다.
바로 아이가 어떤 부분때문에 기분이 안좋아서 엄마에게 나쁜 소리를 하는지 물어보라는 것.
그래서 정말 마지막이다 하는 생각으로 그 공식을 적용해봤다. 그날은 오난색할머니(외할머니) 집에 갔다가
할아버지 할머니 집에 안 오고 싶었다고 그러길래 어멈도 왠지 속상해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봉봉에게
"봉봉이가 미운 소리 많이 해서 오늘은 엄마 봉봉이 손 안 잡고 먼저 갈래. 아빠랑 걸어와."
그러곤 혼자 앞서 걸어갔다.
그때부터 뒤에서 "엄마 저리 가! 봉봉이 집이야!!"가 시작됐고, 어멈도 분노게이지가 차올랐지만 생각해보니
어멈이 먼저 '봉봉이 너 때문에 속상하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해서 비롯되었던 거였다.
그래서 잠시 한숨을 쉬어서 차오른 분노게이지를 내보내고 봉봉에게 대화를 걸었다.
봉봉: "엄마 저리가~! 봉봉이 집이야!"
어멈: "봉봉아 아까 엄마가 봉봉이 미운 소리했다고 혼자 가서 봉봉이가 섭섭했었어?"
봉봉: "응."
어멈: "엄마가 봉봉이 섭섭한지 몰랐어. 엄마도 속상해서 그랬는데 다음엔 우리 서로 그러지 말자~!
엄마도 미안해."
봉봉: "미안해요."
전쟁 종료. 그 뒤로 정말 저 방법이 먹혀서 두어 번 더 저런 슬픈 소리들을 했으나 상황은 금방 종료됐고,
봉봉도 '어멈이 슬픈가 보다.'라는 감정을 조금은 느껴가는 듯 보였다.
그리고 그 방법과 함께 좀 충격요법이지만 초록스티커와 빨간스티커를 준비해서, 잘했을 때는 초록을
잘못했을 때는 빨강을 붙이기로 약속했다. 예쁜 말 했을 때는 초록을, 나쁜말(위의 대화들)을 했을때는 강력한 몸동작과 함께 빨간 스티커를 붙이는것.
강력한 몸동작은 영화 촬영 등을 할 때 "레디~액션!"과 같은 동작인데, 거듭 빨간스티커와 초록스티커의 사용에 대해 알려주며 이렇게 말했다.
"봉봉아 오늘처럼 나쁜 말하면 빨간 스티커 붙이는 거야. 그리고 빨간스티커가 10개 모이면 (레디~액션 제스처. 두팔을 45도 정도로 각도기처럼 착! 접어줘야 호과적) 이렇게! 이렇게! 세게 아프게 이놈~ 하는 거야. 그런데 착한 일하고 초록스티커 10개 되면 같이 봉봉이 착하니까 아이스크림 먹으러 가자~!"
그렇게 스티커붙이기 시작한것은 빨강 스티커 8개, 초록스티커 6개 에서 멈췄는데 봉봉은 그 후에도
"이놈~~~!" 대신 여러 번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있었다.
질풍노도의 27개월같은 시기가 분명 또 어느 틈새 찾아오겠지.
사춘기 때 문 쾅 닫으면 아주 왕 만한 빨강 스티커 덕지덕지 붙여놓을 거야! 어멈 맘대로ㅎㅎ.
추가설명 ;
황당하게도, "엄마 저리가! 여기 봉봉이 집이야!!"의
시작점은 한여름 안방으로 침입한 모기에게 외치라고 어멈이 알려준 거였답니다.
"모기 저리가! 여기 봉봉이 집이야! 여기서 나가!!"
휴.
ⓒ 2017. bonboneomum all rights reserved.